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김살을 펴 주는 다리미
빳빳하게 날이 선 군복이나 하얀 와이셔츠 깃을 보면
다리느라 애쓴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데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인들은 숯다리미와 비슷한 무쇠 봉에 열을 가해
옷의 주름을 잡았고 2세기 뒤 로마인은 맹글(mangle)이라는
쇠 방망이로 옷의 구김살을 펴거나 주름을 잡았다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 이일은 주로 노예들의 몫이었는데
주름 잡는일이 번거로웠던 당시에는 주름 잡힌 옷을 입느냐
못 입느냐의 여부로 자연스럽게 귀족과 서민을 나누게 되었다
15세기경 부유한 유럽 가정에서는 불에 달군 석탄이나
벽돌을 다리미 속에 넣어 이용했으며 그뒤 인두, 가스,
휘발유, 혹은 알코올로 작동되는 자동 가열식
다리미가 등장했지만 적지 않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1882년 발명가 헨리 윌 리가 미국 최초로 특허를 받은 전기
다리미는 코일을 감은 받침대 위에 연결되어 있는 동안만 뜨거워
졌다가 떼어내면 금방 식어 가열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했으며
게다가 전기가 보급되던 초기여서 백열등을 밝히는 것 외에는
전력 공급이 자유롭지 못하여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였다
1940년대부터 다양한 종류의 합성섬유가 선보이면서 스팀 다리미가
주목 받기 시작했는데 합성섬유는 뜨거운 다리미 밑에서 왁스처럼
녹기 때문에 뿜는 스팀 다리미가 아니면 다림질을 할 수 없었다
최초의 스팀 다리미는 구멍이 하나였지만 점차 구멍 수가 늘어
한때 80구멍을 육박하며 스팀 다리미에 몇 개의 구멍을 내느냐가
경쟁이 되기도 하였으며 갓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밑은 납작하고 한쪽 끝에 자루가 달려있어 사용이 편리했다
또 다리기 어려운 솔기나 모서리 같이 끝이 뾰족한 곳을 눌러
다릴 때는 화롯불에 인두를 묻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했다
다림질은 주름 제거 뿐 아니라 높은 열로 살균 효과를 내 옷을
오래동안 입을 수 있도록 해주며 달리 섬유 재질에 따라 적당한
온도를 맞춰 주지 않으면 옷이 상하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스팀 다리미 사용 뒤에는 남은물은 반드시 버려야 하는데
이는 물 탱크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부식이 돼어
다리미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다리미 밑 바닥이 껄끄러울 땐 양초를 얇게 썰어
헝겊위에 놓고 반으로 접어서 그 위를 따뜻하게 데워진
다리미로 쓱쓱 문지른 다음 사용하면 매끄럽게 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