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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가을만 되면 왠지 허전한 가슴에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
역맛살 낀 사람처럼 어딘가를 훌쩍 떠났다가 돌아와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그런 가을바람이다.
훌쩍 서울을 떠난 첫날,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협재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페리호를 타고 추자도를 거쳐 완도에 들러
6촌 형님하고 농어 한 마리 잡아 밤새 주거니 받거니 하니 남도의 아침이 밝아오네.
매생이국에 속을 달래고 이번엔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
순천에나 가 봐야것네.
새로운 사업에 전념하고 있을 태호군과 형수군 위문공연이나 가서 해 줄란다.
완도에서 순천 가는 버스가 앞으로도 3시간 후에나.....
후~~~~~~~~~~~~
강진행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가 들어오자 안내하는 아저씨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진, 영암, 나주, 광주.”
버스가 둘러 둘러 가는 행선지를 외치신다.
버스 앞에 보면 모두 적혀있는데 왜 저리도 소리를 외치실까?
완도 해안 도로를 따라 펼쳐진 아침의 바다는 신선하기만 하다.
뒤 늦게 들어오는 고깃배들의 행열과 그 위로 따라 날아오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북창이라는 완도의 끝 동네를 벗어나자 이제부터는 오밀조밀한 산길이 이어지고 그 길 위로 가끔씩 차를 정체시켜주는
경운기 한 대에 동네 아낙들 몇 명이 광주리 한 개씩 끼고 타고 있다. 어디 품앗이를 가는 모양 같다.
강진에 도착하여 순천행 버스 시간을 보니 헐~~~~~~여기도 1시간 후.....
어릴 적 한 동네 살았던 석태형님이라고 강진 버스 터미널 주변에서 농업용 비닐공장을 운영하신다.
백년비닐.....
앞에 와서 망설인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시간에 갑자기 나타나면 뭐라고 하실까?
또 그 답은 뭐라고 하지?
중요한 건 내가 찾아와 오랜만에 얼굴보고 차 한잔 마시려고 하는 것 뿐 일테니
그리 부담을 갖지 말자고 마음을 먹고 문을 들어선다.
“형님! 용갑입니다.”
“...누구?”
“저 용갑이라고요. 용진형님 동생이요.”
“...누구를 찾아 오셨나?”
“석태 형님 저 용갑이 라고요. 작년에 저희 어머니 모시고도 왔었잖아요.”
“아! 석태를 만나러 오셨구만?”
“?”
“응. 나는 석태형 산태인데....”
헉!
아무리 형제라도 저렇게 닮아가면서 나이를 드시나?
“아이구 죄송합니다. 저는 석태 형님인줄 알고....”
“아니. 괜찮아. 다들 혼동들 해. 괜찮네....”
“네. 너무 닮으셔가지고요.....”
“석태는 지금 배달가고 없는데? 만나기로 한건가?”
“아니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렀습니다.”
“그래. 제수씨도 같이 나가가지고 뭐라도 대접을 해야 쓸 것인디?”
“아니. 괜찮습니다.”
산태 형님이란 분은 수화기를 들고 주문을 한다.
“잉. 여그 백년인디. 쌍화차 두 잔 보내지시오 잉. 모닝으로다.....”
뭔 소리데?
그리고 10여분 후 촌에서는 보기 드문 쭉방걸이 엉덩이를 살래살래 뒤 흔들며 배달 보따리를 들고 나타난다.
“잉. 동상! 맛나게 좀 타 보거라 잉.”
“네. 오빠!”
헉!
뭔 동생에?
또 뭔 오빠데?
스물댓살 먹은 것이 60가까이 된 분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오빠래요....
아버지뻘도 큰아버지뻘은 될 것 같구만.
어쨌든 쌍화차를 얌전히 잔에 붓고 달걀 노른자를 조심스럽게 위에 동동 띄우는 기술이 아주 배테랑이여.
그리곤 자칭 자기 오빠 옆에 찰싹 달라붙어
‘맛있어? 이따 한잔 더 시키면 내가 써비스 줄게.....’
뭔 서비스인줄 모르것지만 지들끼리 모를 소리들만 하고 있네.....
아직도 남도 지방에는 티켓 다방들이 레지들을 데리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차 한잔을 마시고 일어나니 얼추 순천행 버스 시간이 된 듯.
