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 세대의 방탈출 게임
김학중
그와 그녀의 세대는 그 거리가 미로로 된 방이라는 세계에 살았다
거리는 화려한 카페와 맛집들로 이뤄진 테마 쇼핑몰의 입구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그 거리의 중심가로 나와 흥겹게 걸었다
그 거리의 출구는 좁은 지하도였는데
그 통로는 입구이기도 했다
통로에서는 이름 없는 그와 그녀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째다 우리가 여기에 왔지 라는 질문을 할 법도 했지만
그 거대한 방의 이름이 축제였기에 질문을 하려는 시도는
금새 웃음거리가 되었다
당연한 것에 질문하지마
이곳은 놀이의 거리야 빠져 나가려고 하지마
수많은 포토존에서 너만의 밈을 찍어
몸을 움직이며 즐기면 질문을 사라지지
신나는 노래가 거리를 울리고
누군가가 다가와 그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데려갔다
누구나 그날 그날을 즐기는 것이 게임의 법칙이었다
방에는 작은 던전들이 있었고 던전을 탈출하는 게임의 이름은
모두 방탈출 게임이었다
그날을 위해 반값할인이라는 피켓을 몸에 두른 청년들이 이정표처럼 서있었다
탈출은 이곳에서만 즐기세요
이곳에서 당신들은 탈출하며 이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거리의 세일원칙입니다
밤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방으로 들어갑니다
이 밤에는 우리 세대의 마피아들이
우리의 탈출을 막는 범인으로 등장합니다
즐거운 방탈출을 시작해볼까요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그와 그녀는 하나의 세대가 되고
아무도 자기 세대의 거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거리에는 여전히 방탈출 게임 반값할인 피켓을 몸에 두른 청년들이
거대한 방탈출 거리의 이정표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