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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설 기술, 코리아 원더풀" 외국인 6000명 인천대교 견학… 하중·바람·선박 운항 고려한 신기술에 감탄 서해대교는 조수간만의 차 이겨내고, 영종대교는 한국미를 뽐내… “첨단기술 계속 개발 중” 6월 15일 영종도와 인천 송도를 잇는 연륙교인 인천대교가 상판식을 가졌다. 총 연장 12.3㎞인 국내 최장 교량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2005년 6월 16일 착공한 지 꼭 1년 만이다. 11월 24일 현재 공정률 35.5%인 이 다리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대교는 장대교량(長大橋粱)이다. 장대교량은 원래 다리의 총 연장이 긴 것을 지칭했으나 요즘은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인 경간(徑間)이 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도로교설계기준에 따르면 경간의 길이가 200m를 넘는 교량을 장대교량이라 부르고 있다. 경간 중 가장 긴 경간을 주경간이라고 한다. 인천대교는 주경간의 길이가 800m에 달해 국내 1위이며, 완공시점인 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사장교가 된다. 경간의 길이를 늘리는 것은 교량기술의 평가 척도로 사용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경간이 긴 장대교량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각을 적게 설치하는 대신 교량을 지지해줄 수 있는 케이블을 이용한다. 케이블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교량이 현수교와 사장교이다. 이들 다리는 케이블로 교량을 지탱함으로써 교각의 수를 줄일 수 있다. 교탑(橋塔·케이블이 연결된 다리 기둥)과 이어져 있는 케이블이 상판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장대교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해대교(남해~하동), 진도대교(해남~진도), 돌산대교(여수반도~돌산도) 등 1970~1980년대에 건설된 이들 다리는 외국의 기술력에 의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독자적인 기술로 시공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의 교량 건설기술이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다. 인천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장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기술을 총망라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 처음 만들어진 장대교량인 영종대교(2000년) 이후 놀라운 발전이다. 원래 교량의 상판은 3.9t짜리를 조립해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세계 최초로 무게 1400t, 길이 50m의 상판을 공장에서 제작해 3000t의 해상크레인을 동원해 올렸다. 그리고 직경 3m짜리 콘크리트 말뚝 하나로 2만2000t까지 지탱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하중실험도 거쳤다. 바람에 견디는 안정성을 고려한 것은 물론 선박 운항 시 최대 10만t급의 선박이 10노트의 속도로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바다와 상판 사이의 높이가 최대 74m로 큰 선박도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게 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 우리나라의 건설기술력을 극찬했다. 영국의 건설 전문주간지 ‘컨스트럭션 뉴스’는 인천대교를 ‘세계의 경이로운 10대 건설’로 뽑기도 했으며, 인천대교는 완공도 되기 전에 미국·일본·중국·독일 등 각국의 건축 전문가와 공학도 등 6000여명이 공사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물이 되고 있다. 인천대교 건설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한 도로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대교 담당자 이종선씨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영종대교를 통해서 인천국제공항까지 40분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송도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이 이어지게 돼 경제구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 물류 허브의 중심으로 동북아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우리나라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를 건설했다. 푸른 남해 바다 위에 붉게 뻗은 이 다리는 주경간 길이가 404m인 장대교량이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남해군을 육지와 연결하면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남해군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남해대교가 완공된 지 27년이 지난 2000년 한국은 영종도와 장도를 연결하는 영종대교를 건설했다. 영종대교는 남해대교의 뒤를 잇는 대형 현수교로 인천국제공항을 육지와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계절별로 다른 색상의 조명을 사용하고 우리 고유의 처마를 연상케 하는 곡선미를 살리고 있다. 덕분에 영종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나라 장대 사장교의 효시는 1984년 완공된 진도대교이다. 같은 해 12월 두 번째 사장교인 돌산대교가 건설됐다. 두 교량 모두 서해에 건설됐기 때문에 조류가 강한 해저가 아닌 해안에 교탑을 세웠다. 뒤이어 올림픽대교(1990년), 신행주대교(1995년)가 건설되었다. 2000년에는 국내 최장의 사장교인 서해대교가 건설됐다. 서해대교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크다는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완공돼 국내 건설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02년에는 주경간 240m의 영흥대교가 건설됐고, 2003년에는 삼천포대교, 2005년에는 제2진도대교가 건설됐다. 이처럼 장대 교량이 속속 들어서면서 섬이 점차 ‘육지화’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영종대교(인천 서구~영종도), 초지대교(강화도~김포), 영흥대교(영흥도~선재도), 선재대교(선재도~대부도) 등이 건설되어 섬을 잇고 있다. 또 교동대교, 청라대교, 석모대교, 무의대교 등이 2010년대 초반까지 착공될 예정이다. 2012년까지 여수~고흥 간에도 11개 연륙·연도교가 건설될 예정이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 사이의 8.2㎞(터널 3.7㎞, 사장교 4.5㎞)를 연결하는 도로도 건설 중이다. 장대교량의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추한석 인천시 기획팀장은 “장대교량으로 주변 섬을 연결하면 가까운 섬에 배를 타고 가야 했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주변 관광지 조성의 발판을 마련하고 개성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통일 이후에도 물류중심지로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대교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서해대교 덕분에 바다가 도로로 연결돼 경부고속도로의 수원~천안 간 교통 수요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평택항과 인근 공단 간 물동량 수송이 원활해졌다”며 “서해안 지역 개발 촉진으로 국토균형발전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장대교량은 시각적 아름다움이 뛰어나 그 자체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과제도 있다. 장대교량은 그 길이와 교탑의 높이 때문에 바람이나 지진의 영향을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건설 기간이 길고 완공 후에는 대체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고현무 교수는 “장대교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진·내풍 시험과 함께 선박 충돌과 같은 극한 사건(extreme event·발생 빈도나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의 여파가 매우 심대한 사건)의 예측과 해석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장대교량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첨단 교량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 작성에는 이성혁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박영철 주간조선 차장대우 ycpark@chosun.com
입력 : 2006.12.02 15:34 17' / 수정 : 2006.12.02 15:55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