차창 밖에 펼쳐진 아직 남은 가을을 구경하면서 왔더니 두 시간이란 시간이 후딱 가버렸네.
저녁에 태호와 형수 그리고 회사 직원 한명과 녹동골이란 회집에 자리를 잡았다.
정성을 들인 듯한 손맛이 자연산 활어보다도 더 감칠 맛이 나서 오랜만에 맛난 남도회와 음식에 거나하게 한 잔을 하였다.
태호의 벼락치기 술버릇에 따라가느라고 급하게 먹었더니 알딸딸~~~~~~
맥주내기 당구 한게임 하잔다.
서울에서도 1년에 한 두 번치는 당군데 순천까지 와서 당구를 치자고?
에이씨~~~~~~여행기간동안 노동 같은 것은 안 할려고 했더만 촌놈들이 볶아채네...
즐겁게 당구 한겜하고 즐겁게 맥주 한 잔 하고 부지런한 용사들 아침 일찍 인나서 또 전투장으로 출근들 하시고
잠 많은 놈은 아침 늦게까지 늘어졌다가 기차시간에 맞추어 순천역으로 Going~~~~~~
우선 해장국부터 한 그릇 때리기 위해서 식당으로 들어간다.
뼈해장국, 선지해장국, 순대국, 육개장 등등등 서울의 해장국집과 별 진배 엄는 메뉴들.
서울에는 엄는 색다른 것이 엄을까?
예를 들어 순천 참 꼬막 해장국 같은 그런 지역을 대표하는 그런 걸로다....
그런 건 안 보이고 대신 쪼매 비슷한 것 콩나물 해장국.
당첨!
역시 남도의 개운한 맛이 괜찮더군. 더러 참 꼬막인지는 모르지만 씹히기도 하고....
부산행 완행 기차표를 끊고 순천역에서 기다린다.
머리 빼고 겨우 세 칸짜리 부전역 가는 기차가 홈 플레트로 들어온다.
부앙~~~~~~~~~~~~~
부산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드디어 출발!
또 다른 가을바람이 가로에 떨어지는 은행닢이
가을을 먹고 노란색을 머금은 채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는 남도의 도시를 벗어난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넘자 화개장터의 너른 벌판이 펼쳐진다.
여기는 나의 본관인 하동.
지리산 청학동의 초입이자 나의 뿌리가 있는 선비의 고장이지....
옛 가옥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외국인들 오면 늘 들러 가는 우리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지....
근데, 좀 전에 지나왔던 역 이름이 진상?
이 지점에서 왜 철이 얼굴이 떠오를까요?
진접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텐데 말이야!
꼬마 열차는 힘이 드는지 역마다 쉬어간다.
보따리 큼지막한 것 이고 올라오시는 분들....
마중 나온 손자와 반가워 손을 잡고 안아주시는 할머니....
지팡이를 지으시며 올라타기 힘들어 하시니 역무원이 내려가 부축해서 태워 주신다.
한 무리의 마을 어르신들이 기차에 올라오시더니 막걸리 파티를 벌리시고 역무원이 지나갈 때마다
한 잔을 권하는 우리의 정이 담겨 있다.
기차는 하염 엄이 산길을 따라 들길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동네만을 지나가고
군데군데 마을 촌로들은 따뜻한 응달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시고 집 앞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담 넘어 빼꼼이 넘어다 보시는 주름진 촌로의 한가로움도 그림처럼 지나가고 있다.
내 어릴 적 산골 마을에 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외가집에 한번씩 놀러를 가면 멀리 기차의 기적 소리만 나면 뛰어 나와
툇마루 차창 밖으로 멍하니 쳐다보았던 먼 기억이 난다.
칙칙폭폭.....
옛날의 그런 소리는 아니지만 가끔 울어주는 기적소리가 나의 외할머니를 그리웁게 한다.
드디어 남강이 내려 보이고 촉석루가 자리 잡고 있는 진주성을 지나간다.
그 옛날 왜장과 함께 저 푸른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절개가 서린 충절의 도시 진주.
남자 입장에서 보아선 참 아까운 여인네 하나를 잃었다는 슬픔도 잊지 말아야 해요....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 찬 진주수목원을 지나자 배에서 소식이 온다.
