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좁아지다 돌연사…위험 신호는?
20대 25%, 30대 41%…젊은 남성 이상지질혈증 유병률 높아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극심한 가슴 부위 통증과 함께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은 1위 악성 신생물(암)에 이어 2위가 심장병이다. 심장병 중에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급성 심근경색 발생자 수는 연간 4만여 명에 달하고, 이 중 3만명 내외가 돌연사를 당한다. 50대 이후 유병률이 높지만, 젊은 성인기에서도 환자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국내 20대, 30대 남성들에게 '혈관건강 주의보'가 나왔다. 상당수가 이상지질혈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빨간불' 상태는 향후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남성 25.4%, 30대 남성의 41.4%가 이상지질혈증 소인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30대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이다. 비만이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의 59.2%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다.
이상지질혈증이란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중성 지방이 높은 경우, 총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 중에서 하나 이상이면 해당한다. 20대, 30대의 이상지질혈증은 40대 이후에 심근경색과 돌연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학계에 따르면 혈중 중성지방이 88㎎/dL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22%씩 증가한다. 2019년 국내 연구자료를 보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의 47.4%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
심정지 3∼4분만 이어져도 뇌기능 회복 힘들어져
이상지질혈증은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이다.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혈관 내피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 내부가 녹이 슬고 이물질이 침착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현상이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교감신경 계통의 흥분이 고조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혈관에 죽처럼 쌓여 굳은 혈전이 떨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와 동시에 혈압은 상승하며 맥박이 높아져 심장의 부담은 커진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심장은 온몸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하루에 10만번 정도 수축과 이완이라는 펌프 운동을 반복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심장은 관상동맥이라고 하는 심장 내부의 큰 혈관 3개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가슴 부위에 뻐근하고 은근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극심한 가슴 부위 통증과 함께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심근경색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격렬한 가슴 통증이 15~20분 이상 지속되다 심장근육의 괴사가 일어나면서 부정맥과 심정지에 이은 돌연사로 이어진다.
협심증의 가슴 통증은 육체적·정신적 과부하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하며 관상동맥이 완전히 폐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면 대개 짧으면 1분, 길면 15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협심증 환자라면 응급약(니트로글리세린, 아스피린 등)을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 그러다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어 응급조치를 취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 아스피린도 같이 복용하면 더 좋다.
휴식 중 갑작스런 흉통 반복, 심근경색 전조 증상
급성 심근경색의 주요 치료법은 환자 증상에 따라 미세한 금속망을 막힌 혈관 부위에 설치하는 스텐트(Stent) 시술법, 특수 풍선으로 막힌 혈관을 넓히는 혈관확장술, 막히고 손상된 관상동맥을 다른 신체의 혈관으로 대체하는 관상동맥우회로술(개심술) 등이 있다.
협심증은 평소 쉴 때는 괜찮다가 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힘든 일을 할 때, 피로가 누적됐을 때, 과음했을 때 가슴에 통증이 온다. 심장의 산소 요구량과 영양 공급의 확대가 필요한 데 혈관이 좁아져 혈류량을 제대로 증가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안정성(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안정성 협심증은 은근한 흉통이 대략 1~5분 정도 지속되다가 멈추게 된다.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으며 운동을 멈추거나 휴식을 취하면 대개 좋아진다. 대부분의 안정성 협심증 환자들은 일반 약물치료를 하면서 정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흉통이 5분 이상 길어지거나, 가벼운 활동이나 일상생활 중, 또는 쉬고 있을 때 통증이 갑자기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불안정성 협심증'이라 한다. 이럴 땐 바로 응급실로 가서 적절한 조치와 정밀검사, 입원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흉통이 없더라도 속이 답답한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동시에 식은땀,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심근경색 등으로 인해 심장 정지 상태가 3~4분 이상 진행되면 뇌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심장을 소생시켜도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식물인간이 되기 때문에 우선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무조건 병원 응급실로 빨리 데려가야 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