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장수하는 것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 아니겠습니까. 예전에는 환갑잔치에 동네 이웃들을 모두 불러 근사한 이벤트를 열곤 했지요. 60살을 넘기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니 환갑잔치는 그 의미가 깊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고 식생활이 개선되다보니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갑잔치와 칠순잔치하는 모습을 찾아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속에서 며칠전 한국인 여성 평균 수명은 90.7세 그리고 남성의 경우 86.7세로 나타났다는 보험개발원의 통계가 나왔습니다. 5년전과 비교해서 여성은 2.2세 그리고 남성은 2.8세 늘어났다고 합니다. 보험개발원은 의료기술 등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고 높은 연령의 기대수명때문에 은퇴후의 노후 의료비와 소득 보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더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지요. 하지만 주변의 반응이 그렇지 않습니다. 기쁨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들립니다. 불과 20년전에 한국인이 세계적으로도 장수하는 나라속에 포함됐다는 통계가 나왔을 때 각종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국민들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결코 아닙니다.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래 살아서 뭐할 것인가. 돈도 없고 아프면 그런 지옥이 없을텐데..." "인구 절벽인 나라에서 고령층 대다수가 빈곤층이라는데...돈 없고 긴 수명...이건 축복이 아니다. 은퇴하고 나서 적어도 30년 이상을 버티어야 하는데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정말 우려된다. 아이들은 없는데 노인네들만 잔뜩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아닌가." "돈이 여유롭고 건강하다면 장수가 좋겠지만 돈 없고 건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평균 수명만 늘어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세금 더 많이 들어가게 생겼다. 할머니들은 그래도 자기 스스로 먹을 것이라도 챙기지만 홀로 된 할아버지들은 답이 없다. " "끔찍하다. 시어머니가 이제 칠순인데 앞으로 20년을 더 시달리고 살아야 한다니...아이구 내가 먼저 홧병으로 떠날 지도 모르겠다." "세금이 많이 들어가야할 노인층은 급증하는데 세금 낼 사람들은 급속하게 줄고 있으니 이런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젊은 층들의 넋두리가 아닌 현실적인 어려움을 표하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미 한국은 저출산 노령화로 인한 그 부작용이 리얼하게 드러나는 그런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실제로 출퇴근때를 제외하고 지하철을 타보면 거의 대부분이 노령층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층들이 많이 탄다는 지하철 노선의 경우 젊은이들이 탑승하기 싫어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안 그래도 세대간 갈등의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데 평균 수명까지 자꾸 늘어나니 여러가지 부작용도 속출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라는 표현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1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