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을 좋아하는 필자는 거실을 고가구와 고미술, 수석으로 꾸몄다. 뜰 구석에는 입석(立石)과 좌석(坐席)이 늘어서 있으며, 대문 좌우에는 사자와 물개 형상의 큰 돌들이 집을 지킨다. 정원 동산에는 해골 모양의 사팔뜨기가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가끔 수석과 분재를 도둑맞을 때도 있었다. 방에는 전국 산지의 경석과 옥돌 등이 진열되어 있다. 일상에 지치게 되면 수반 위에 놓인 경석을 바라보며 산행을 상상하기도 하고, 글을 쓰다가 머리가 멍할 땐 돌을 들여다보는 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때로는 돌이 전하는 소리를 들으며 수필을 쓰기도 하며, 사고가 모호해질 땐 돌이 주는 지혜로 이를 타개한다. 가끔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자각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면 개개 돌의 안내를 받아 상상 속에서 여행을 즐긴다 . 이러니 돌은 내게 위안과 지혜를 주는 지기(知己)요. 연인에 진배없는 존재이다. 돌을 접하고부터 여행을 한다거나 등반을 할 땐 어김없이 평범한 돌일망정 하나씩 가지고 왔던 보람이 무시로 나타난다. 언젠가 시골 마을을 지나다 담장에 박힌 돌이 못내 아쉬워 몇 푼의 돈과 술을 대접한 후 담을 헐기도 한 적이 있다. 그때의 기분은 차마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돌은 저마다 고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나의 기억력을 되살려 주고, 산지(産地)의 풍경에 빠지게도 한다. 하여 나는 돌 덕분에 집에 앉아서 전국 산천을 유람하게 된다. 남한강(南漢江)에서 탐석한 돌은 몇천만 년을 세월과 물에 닳아져 그 크기와 생김새가 개(犬)와 비슷하여 물개라는 이름을 지었거니와 이 녀석은 청도 유천 강에서 탐석한 두꺼비와 눈빛을 나누기도 한다. 꽤나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지리산 하류에서 탐석한 돌은 앞머리가 없어 대머리 총각이라 이름 지었다. 지리산의 험준함에 비해 자못 소탈하며 식구들과도 사이좋게 정을 나누기도 한다. 작은 녀석은 대머리 총각과 마주하고 얘기를 주고받지만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그 밖에도 산호초, 조개, 진주 등을 바라보며 바다 여행을 떠올리면서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과 밀어를 나눈다. 그러나 내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 돌이 이렇게 나와 마주하거나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는 해후(邂逅)와 인연의 뜻을 새기기도 한다. 조건은 말할 나위도 없고 생성 조건이나 환경, 석질, 형태, 색감 등이 각기 다른 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제 나름의 특색을 자랑하는가 하면, 산지의 배경과 제 고장의 이야기를 무언으로 털어놓는 모양을 보면 나는 단순히 감상자의 입장을 떠나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들이 모여 나와 한집에서 지내는 것을 보다가 다문화가족을 생각하게 되었다. 요사이 외국인 여성들이 우리나라 총각들에게 시집을 많이 온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障壁)을 넘어 온 것인 만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면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돌처럼 정부에서도 자국민들과 화학적 융합이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고 이들이 완전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구가 1억 명이 되고 경제활동인구가 6천만이 돼야 만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에 동감한다. 그렇다면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자체가 혼성 민족이 될 것인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자라남에 있어 차별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새싹이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면 돌이 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듯 다문화가족들도 역동적인 삶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요사이 수석 전문가도 많고, 수석 동호회도 많이 생겼다. 그만큼 수석 애호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입한 돌을 국내산이라고 속여 파는 일이 발생하여 원래의 취지를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더러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하여 그 신비스럽고 지극히 아름다운 자연에 도취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의 집 거실에도 함께 숨 쉬며 생활하고 있는 돌들이 보잘것없는 것일 수도 있겠으며, 또 남이 보면 기이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연석들로 인해 쫓기는 생활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보석과도 다름없다. 또한 현실적인 고됨에서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게 하는 이들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
첫댓글 수석수집을 취미로 의미부여의 시간 송죽님만의 행복이 그려지는 글입니다.
좋은 취미로 풍성한 삶의 현장 지금까지 은영기자였습니다 ㅎㅎ
송죽님 오늘도 행복의 시간 만드시구요^^
예전에 수석을 탐석하기 위해
전국을 유람했는데 돈도 많이 썼죠.
자연석을 탐석하러 갔다가 제법 가치가
있는 돌을 발견할지 못할 땐 아내 보기
민망하여 돈을 주고 구입한 돌을 탐석했다고
거짓 말을 한 추억들이 아련하네요. 은영 선생님은 수석
몇 점이 있느지요.
저는 수석을 진정한 에술이라 합니다.
올려주신 수석과의 일상..
감명깊게 잘 보고갑니다..
좋은 취미를 갖고 계십니다요 ..
생활의 여유가보이는 한 폭의
그림을 상상해 봅니다 ..
각각 자신의 모습을 폼내는 수석 ...
국지성 소나기에 방콕 하고있는
지운이 카페 인연과 함께하는
행복...
내내 건필하시길 빌겠습니다 ()
아름지운님 잘 지내시죠?
예전에는 수석이 참 인기가 있었는데
웬지 예전 만큼은 못한 것 같습니다.
탐석하려 갔다가 새벽에 돌아오기 일쑤였는데
밤잠을 자지 않고 돌을 씻고 또 씻으며
감상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언
10월의 인생이 되어ㅆ네요. 지운님과
소통할 수 있어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올려주신 수석에 관한
좋은 글에 눈 맞추고
잠시 쉼하다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갑니다
행복한 밤이 되세요~^^
좋은 글과 음악이라
참 문학적인 의미가 담긴 것
같습니다.
언젠가 기회 있음 수석 몇 점
가져 보세요.
시상이 모호할 때 돌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와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수석과의 일상..
올려주신 글을 읽다 보니 송죽(우외호)님의
사생활이 살짝 비치네요.ㅎ
돌,수석,자연석....
저는 돌은 돌이니라...하는 정도 밖에 모릅니다.
아~~
한국에 계신 지인이 몆년전에 저한테 귀한 돌이라고하시면서
부쳐 주셨는데 내일 사진 찍어서 올려볼께요.
내 손안에 꼭 안기는 자그마한 돌인데 무늬도 좀 있습니다.
정원 분수옅에 있었는데 내일 찾아서 사진 찍어서 올릴께요.
진솔하게 마음열어 주신글 여러번 읽고 나갑니다.
송죽(우외호)님의 다음 글이 벌써 기다려 지네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네, 선생님
돌을 통해 제 사행활을 볼 수
있다니 영감이 있는 분 같네요.
미련한 사람을 돌대가리로 비유하는 사람들은
보석이 돌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죠.
선생님 돌 올려보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