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한달 동안 기간제 영어 선생님으로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꽤 날리던
혹은 쪽집게 영어 선생으로 이름 석자 만으로도 유명세를 치뤘던
한결같이 도시에서만 살았던 그 친구는
요즘 살아내는 시골살이가 신기하기만 한지
아직은 흥분이 남아 있다.
물론 처음에 누리고 즐기던 혹은
꽤나 흥분케 했던 시골살이의
떨림과 감격과 설렘은 조금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맑은 공기, 좋은 물은 보약인 것 같았고
너나들이로 참견하고 관여하고 끼어들고 함께 나눠야 하는
일거수 일투족은 버거운 혹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시골살이의 일부는
내 생활을 반납하여야 한다는 것이 있기는 한데
그것이 딱 부러지게 일침을 놓치 않으면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과 일상을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도시 속의 그 친구는
시골살이의 기쁨이 반으로 줄어든 것을
살아낸다는 것의 한계도
도시인이 가져야 할 몫으로 남겨 좋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시를 버리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시골에서 살아내야 한다 는
무설재 쥔장의 말에 일리는 있지만 엄두는 나지 않는다 는 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루프스 환자로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제3신경계통의 마비로
본의 아니게 육신의 지옥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지만
그 친구에게 지옥은 몸으로 부딛기는 고통보다는
마음으로 덜어내야 할, 겪어내야 할 고질병이 문제였을 터
결혼해서 마주친 관습과
실체가 없는 양반 자손들이라 불리우는 시댁 식구들의
끊임없는 요구사항과 가문 타령 이었을 것이다.
이제
오십줄이 넘어서 인생 후반부를 치닫고 있는 이즈음에
그런 암묵적으로 지켜내던, 치르어야 할 일들이 사실은
여자들의 굴레요 족쇄임을 알고
서서히 자신을 돌아보고 나머지 삶자락을 길게 누리려 하지만
뭔가를 깨닫고 알고 행하기 전에
늘 찾아드는
건강의 이상...이것이 또 아킬레스건이다.
어쨋거나
잠시동안 친구와의 만남 속에서
시골살이가, 자연이 주는 플러스 알파가
그녀의 일상에 녹아들어 진정한 자연인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음이니
비록
도시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시골살이로 얻었던 작은 즐거움들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요
그속에서 얻어진 건강의 청신호가 미약하나마 질긴 동아줄을 내리움이니
그것만이라도 시골살이의 수혜는 대단한 일일 것이요
이제
돌아간 도시에서 다시 건강을 향해 매진하고
남겨진 삶 속에서 자신을 올곧게 돌아 볼 시간도 갖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친구에게 주어진 삶자락이
아주 아주 길게도 늘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초 저녁에 잠시 들렀던
옹기 박물관을 소개한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알음 알음으로 알려진
그러나 아직은 미공개 상태인 옹기 박물관이
친구가 하숙을 하는 그 근처에 있었다.
경제력 뛰어난 신부님의 세속 형님이 지어주고 있다는
어쩌면 피정 장소 같은 옹기 박물관...초겨울 날씨 만큼이나
아직은 썰렁하지만 점차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치를 올리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내는 걸림쇠로 잠겨 있었다.
언젠가는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어줄
가톨릭계의 정신적인 옹기 박물관이기를 희망해본다.
첫댓글 열심히 찍어 대더니만 올려 놓으니 그래도 보기에 좋네~! 그 윗쪽의 시냇물을 막은 연못도 보기 좋던데... 암튼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 오더이다~! ^ ^
ㅎㅎㅎ 덕분에 호사했습니다만 그밤에도 날밤을 새웠습니다. 두팀이나 찾아와서....
에구 피곤하셨겠네~!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