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_3 최다 6번째 챔피언 등극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린다. 매번 감독들은 우승 후보 질문을 받는다. 2016~2017시즌 미디어데이에서는 챔프전에 진출할 두 팀을 꼽아달라고 했다. 전 시즌 챔피언과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한 오리온과 KCC가 대세였다. 여기에 김진 LG 감독과 추승균 KCC 감독이 KGC인삼공사를 거론했다. 당시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저질러 놓고 보는데 올해 우리는 꼭 챔프전에 올라갈 거다. 상대는 모르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고, 실제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KCC는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고, 오리온은 정규리그 2위에도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감독들의 예상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팬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을 때가 많다. 전 시즌 전력과 외국선수나 새로 가세한 선수들의 영향을 고려해서 예측하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 미디어데이에서 KT가 우승후보로 가장 많이 지목 받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였고, 허훈의 공백에도 KBL 컵대회 우승 전력에 하윤기와 랜드리 은노코까지 가세한다면 전력이 더 좋아질 거라는 판단이 더해진 결과다. 1라운드를 3승 6패로 마친 KT는 우승 후보와 거리가 먼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매번 빗나가는 건 아니다. 2018~2019시즌이 그랬다. 현대모비스는 10개 구단 감독 중 7표를 받았다. 먼저 답변한 7명의 감독이 현대모비스만 거론하자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과 서동철 KT 감독은 KCC와 LG로 방향을 틀었을 뿐이다. 그럴 만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알차게 전력을 보강하고 2018~2019시즌을 맞이했다. 우선 외국선수 제도의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었기에 인기가 많지 않았던 라건아를 영입했다. 2012~2013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을 이끈 양동근과 함지훈, 라건아가 뭉쳤다. 유망주에서 주축으로 성장한 이대성까지 더해진 현대모비스는 ‘모벤져스’로 불렸다. 여기에 전준범의 입대로 얕아진 외곽자원을 문태종과 오용준을 데려와 보강했다. 우승후보로 불린 이유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3시즌을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서 우승하겠다”고 자신했다.
현대모비스는 우승후보답게 화려하게 2018~2019시즌을 출발했다. 개막 3경기 모두 100점+ 득점하며 KBL 최초의 29점+ 대승을 챙겼다. 수비로 이름을 떨친 현대모비스가 화끈한 공격력까지 갖췄다는 걸 보여줬다. 개막 5연승을 질주한 현대모비스는 1위 독주 체제를 굳혔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때 시즌 초반보다 시즌 막판 뒷심을 발휘하는 편이었다. 2005~2006시즌에는 개막전에서 졌고, 2006~2007시즌에는 개막 3연패로 시작했다. 2008~2009시즌에는 개막 5경기에서 2승 3패였다. 2009~2010시즌에는 개막 4경기에서 1승 3패를 기록해 10위도 경험했다. 2014~2015시즌에도 개막 5경기에서 3승 2패로 높은 승률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3라운드 막판부터 이대성과 이종현에 이어 양동근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특히, 이종현은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었다. 이종현의 부상 직전까지는 23승 6패, 승률 79.3%를 기록 중이던 현대모비스는 더디게 승수를 쌓았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이 부상 당한 뒤 바로 양동근까지 다쳤다. 그 때 제일 큰 위기였다”며 “이대성이 빠진데다 종현이와 동근이까지 다쳐서 타격이 컸다. 우리 팀이 그렇듯 공격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수비를 더 강화했고, 수비 변화도 주면서 버텼다”고 했다.
4라운드 막판 팬들에겐 인기가 많아도 출전 시간이 극히 적었던 디제이 존슨을 내보내고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던 아이라 클라크를 영입하며 변화를 줬다. 클라크는 “현대모비스의 연락을 받았을 때 다시 뛸 수 있기에 매우 흥분되었다”며 “나는 은퇴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어디서든 불러만 준다면 뛸 준비가 되어 있다”고 KBL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결장 중이던 양동근과 이대성이 5라운드 초반 복귀하자 현대모비스는 다시 승승장구했다. 클라크는 “양동근은 벤츠 S클래스 63처럼 럭셔리하고, 조용하면서도 빠르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이대성은 페라리처럼 와일드하고 앞만 보며 전진하는, 순간 300~400km로 달리는 빠른 차 같다”고 현대모비스의 두 축인 양동근과 이대성을 멋지게 자동차로 비유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3월 9일 KT를 꺾고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현대모비스는 3월 19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유재학 감독과 이대성의 자유투 대결을 펼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유재학 감독은 “오늘 경기보다 이벤트에 더 관심을 가진다. 어제(18일) 일이 있어 외부에 나갔다가 체육관에 일찍 들렀다. 주전들이 나오지 않고 식스맨들끼리 연습을 하고 있을 때 한 쪽에서 자유투 몇 개 던져봤다”며 “난 선수 시절 자유투 루틴이 따로 없었다. 드리블 한 번 치고 바로 던졌기에 10초 안에 10개를 다 던질 수 있을 거다. 30년 만에 관중들 앞에서 자유투를 던진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농구대잔치 통산 66경기에 나서 자유투 성공률 82.9%(136/164)를 기록해 5위다. 이대성의 2018~2019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83.3%(65/78)였다. 단순하게 성공률만 보면 막상막하. 먼저 자유투 라인에 선 유재학 감독은 2번째와 7번째 자유투를 놓쳐 만점 12점(10개 시도, 5번째와 10번째 2점) 중 10점을 기록했다. 이대성에게는 부담스러운 점수였다. 이대성은 3번째와 6번째 자유투를 놓쳤다. 최소한 비기려면 남은 4개를 모두 넣어야 했다. 7,8구를 성공한 뒤 9번째 자유투를 던질 때 유재학 감독이 펄쩍 뛰며 이대성의 앞을 지나갔고, 이 자유투가 빗나가며 유재학 감독의 승리(10-7)로 끝났다.
