Eternal sunshine
# 03. 호기심.
어느새 서진은 그녀와의 정신없었던, 레이싱경주(?)를 머릿속에서 떠올 린 채, 사무용 책상
에 기대어, 잠시 웃음을 머금었다. 오랜만에 즐거웠다. 얼마 만에 웃어보는 것인가? 갑자기
흘러나온 자신의 웃음이 반가웠다. 그는 자신의 목에 걸려진 펜던트를 잠시 쥐어 보이더니,
이내 얼굴의 웃음을 지우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아직은 안 된다고 속으로 중얼거리
면서. 그는 자신의 손안에 꼭 쥐어진 펜던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후......”
‘드르르륵!’
책상위에 잠시 올려둔 핸드폰이 문자메세지의 도착을 알리며, 진동과 함께 작게 반짝였다.
그는 잠시 동안 핸드폰을 응시하다가, 이내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폴더를 열었다. 누군지
모를 발신자 번호. 적혀있는 문자 내용은 아주 간결했다.
[정확히 7시. 따질 거 있으니까, 늦지 말고 나와요!]
그녀였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자지만, 매우 흥미로운 여자인 것은 확실했다. 살면서 자신
에게 처음으로 웃음을 안겨 준 여자. 당돌한 행동에, 표정은 항상 카멜레온처럼 수십 가지
를 연출해 낼 것만 같은 여자. 그런 여자는 처음이었다.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
며, 폴더를 닫았다. 어쩐지,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다가올 저녁 7시를 기대하
고 있었다. 일하는 내내 시계 보는 것을 잊지 않았던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나 흘렀을까? 어느덧 손목시계가 전각 7시를 알렸다. 때 맞춰 걸려오는 전화 한통. 수신자
제한전화. ‘아마도 그녀겠지.‘ 란 생각에 웃음을 목구멍너머로 삼키며, 전화를 받는 그였
다.
“민서진 입니다.”
[나야. 우리 만나자.]
방금 전까지 자신과 경주를 했던, 그 재미있던 여자일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
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처음 만났었던.......이제는 서서히 지워져 가
는 그의 옛 친구 진주였다.
“........나한테 볼일은 더 없을 텐데.”
[난 있어. 그러니까 만나!]
“제멋대로 인건 여전하군. 끈질긴 여잔 질색이야. 그만 끊지.”
‘삐비빅-’
딱딱하고 절도 있는 그 음성이, 그가 지금 무척이나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었
다. 그리고 이젠, 통화가 끊어져, 전화를 받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
만, 그 신호음만이 그가 통화를 마쳤음을 알려 줄 뿐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제 와서 새삼
스럽게 전화를 한 걸까? 그녀와의 관계는 이미 미국 가면서 정리된 게 아니었던가? 그는 복
잡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고개를 가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곧 닫았던 폴더를 다시 열
며, 문자에 찍혀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짧은 신호음이 걸리고, 이어서 노래가 흘
러 나왔다.
“Good-bye Love 핏물처럼 짙게 흐르는 눈물 때문에~
마지막 이별마저도 더럽혀버린 못난 내 사랑~ 첨부터 사랑은 내겐 사치였는걸. “
.
.
.
.
.
[여보세요.]
음악이 후반으로 흘러가자, 음악이 멈추고 그녀는 겨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
을 지으며, 전화 속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점심때에 들었던 조금 다르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신기했다.
“참 일찍도 받는군. 배상 받겠다며.”
[아! 지금 당신 회사 앞이니까 나와요.]
“.......빠르군. 정문에 있어.”
그녀와의 전화통화를 끊고 나자 그의 가슴은 왼지 모를 기대감으로 넘쳤다. 이상했다. 아버
지의 압력으로 수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고, 마음 없이 사귀고. 그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
었는데....... 그래서 여자라곤 모두 식상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잔 달랐다. 아
마도 자신이 기대하는 여자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그녀의 재미있는 행
동 때문일 것이다. 서진은 그렇게 단정지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휘유~ 회사한번 크네. 그래...... 그 사람이 여기 지사장 이란 말이지? 잘됐다.”
