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금 저희들은 생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큰 슬픔 가운데 머리를 숙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 사랑하시는 그 독생자를 보내신 것은 슬픈 자를 위로해 주시고 소망을 끊어질 때 영원한 소망을 주시고 죽음이 잇는 곳에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한 것인 즉 이제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영원히 살아계시는 주님 께서 머리숙인 우리 하나하나의 마음속에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 육 영수 여사께서는 가정에서는 현모양처로서, 온 겨레를 위해서는 어진 어머니로서 각 방면에 모든 봉사를 다 하시다가 결국은 그 생명까지 우리 한국의 민주제단 위에 바치셨습 니다.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께서 이 고귀한 희생을 하늘에서 받으시고 이 시간 하늘문을 넓 히시고 고인의 염원이요 우리 온 겨레의 염원이 되는 이 땅위에 자유와 평화와 통일을 쉬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또 이런 쓰라린 경험을 당하는 우리 국민 하나하나도 어느 자리에 있든지 우리나라의 적이 무엇이며 그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아서 자지 말고 졸지 말고 깨어 정신을 차려 내 책임을 감당하며 조국을 방위하고 우리나라를 각 방면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헌신 노력하는 데 하 나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온 나라의 무거운 짐을 지시고 수고하시는 우리 영도께서는 이 무거운 짐 위에 또 이러한 슬픔의 짐을 지시게 되오니, 오! 자비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우 리 아버지시여! 우리 영도자 위에 특별한 가호와 위로를 더하여 주시며 이 모든 무거운 짐 을 지고도 남음이 있고 모든 것을 이기고 돌파하여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와 은혜와 신 앙과 덕과 모든 은총을 더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비옵니다. 사랑하는 세 자녀분도 아직 어립니다. 이제 아버지의 축복의 손을 그 머리 위에 일일이 얹 어 주소서. 몸이 자라는 동시에 지혜와 덕과 모든 것이 자라서 이후에 우리 겨레를 위해서 크게 봉사할 수 있는 귀한 일군으로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다시금 고인의 유덕을 추모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나라를 기억해 주시기를.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이 계시고 생명이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기도합니다.
김수환 (천주교 추기경)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나님, 삶과 죽음을 다스리는 천주여. 오늘 우리는 비통과 슬픔을 머 금고 주님의 여종 고 육 영수 여사를 주님의 품안에 맡기나이다. 여사께서는 나라와 겨레의 행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셨습니다. 언제나 불우한 이웃과 동포를 도우심으로써, 절 망이 있는 곳에는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는 기쁨을 가져오심으로써 빛을 주셨습니다. 주 여, 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밀씨는 땅에 떨어져 썩음으로써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분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심으신 사랑과 평화의 씨가 싹트고 자라고 결실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온 겨레가 주님의 뜻하시는 대로 서로 믿고 사랑하고 받들며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맑고 의로운 새나라 건설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주여, 고 육 영수 여사님께 길이 평안함과 빛을 주소서. 영원한 빛으로 저를 비추어 주소 서. 또한 사랑하는 부인과 어머니를 잃고 비통과 슬픔에 젖어 계신 대통령 각하와 자녀분들 을 당신의 위로와 은총으로 감싸 주소서. 우리 주 예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