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의 속도 : 장자의 ‘소요유’를 읽고 >
‘소요유’편의 마지막에는 혜시와 장자의 대화를 보여주며 주제를 전달한다. 장자는 쓸모를 논하는 혜시에게 한 가지 사례를 들고 혜시의 말을 비유를 통해 해석한 뒤 “우리 인간에게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걱정거리가 되겠는가?”라고 말한다. 혜시의 대사를 읽으며 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동의했다. 따라서 다음으로 나오는 장자의 생각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항상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이러한 쓸모를 인정받았을 때 내 노력을 알아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가 그러리라 생각한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몹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소요유’에 나오는 장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속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장자(내편)의 ‘소요유’는 ‘느릿한 걸음으로 주위의 경관을 보면서 한가롭게 거닐거나 노닐면서 먹을 것을 싸들고 집을 떠남’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장자의 대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즘과 같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러한 여유로움은 상당히 드물면서도 소중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소요유’ 편을 처음 접해 읽다 보면 그냥 여러 가지 상황에 관한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나열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천천히 분석해보면 이번 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내용은 전부 상반된 관점을 가진 개체들의 생각을 전하며 그 안에서 깨우칠 수 있는 정신을 알려주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상반된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는 장자의 사상과 일치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 ‘자유’라는 개념과 떨어뜨릴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여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유는 ‘속도’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다. 이러한 나의 속도를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을 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속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좋아한다. 가령 제한 시간이 없는 일이라면 느리더라도 여유롭게 내 속도에 맞춰 진행하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속도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빠른 속도를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내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준비한다.
소요유에서 장자가 말한 것처럼 주변을 하릴없이 거닐거나 느긋하게 낮잠을 자는 등의 소요를 하기 위해선 일단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람은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 든다. 무언가에 얽매이거나 너무 바쁜 생활에 시달리며 살게 되면 이러한 여유로운 삶을 잃을 것이다.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하느라 내 속도를 잃어버린 것 같아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 쓸모를 위해 속도를 높여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지치는 시점이 발생하게 된다. 평소 많이 노력하며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정말 지치게 될 때면 장자의 정신을 가지고 자유와 여유를 실컷 즐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쓸모를 인정받을 때 느끼는 기쁨도 크지만, 때로는 장자가 말한 것처럼 느긋함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속도와 여유, 쓸모와 자유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때로는 장자의 사상처럼,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즐기며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건축토목환경공학부 202414487 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