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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과연 ‘황금박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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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서식지를 보호하라!’ 세계적인 희귀동물인 황금박쥐가 서식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2004년 12월 충주에서 발견된 황금박쥐는 발견 당시 세 마리였으나 한 마리가 줄어 지난 2월 10일 현재 두 마리만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까짓 박쥐 두 마리 갖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황금박쥐가 그냥 희귀동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황금박쥐는 천연기념물 452호 및 멸종위기 동물 제1호이기 때문이다. 법적인 보호를 받는 동물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황금박쥐 서식지 중에서 공사로 서식지를 위협 받고 있는 곳은 충주가 유일하다. 충주의 황금박쥐 서식지는 박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일본 마에다 기시오 교수가 탐사를 벌일 만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충주 황금박쥐가 살고 있는 곳은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의 지하 폐(廢)갱도. 문제는 이곳이 용두~금가 국도대체 우회도로와 칠금~가금 국가지원 지방도로 개설공사 현장과 인접해 있어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황금박쥐 파수꾼’을 자처하는 박일선 충주환경연합 대표는 “용두~금가 도로공사 현장과 불과 1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발파 소음은 물론 각종 중장비 소음 등으로 서식환경이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다”며 “발견 당시 세 마리였던 것이 두 마리로 줄어든 것은 도로공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일선 대표는 “충청권에서는 유일한 황금박쥐 서식지를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법에 따라 황금박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주민과 환경 관계자들로 구성된 동서고속도로노선대책위원회도 관련 도로의 노선을 변경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황금박쥐 서식지를 둘러싼 논란은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다. 충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행정법원에 ‘용두~금가 국도대체 우회도로 건설 사업계획 결정처분 등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계류 중이다. 충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1월 2일 한창희 충주시장에게 서한문을 보내 “황금박쥐 서식지인 쇠꼬지 일대를 절개해 통과하는 가금~칠금 도로공사 노선을 변경해 쇠꼬지 통과 부분을 남한강으로 우회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사발주처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충주시는 “노선변경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황금박쥐의 학명은 ‘붉은박쥐’다. 박쥐목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붉은박쥐는 몸길이 4.3~5.7㎝로 황금박쥐, 오렌지윗수염박쥐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황금박쥐라는 애칭이 붙은 것은 몸의 털과 비막(飛膜·날 때 쓰는 막) 및 귀가 밝은 오렌지색이기 때문이다. 비막에는 검은 반점이 있고 귀 가장자리에는 검은색 테두리가 있다. 황금박쥐는 우리나라의 애기박쥐과 박쥐 중 중간 크기에 속한다. 수명은 6~7년.
암컷과 수컷 비율 1 대 40
황금박쥐는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1 대 40으로 극히 불균형적인 데다 환경오염과 난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남부, 필리핀, 말레이시아 북부, 인도, 동부 아프가니스탄 등에 분포한다. 보통 1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아직 구체적인 생태정보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황금박쥐는 여름에는 삼림에서 지내므로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나 대나무밭에 1~10마리가 거꾸로 매달려 휴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습도가 높고 따뜻한 동굴에서 한 마리씩 따로 떨어져 동면한다.
당국의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황금박쥐의 동면굴은 해발 약 70m 이상에 위치하는 작은 입구와 긴 통로를 가진 곳이었으며, 다른 종의 동면굴보다 온도(12.5℃)와 습도(97% 이상)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금박쥐는 가을에 발정해서 10월 중·하순에 교미한 뒤 곤충이 가장 많은 이듬해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사이에 출산한다. 중국 남부와 일본 대마도 등지에서 10마리 미만의 채집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황금박쥐의 집단 서식지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지역의 대부분과 강원도, 충북, 경북, 충남, 서울 등지에서 발견됐지만, 이후 남한에서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것은 1999년 전남 함평군 고산봉 일대의 동굴에서 집단동면하고 있는 황금박쥐가 발견된 것이 처음이다. 이후 계속해서 황금박쥐 100여마리가 고산봉 일대 동굴에서 겨울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함평군은 순금 162㎏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어 오는 2008년 함평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에 맞춰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황금박쥐는 이밖에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굴,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동굴, 전남 신안군 지도읍의 동굴,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동굴,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충북 괴산군 심복굴, 충북 제천시 송학박쥐굴 등지에서 발견됐다. 한국자연환경연구소 최병진 박사는 “도로공사로 충주 황금박쥐의 서식지가 심하게 훼손됐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주=박영철 주간조선 기자(bigm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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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황금박쥐’ |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이 구절은 40~50대 중년층에게 친숙한 TV 만화영화 ‘황금박쥐’의 주제가의 한 부분이다. 제대로 된 국산 만화영화가 없었던 1960~1970년대 동심(童心)을 사로잡았던 TV 만화영화는 대부분 일본의 것이었다. 요괴인간, 바다의 왕자 마린 보이, 타이거 마스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 1967년 7월부터 1주일에 한 편씩 20분간 방영된 황금박쥐는 한국의 TBC(동양방송·삼성 계열의 방송사)와 일본 만화영화사가 손잡고 만든 합작 만화영화다. 황금박쥐의 원작은 1947년에 히트한 일본 만화가 나가마쓰 게이오(永松健夫)의 작품이다.
당시의 이 만화영화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에게까지 최고 인기였다. 저녁 방영시간이면 온 가족이 모여앉아 주제가를 따라 불렀고 해골 모양의 가면을 뒤집어쓴 정의의 사자가 악당을 물리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는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황금박쥐는 아직도 중년세대에겐 꿈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황금박쥐 만화영화는 가슴에 황금박쥐의 심벌을 새긴 주인공이 악당들과 싸우는 고도의 공상 모험영화이기 때문에 이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가슴에는 황금박쥐가 ‘정의의 사자(使者)’로 인식돼 있다. 그런 만큼 대중적인 인기도 높아 전남 담양군에는 황금박쥐의 이름을 딴 특전사 ‘황금박쥐 부대’까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