‘뭐 좀 채워주시면 안되겠니?’
일어나 기차의 앞 칸 뒤 칸을 왔다리 갔다리.
역무원이 있어 물어 본다.
“식당차가 어디예요?”
“죄송합니다. 이 차는 3칸짜리 꼬마 열차라서 그런 것 안 키웁니다.”
헉!
그럼 이 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 사람들은 배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어쩌라고?
“매점이라도 엄나요?”
“네. 죄송합니다.”
이런 낭패가~~~~~~~~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다고 목에 힘주어 말씀하시는 나랏님의 잘 사신다는 나라에서
이런 미개지역이 있다니....
배고파 디지 것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계집 아이 꼬맹이는 옥수수를 맛나게도 먹네.
‘나 한 입만 주면 안될까?’
마음은 굴뚝같이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노인네와 코흘리개의 먹이까지 강탈할 그 정도의 나쁜 놈은 되지 말아야지요?
배에서는 쫄쫄거리는 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꼬맹이의 옥수수로 눈이 가는 것을 어쩌라고....
내가 자꾸만 쳐다 본 모양인지 꼬맹이 지 할머니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한다.
이내 할머니 내게로 오셔서 한마디 하신다.
“젊은이 혹시 우리 아요?”
“예? 아....아닌데요.”
“그람 와 기분 나쁘게 자꾸 우리짝을 쳐다 보요?”
“.....죄송합니다....저는 그냥 손녀가 옥수수를 너무 맛있게 먹길래 그냥....”
“그랑께 나가 하는 말 아니요. 우리 손지가 젊은이가 자꾸 쳐다본께 옥시시를 못 먹것다고 하는 말 아니요.”
“....죄송합니다.”
“이 담부텀 그라지 마시오. 잉?”
“....네....”
이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놈이 남 먹을때 쳐자 보며 침 흘리는 놈이라고 했는데.....흐미...
뱃대지는 고픈데다가 남 먹는 것 훔쳐봤다고 옥수수 할머니에게 야단까지 맞고 헐헐헐~~
불쌍한 정용갑!
그러는 사이에도 기차는 달리고 달리고....마산을 도착하고 있었다.
일제시대에 병참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도시가 중공업 산업이 발전을 거듭되면서
거대한 산업도시로 번성을 하다가 신도시 창원에 밀려 초라해져 가는 도시가 되었지만
그래도 마산하면 경남 중부의 거점 도시가 아니던가.
잠시 머문 기차는 또 많은 사람을 퍼 내리고 또 퍼 올리고....달린다.
한림정.
역 이름이 참말 이쁘다.
역무원조차도 엄을 것 같은 딸랑 쪼맨한 역사 하나 있는 곳에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질곡의 역사를 이야기 해 주고 있는 듯하다.
일본 영화 뭐더라?
꼭 그 영화에 나오는 역처럼 삶은 달걀에 사이다를 마셨던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 남겨져 있는 듯한 그런....
곳감으로 유명한 진영역에 도착하니 담배가 한 대 피우고 싶어진다.
역무원을 따라 잽싸게 내려서 기차가 잠시 머무는 시간동안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벌써?
식당칸도 엄는 기차를 몰고 댕기면서 담배도 지내로 몬 피우게 해요....
그때,
철길 저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한다.
‘나 태우고 떠나야 한다고.’
역무원 머뭇 거리길래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큰 보따리 한 개 들고 쩔쩔 매시는 할머니의 보따리를 받아 들고 기차에 올랐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연신 내게 표시를 하신다.
“아이구, 젊은이 아니었으면 차 놓치는 건데....”
“아니예요 할머니. 역무원이 기다려 줘서 탈 수 있었던 걸요.”
“아이구. 그래도 내사 마 젊은이에게 고맙지.”
그리고는 할머니를 빈자리에 앉혀 드리고 내 자리에 와 앉았다.
“이거이 내가 딴 감인데 먹어 볼끼라?”
좀 전에 그 할머니는 주먹만한 감 두 개를 내게 건네 주신다.
“아이구, 할머니 이 귀한 것을....”
“아이라. 내 지금 가진 것이라고는 감 밖에 엄는기라. 부산 사는 손주들 줄라꼬 몇 개 따서 가는 중이다. 맛나게 무라.”
