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40분 간격으로 미사일 공격을 벌여 구급대원들에게까지 2차 피해를 끼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공습 현장에서 8일(현지시각)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크로우스크/AFP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러시아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를 연속 공격하는 방식으로 구조대원들까지 공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가 지난 7일 저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시내 아파트를 40분 사이에 두번 폭격해 9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첫번째 폭격이 벌어진 직후 구조대원들이 현장으로 몰려갔다가 2차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구조대원이었고, 다친 구조대원도 7명이 발생했다. 경찰관도 31명이 다쳤다. 포크로우스크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에서 약 50㎞ 떨어진 도네츠크주 중서부 도시다.
이반 비히우스키 우크라이나 경찰청장은 “(경찰관) 모두가 첫번째 공습 이후 주민 구조 때문에 현장에 갔다”며 “적군은 고의적으로 다시 공격했다”고 말했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고급 유도 장치를 갖춘 최신형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정확도가 부족해 같은 장소에 우연히 두번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에이피 통신은 러시아군이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도 이런 ‘연속 공격’ 방식을 사용한 바 있으며,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곳곳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런 연속 공격은 폭격 직후 피해자 구조에 나선 구조대원들까지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특히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진 구조대원은 모두 78명이며 부상자도 280명을 넘는다.
세르히 도브리아크 포크로우스크시 행정 책임자는 30~40분 사이에 같은 장소를 겨냥하는 연속 공격을 “전형적인 러시아의 작전 시나리오”라고 표현했다. 그는 “폭격 뒤 인명 구조대원이 도착하면 다시 로켓 공격이 이어지고 이 때문에 피해 규모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데니즈 브라운 우크라이나 담당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성명을 내어 이날의 공격은 “극도로 무자비한 것”이라며 이는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그 어떤 인도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 뒤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일반 주거용 건물을 공격했다며 가장 위층이 파괴된 전형적인 옛 소련식 5층 아파트 건물 사진을 공개했다. 전쟁 상황을 취재하는 서방 언론인들이 자주 찾는 인근의 호텔과 피자 가게도 이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