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놀러가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고 있네요. ^^
날씨는 따뜻하지만 아침, 저녁 바람에 몸과 마음이 서늘해져서 옷깃을 여미고 있습니다. ㅠ_ㅠ
봄입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놀러가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고 있네요. ^^ 좋은 4월을 보내고 계신지요?
날씨는 따뜻하지만 아침, 저녁 바람에 몸과 마음이 서늘해져서 옷깃을 여미고 있습니다. ㅠ_ㅠ
요즘은 짬이 좀 나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극장에 같이 갈 어여쁜 처자는 없어서 항상 집에만 있습니다만... 신세 한탄이 좀 있었습니다. (__)
며칠 전 본 영화가 마음에 걸려 말씀드려볼까 해서 자판을 두들기게 되었습니다.
성격이 꼬장꼬장해서 그런지 뭘 볼 때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보는 버릇이라(인문학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만 (>_<)/)
‘황후화가 뭘 의미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원제 ‘滿城盡帶黃金甲’을 보며 ‘뭔 말이여?’하다가, 저우룬파(주윤발)님이 영화가 끝날 무렵 누대의 탁자에 앉는 순간까지 고민하며 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이건 뭔가 2%이상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황실에서 벌어지는 핏빛 암투”, “화려한 영상미”등등 광고에서 느꼈던 영상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고(동원된 인원이나 특수효과 등은 볼만했습니다만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눈이 곧 식상함을 느끼더군요.), 황실에서의 암투는 그저 그런 스토리 라인만을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흥행을 이루었다는데.. ‘뭘 보고??’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뭘 말하고자 하는가? 단순한 판타지물일 뿐일까?..’
하지만 [영웅] 이후로 중국영화는 사극에 판타지성을 가미하기 시작하여 자신들의 방대한 역사를 토대로 나름의 문화성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막대한 자본을 통해 상업성과 작품성(판타지물로 보이지만 중국역사를 섞거나, 모티브를 가져오거나,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식으로)을 동시에 확보하는 형태의 중국의 5세대 감독들(첸카이거, 장이모우)의 작품들에서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5세대 감독진 중 첸카이거와 함께 쌍두마차 격인 장이모우의 이번 [황후화]를 그저 그런 내용, 시대적 배경도 알 수 없고 역사적 모티브도 찾기 어렵고 스토리 라인 역시 단조로운 영화로 생각하기가 껄끄러웠습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몰라서 찾았습니다.. 왕이 되기 위해 딴나라 공주님 공리와 결혼한 왕 저우룬파.. 대충 5대 10국 중 하나 인 것 같은데 국화가 왜 중요하고 반짝이는 황금 갑옷은 뭔지.. 배경도 모르겠고 시대도 모르겠고.. ㅠㅠ)
그러다 찾았습니다. +_+/
待到秋來九月八 가을 되어 9월 8일 기다려 왔노니,
我花開後百花殺 내 꽃이 핀 뒤에 온갖 꽃은 시들리.
衝天香陣透長安 하늘 찌를 한 무리 향 장안에 스며들어,
滿城盡帶黃金甲 온 성 안 모두가 황금갑옷 둘렀네.
혹시 이 시를 아시는 분이 계신지요? 당(唐) 말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눈에 익으실 수 있겠습니다만, 이 시는 황소(黃巢)가 쓴 <국화(菊花)> 또는 <부제후부국(不第後賦菊)>이라는 제목으로 당(唐)대의 시를 모두 수록했다는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된 황소의 시 세 수 중 하나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이 바로 영화 [황후화]의 원제(原題) ‘滿城盡帶黃金甲’입니다. 첫 구에 나오는 '9월 8일'은 9월 9일 중양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두 번째 구절 마지막 글자 '‘殺'과 운을 맞추기 위해 '九' 대신 '八'을 썼다고 합니다. 성이 황씨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황소는 유난히 황금색과 국화를 좋아했다는군요. <전당시>에 수록된 나머지 시 두 수 가운데 하나가 <제국화(題菊花)>이고, 잠시나마 장안을 점령하고 황제 자리에 올랐을 때 금통(金統)을 연호로 사용한 것을 본다면 그럴 만 합니다.
