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정부 2기’ 개각, 쇄신 에너지 더 담아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3.12.05 00:56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김현동 기자
총선 출마자 나간 자리 관료 3명, 학계 전문가 기용
진영·학연 떠나 더 폭넓게 발탁해야 국정 동력 회복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하는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들을 포함해 앞으로 10명 안팎의 장관 또는 장관급이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윤석열 정부 2기’ 진용을 선보이는 셈이다.
이번 개각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장관들을 내보내기 위해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어제 인선에서도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총선 출마자들의 빈자리를 메꾼 경우가 많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 등에서 크게 패한 탓에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정책 책임자들이 동시에 썰물처럼 선거판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여당에서 차출을 요구한다는데, 부처 수장이나 대통령실이 총선 경력 쌓기용이냐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왕 하는 개각이라면 국정 운영을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햇수로 곧 3년 차에 접어드는 윤 대통령이 처한 여건은 녹록지 않다. 물가와 가계부채 등 경제난이 심각한데도 거대 야당과의 강대강 대치 속에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꽉 막혀 있다. 새만금 잼버리 난맥에 이어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 역량 부족 및 소통 부재, 정부 전산망 중단 등 해이해진 공직 사회의 실상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국정 운영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선 30%대에 갇힌 국정 운영 지지율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어제 인선에선 정통 관료나 전문가를 발탁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여성이 절반인 세 명에 달했다. 외부에서 아주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기보다 관료 출신 3명 등 실용적 인사로 총선까지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에서 ‘내부 돌려막기’ 양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향후 하마평을 보면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검사·기재부 출신 주축의 중용 기류가 재연될 소지가 있다.
추가 개각에서 국민에게 신선한 기대를 안기려면 윤 대통령이 진영과 학연, 세대를 뛰어넘어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용산의 눈치만 보며 낙점받으려는 이들은 물리고, 민생 현장의 호소와 정권에 마음을 돌린 이들의 불만 등을 가감 없이 전달해 줄 새 피를 핵심 요직에 수혈해야 한다.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뀌었다는 신호가 뚜렷할 때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국가적 과제의 추진에도 동력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