그리곤 내 손에 감을 두 개 건내 주시곤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신다.
욕시, 착한 일을 하면 먹을 것이 생긴다더니.
기근에 시달린 배고픔에 감 두 개를 순식간에 개 눈 감추듯 해치우니 쪼매 살 것 같네.
암만 생각해도 기차칸에 식당이나 매점 엄는 것은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든다.
강을 끼고 달리던 기차는 원동역에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짙은 가을을 담고 있는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강줄기에 남은 가을이 떨어져 있다.
주인 잃은 쪽 배 하나가 강 둑에 매달려 기적소리에 흠찍 놀라 눈을 뜨고
강 건너 산으로 난 길에 들 까치들이 모여 앉아
가을걷이 때 남은 곡식으로 성찬을 열고 있다.
그렇게 긴 여정의 마지막 부전역에 도착하니 서산에 해는 지고 부산의 야경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기장 사는 큰 누이에게 전화 때린다.
“나 그냥 경주로 갈란다.”
“너, 때려죽고 잡냐? 후딱 누나 집으로 기 온나.”
쿵야!
누나집의 전화기 부서지는 소리 같다.
에이씨~~~~
한 달 전에도 둘째 조카 넘 결혼식에 왔었는데 또 오라고 랄~~~~~이네.
택시를 타고 기장 누이 집에 갔더니 허헉헉!
손바닥 두 개를 합한 것보다도 더 큰 붕장어 다섯 마리가 직화 구이를 기다리고 있네....
그렇게 누이와 조카들과 맛나게 묵고 노래방 가서 디지게 함 소리 지르고 광난의 부산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기장역에서 기차를 타고 경주로 올라가는 길은 참 아름다운 기차 길이다.
해안선을 따라 부전역부터 해운대역을 거쳐 기장, 울산을 거쳐 경주로 올라오는 길은
오솔길에 선로를 깔아 놓은 듯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한다.
경주 사는 후배를 만나 무녕왕릉이 있는 감포에 가서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워 놓고
방파제에 앉아 소주 한잔을 치는 맛!
참 인생의 맛이 아닐까? 아님 말고!
그 날도 후배와 포항 앞바다 심해에서만 잡힌다는 대고동회와 도루묵찌개 그리고 생굴 무침에 시체가 되었당!
포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11시!
아침 일찍 인나 감포를 돌아 양포에 들러 후배가 하는 스킨스쿠버 샆에 들러서
아침을 먹고 시간에 맞추어 가려고 소파에 누웠더니 띵~~~~~~~~
두주불사들의 겁나게 무서운 얼굴들이 나를 잡아 먹을라꼬 한다.
후배에게 말한다.
“윤수야! 구룡포 좀 들러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나 두주불사들에게 안 디질라고 구룡포를 들러 김포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된네.
그런데 왜?
방화동 가는 리무진은 안 오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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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천에서 1년살때 여수,순천,조계산. 마산창원에서 8년살때 통영,거제,진주,남해,지리산,대원사계곡,부산,해운대,진해,진영,김해등등. 10년전부터 먹고살려고 감포옆 원자력발전소,그옆 어궁식당 매운탕 죽여준다.포항제철 들려 일보고,울진에서 일보고 울진 앞 바다을 보면서 이시가리 회 한접시 먹으면서 이슬이 한잔하면 이곳이 낙원이라.올라오는길에 근덕 맹방해수욕장 덕산바다횟집에서 물회 한그릇 비우면 속이 시원해진다.
근데 용갑군 은 내가20년동안 들린곳을 단 3일만에 ......, 대단하구만.
친구 덕분에 옛날추억이 되살아나 잠시라도 행복했네그려.
친구의 어릴적 살던 곳이 남해가 보이는 좋은 곳이었구만....이번 여행에서 울 나라 아직도 때묻지 않은곳 참 많다는것을 느꼈다. 자네의 살았던 곳 참 아름다운 곳일세.....
캬~ 좋다
처음처럼 한 잔!
제주도는 언제 간겨?? 완전 정삿갓이네....ㅋㅋ
여행 첫 날 김포에서 날라서 바로 갔지요.....달례 보고 잡아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