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하늘나라로 가는 순례자 우리는 순례자, 하늘나라로 가는 긴 영적 여행을 하는 중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인생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선하고 의롭게 산다 한들 그게 나에게 뭐 좋은 게 있겠나. 내가 이룬 모든 것은 다 남의 것이 되고 정작 나는 깊은 어둠 속으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 옛날 코헬렛이 말한 그대로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코헬 1,2-3)” “그렇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도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이 또한 허무이다.(코헬 2,22-23)” 영원하신 하느님의 약속을 모른다면 우리 인생은 허무에서 나와 수고 걱정 고통 속에서 지내다가 다시 허무로 돌아가야 하니 참으로 비참하다. 영원하신 하느님을 모른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것만 못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공동체에 속하는 게 행운이고 기쁨이다. 그들은 내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그리고 영원히 속하게 될 마지막 공동체를 가리킨다. 그곳이 하늘나라다. 히브리서는 알려준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모든 사람의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시며, 그분께서 뿌리신 피, 곧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 그분의 피가 있는 곳입니다(히브 12,22-24).” 여기저기 세상 곳곳에서 그곳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영혼들이 있다. 나중에 우리는 한 곳에서 만나 영원히 기뻐하게 된다.
여기서 나와 친하게 지냈다고 그들도 다 거기에 속하는 게 아니다. 그 반대로 내가 그와 친했다고 그를 따라 들어가게 되는 것도 아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사람이 들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루카 17,33-36).”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다함께 셈하지 않는다. 하느님과 나 단둘이 한다. 참으로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모세는 하느님이 화내실까 봐 두려워했지만(신명 9,19), 나는 그런 영혼들이 실제로 있었고 믿었던 모든 것이 현실이 돼서 그렇다. 솔직히 바로 그 앞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까 봐 두렵다.
하늘나라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 아는 만큼 즐긴다고, 복음을 모르면 이미 세상 안에 들어와 있는 하늘나라를 발견하지 못한다. 믿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예수님은 열두 사람을 뽑으시고 파견하셨다. 당신 혼자만 하늘나라를 알고 그 안에서 행복하기를 바라셨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거다. 그래서 교회의 본질은 선교다. 제자들을 둘씩 파견하신 것은 서로 사랑함을 보여주라는 뜻이겠고, 지팡이만 들고 가라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에 모든 걸 맡기라는 뜻이다. 하늘나라에서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부터 그렇게 사는 거다. 그곳은 영원하신 하느님께 완전히 속하고 거짓 배반 속임수가 없는, 아기가 엄마를 신뢰하듯 그렇게 사랑하는 영혼들이 모인 곳이다.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이 오늘 내가 수고하는 이유고 실패해도 또 일어나서 걸어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영원한 생명은 죽어서 다시 새롭게 사는 게 아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이미 영원히 살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나에게 믿음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다.
예수님, 주님 계신 곳을 상상만 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제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고 믿습니다. 제게 믿음을 더해주셔서 주님 약속을 믿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게 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이라는 창문을 통해서 하늘나라를 바라봅니다. 순례길에 있는 오아시스처럼, 넘어진 아이를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이 불쌍한 영혼을 도와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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