유쾌하게 정규리그를 마친 현대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와 만났다. 정규리그에서 43승 11패를 기록한 현대모비스가 유일하게 3승 3패로 대등했던 상대가 KCC다. 더구나 2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3번 연속으로 지기도 했다. 팀 최다인 홈에서만 24승을 챙긴 현대모비스는 1,2차전을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 4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최종 무대의 상대는 전자랜드였다. 현대모비스는 1차전에서 양동근의 극적인 3점슛으로 98-95로 승리를 챙긴 뒤 2차전에서 70-89로 대패를 당했다. 현대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19점+ 차이로 진 건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득점을 책임지던 기디 팟츠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대모비스는 3차전부터 투 할로웨이를 긴급 수혈한 전자랜드를 격파하며 7번째 챔피언 등극을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여러 기록을 남겼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87.6점을 올리고, 상대에게 평균 77.8점만 내줬다. 득점과 실점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최초의 팀이다. 현대모비스는 KCC와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시작으로 종종 양동근(38)과 오용준(39), 문태종(44), 함지훈(35), 아이라 클라크(44)를 기용했다. 이들 5명의 나이를 합친 ‘200살 라인업’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클라크와 문태종은 최고령 1,2위인 선수이며, 오용준은 국내선수 드래프트 출신 중 최고령이었다.
이대성은 정규리그에서 평균 14.1점 2.8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해 MVP 후보로 꼽혔지만, 20경기나 결장한 여파로 정규리그 MVP의 영광을 이정현(KCC)에게 내줬다. 대신 플레이오프 9경기에서 평균 16.1점 2.3리바운드 4.3어시스트 1.3스틸 3점슛 성공 3개(성공률 36.0%)로 정규리그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쳐 플레이오프 MVP의 영예를 누렸다. 신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 선수 중 정규리그와 올스타전을 포함해 최초의 MVP다. 이대성은 “이런 일이 제 인생에서 벌어질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이런 목표를 가져본 적도 없는데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 일어나서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헹가레 일화도 나왔다. 유재학 감독은 보통 정규리그 우승 후에는 헹가레를 받지 않은 편이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정규리그 우승에도 헹가레를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자 그럴 의사를 내비쳤다. 그렇지만, 정규리그 우승 확정 후 유재학 감독의 헹가래는 없었다. 양동근은 “감독님께서 정규리그에서는 헹가래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기억하고 헹가래를 안 해준 거 같다”며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고 헹가래를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챔피언에 등극한 뒤 헹가래를 해주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챔피언에 등극한 뒤 가장 먼저 유재학 감독의 헹가래로 우승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꽃가루도 날리고 있어 최고의 장면이 연출되는 듯 했지만, 사진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방향과 반대였다. 결국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유재학 감독은 한 번 더 헹가래를 받으며 정규리그 때 못 받은 것까지 두 번을 채웠다.
양동근은 유재학 감독과 함께 통산 6번째 챔피언 반지를 꼈다. 정규리그에서 43경기 평균 26분 53초 출전해 7.6점 2.3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한 양동근은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8분 37초 출전해 10.6점 2.3리바운드 3.2어시스트로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
이대성은 오리온에서 활약하던 시절 “양동근 형이 제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도와주셨다. 팀의 리더, 주장으로 어떻게 해야 팀이 강해지는지 안다. 그렇게 해서 우승했다”며 “동근이 형과 함지훈 형이 어떻게 최고로 인정받는지 봤고, 유재학 감독님께서 어떻게 이끄는지 봤다. 그런 영향을 받았다. 동근이 형처럼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우승 못한다. 그런 걸 참아내고 배려하고 존중하느냐, 에너지를 쏟냐 여기서 바뀐다”고 양동근과 보낸 마지막 시즌을 기억했다.
첫댓글 기자님 글 잼있게 잘봤습니다.
이대성과 유재학감독님의 자유투 대결은 몰랐던 사실이네요. 유튜브에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이대성이 1라운드 10순위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2라운도 선수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