이 시 한수가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황소의 반란 역시 짧은 꿈으로 끝났지만 파국으로 치달았던 당나라 말기의 힘없는 정부에 치명상을 입히고 결국 동아시아의 대제국이었던 당唐의 숨통을 끊어냈던 황소의 탐미적 심상을 모티브로 가져왔던 것일까요?
안정적으로 보이던 황실의 가족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는 점차 곪아 파국으로 치닿고 있었기에.. 자기를 미치게 하려는 왕을 죽이고 사랑하는 의붓아들(첫째)을 왕위에 올리려는 반란이 들킨 것을 알았을 때 주모자로 꼬드긴 둘째 아들에게 공리가 말합니다. “菊花都绣好了 总得开一回 (국화가 모두 수놓아 졌으니 어찌됐든 한 번은 피어야지.)”
중양절 밤.. 온 성안에 국화가 흐드러지고 왕이 기거 하는 내성은 중양절의 누대와 국화 화분으로 가득합니다.
의붓어머니가 수놓은 국화수(繡)로 얼굴을 가린 둘째 아들을 선두로 1만의 황금갑옷이 궁 안을 달립니다. 외성에서 황제 직속의 자객을 물리치고 왕이 있는 내성으로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방패들이 이들의 앞을 막아서고 왕의 군사들이 이들을 포위합니다.
내성을 가득 매운 국화는 방패군(防牌群)의 진군과 함께 짓밟히고 시체와 피로 얼룩집니다...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파국 역시 예정되었기에 자그마한 변화를 위해 죽음으로 내달린 이들에 대한 영화.. [황후화]입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있으시면 좀 더 깊이 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저처럼 화려한 영상미 외에는 이 영화에서 별다른 내용과 감흥을 느끼시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글을 올려봅니다.
시각효과이외엔 아무것도 남는게 없더군요. 내용이 정말...^^ 풍소강 감독의 햄릿 리메이크 버젼인 야연이 훨 나았습니다. 장예모감독의 영화가 이연걸 주연의 영웅부터 좀 변질된 느낌입니다. 영웅은 그나마 무술씬은 볼만했지만...전의 국두.홍등,인생같은 영화가 지금의 영화들보다 나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둘째아들은 친아들이었습니다. 첫째만 의붓아들이었고...
본문 글이 마음에 안들어 조금 수정했습니다. 항상 글을 쓰면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가득합니다 ;; [황후화]는 마치 사무라이 영화처럼 죽음에 대한 탐미주의적인 성향이 너무 짙어 우리 정서에는 잘 안맞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중국 문화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 회복이랄까요? 좀 거북스러울 만큼의 화려함과 물량공세로 중국 내에서의 흥행 성적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첫댓글 전 단순히 황실의 궁중암투 및 오대십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정황을 압축하여 보여주는걸로 알았는데...여튼 전 그중에 둘째아들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시각효과이외엔 아무것도 남는게 없더군요. 내용이 정말...^^ 풍소강 감독의 햄릿 리메이크 버젼인 야연이 훨 나았습니다. 장예모감독의 영화가 이연걸 주연의 영웅부터 좀 변질된 느낌입니다. 영웅은 그나마 무술씬은 볼만했지만...전의 국두.홍등,인생같은 영화가 지금의 영화들보다 나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둘째아들은 친아들이었습니다. 첫째만 의붓아들이었고...
다들 '별로...'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예 보질 않았지요. 안 보길 잘한 모양.
본문 글이 마음에 안들어 조금 수정했습니다. 항상 글을 쓰면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가득합니다 ;; [황후화]는 마치 사무라이 영화처럼 죽음에 대한 탐미주의적인 성향이 너무 짙어 우리 정서에는 잘 안맞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중국 문화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 회복이랄까요? 좀 거북스러울 만큼의 화려함과 물량공세로 중국 내에서의 흥행 성적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하더군요..
ㅎㅎ 중국에 있을 때 뻔질나게 광고하던 영화군요.
아무래도 중국에서 흥행한 건 출연진때문이지 싶습니다.. 주윤발 공리에, 둘째아들이... 대만출신인데 최고의 인기가수로 꼽힌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