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 타다가 내려서 부산대 대학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아침에 캠퍼스에 들어가 공대 건물 앞으로 가고 있는데 차가 한대 서 있고 그 옆에 몇사람 서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자동차 타이어 하나가 펑크가 나서 타이어 내부공기가 빠져 주저 앉아 있었다.
고장난 차 주인은 공대 기계과 교수였고 그 옆에 서 있는 두세 사람들도 교수였다. 모두 공학 박사들인데도
자동차 타이어 하나 제대로 갈아 끼워 넣을 줄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수리업체에 전화로 연락해서 수리를 한 것으로 안다.
내가 친구가 타고 다녔던 중고차를 얻어 타게 된 것은 아마도 80년대 후반으로 생각된다.
차종은 대우의 프린스였는데 성능도 괜찮아 잘 타고 다녔다. 당시 안락동에 살았는데 원동 IC에서 도시고속도로 타면 학교까지 25Km 정도 였고 영도에서 부산대까지 왕복할 때가 많았다. 가끔씩 운행중에 엔진이 꺼지는 경우가 일어나 부둣길에서 복잡한 출근길에 차가 서 버리니 지나가던 사이카를 탄 경찰이 뒤에서 밀어서 길 옆으로 옮겨줄 때도 있었다.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지리산 백무동으로 놀러 갔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차 보네트를 열고 라디에터 냉각수캡을 열어 냉각수를 보충하려고 했다. 차가 오래되어 가끔씩 냉각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량 계기판에 있는 냉각수 온도표시지침이 정상으로 있었으므로 냉각수 온도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집사람은 차에서 멀찌 감치 떨어지라고 하고 손에 장갑을 끼고선 캡을 살짝 열었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펑 하고 소리를 내면서 분출하는 것이었다. "앗 뜨거워!" 하면서 손을 떼었지만 이미 화상을 입은 후였다. 화상을 입은 손이 쓰리기 시작하여 우선 일단 계곡물에 손을 담궈 식힌 후 다른 친구 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이 있는 남원으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새차에는 보네트를 열면 냉각수 캡 위에 차를 정지한 후 1시간 이내에는 절대 열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는데 내 차는 오래되어 먼저가 쌓여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수십만톤이나 되는 선박을 운항하는 엔지니어를 거쳤지만 자동차 운전에 관한 기본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고 말고도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적도 있다. 차량 앞 유리창에 먼지가 자주 끼이어서 세척수를 뿜어내 와이퍼로 자주 닦아내곤 하였다. 냉각수나 세척수 그리고 윤활유 등을 차량수리소에 가서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이 드니까 손수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윤활유도 마트에 가서 게이징을 해 본 후 부족하면 보충하곤 했다. 그러다가 세척수를 보충한다는 게 브레이크유 보충캡을 열고 거기에 물을 보었던 것이었다. 나는 앞유리창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이 와이퍼로 올라오는 세척수라인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얕은 지식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되면 큰 댓가를 치루게 된다. 속담에 '반풍수 집안 망한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