서영은 자연스럽게 휘파람을 불며, 한화그룹건물 정문 앞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녀의 옷
차림은 조금 전 과는 조금 다르게 편해 보였다. 그녀의 청순함을 강조하듯 편한 캐주얼 느낌
의 하늘색 원피스가 바람에 펄럭거리며, 이글거리는 태양을 자극했다. 갈색의 긴 생머리 와
하얀 피부. 갈색 빛이 적당히 맴도는 눈동자와 분홍색 뺨이 귀엽고 청순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바람결에 흐트러지는 머리를 한대 모아 묶으며, 잠시 후 정문에서 나오는 그를 발견
했다. 그는 나올 때마다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그 인사
를 무시하지 않고 일일이 받아주며 ‘예의바른 청년‘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야....... 두 얼굴의 사나이도 아니고.”
서영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풍선 같은 볼을 더 크게
부풀어 올리며 약 올라 했다. 자신에겐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으면서, 어쩜 저렇게 회사에선
친절한지.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서영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거기 있었군.”
뒤늦게 자신을 발견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서진. 그는 그녀의 달라진 옷차림을 보며
위 아래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드러냈다. 물론, 그 표정은 겉으로 보기엔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뭐, 뭐예요. 그런 노골적인 눈빛은!”
“좀. 색달라서.”
“존댓말 써주세요! 제가 아무리 당신보다 나이가 적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네요!”
“나한테 따질 게 있다더니, 겨우 그거였나?”
서영의 표정에는 원망이 담겨있었다. 게다가 원망을 넘어선 무언가 또 있는 것 같은 기분
에, 서진은 기분이 잠시 찜찜해졌다. 그는 자신이 뭔가 또 실수를 한 것만 같은 기분이 계
속 들었기 때문이다.
“흥! 당신 때문에 오늘 보기로 한 면접 보지도 못하고 떨어졌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떡하긴. 나한테 뭘 바라는데? 일자리 달라는 건가?”
“잘 아는군요! 책임져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두 손을 허리위에 얹은 그녀의 모습은 마치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서진의 신경을 거스르기엔 딱 좋았다. 자신의 앞
에서 뭐 잘났다고, 저렇듯 대드는 여자도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배상하러 가려고.”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자동차에 타길 거부하는 그녀. 그녀의 모습은 서진의 센서를 자극하
며, 새로움으로 또 한번 자리매김했다. 당당한 면만 있는 줄 알았더니, 꼴에 여자라고....
그가 순간 늑대로 보였던 모양이다. 말까지 더듬으며 팔을 앞으로 두르고 엑스자로 방어태
세를 취하는 걸 보니.
“내가 뭔가 해 주길 은근히 바랬었나?”
“무, 무슨!!!”
그녀는 그의 말에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오로지 분홍색 볼만이 그 색을 유지하기
에 바쁜 것 같았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곤 안심하라는 듯이 자신
의 차를 가리키며, 그녀의 손목을 끌고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그녀를 안심시켜 태운 뒤 자
신도 차에 타려는 그 순간. 어디서 많이 듣던 낯익은 목소리가 그의 뒷덜미를 잡았다.
“야!!! 민서진!!!! 네가 그렇게 잘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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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수정했습니다. 휴우........한 두번씩 손보곤 있지만, 좀 힘드네요^^;
많이 손본건 아니지만. 어쨌든,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Eternal sunshine[03. 호기심]
로니엘
추천 0
조회 1,224
06.02.04 00:3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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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첫편부터 재미있게 읽었어요.많은 기대를 합니다.완결 그날까지 화이팅이요.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ㅁ<
ㅎㅎ 너무 짧소.. 줄기차게 써진다면서 이리 짧게 올리시면 곤난하오.. 건필하시길 바라오~!!
^^;; 금방올릴게요^^ㅋㅋ
재밌어요
꼬릿말 감사합니다. 힘낼게요^^
진주의 등장이군요 허허 -
^^ 그렇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