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돌아가겠군요.”
큰 바위에 걸터앉아 긴 막대에 긴 줄을 연결하여 그 끝을 물 속에 집어넣은 채로 여유 있게 앉아 있던 준후가, 옆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현암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구나. 예정했던 한 달이…… 어떠냐, 그동안 성과가 있었니?”
“있었다면 있을 테고 없었다면 없었겠죠……. 남을 죽이는 능력을 키워 누군가를 없애려 한 점에서 성과 따위 없었다고 봐야 하겠고……, 그것을 좋은 곳에 이용하겠다면 있었다고 하겠죠.”
“그렇겠지……. 낚시라는 것…… 꽤나 즐겁구나. 지겨울 줄 알았더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가 쉬워 지는구나.”
“그렇네요. 기회를 기다리는 한가하고 여유 있는 모습……. 그러다가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 애써야 하겠죠. 현암 형, 이 이야기 아세요?”
“무슨 이야기 말이냐?”
“태공조어太公釣魚 이수삼촌 水三寸…… 태공이 낚시질을 하는데 바늘이 수면에서 세 치 정도 떨어져 있다는 말이에요. 태공망은 낚시에 아무 흥미가 없다는 뜻이죠.”
“그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양상이 지금 우리 둘과 같다는 것이냐?”
“그렇다고 하겠죠. 바늘을 물 안에 담그고 있다는 것만 빼면요.”
“태공의 낚시질이라……. 내 기억에는 그 때 태공망은, 아아, 난 강자아가 편하니 강자아로 하지. 그래, 강자아는 서백후 희창공을 만났다고 하지, 아니냐?”
“맞아요. 강자아는 그때, 희창공이라는 대어가 미끼에 걸려든 틈을 노려 그를 잡았죠. 그리고 역성혁명은 성공하여 중국의 역사는 바뀌게 되었죠.”
“그래, 들은 기억이 있다. 봉신연의…… 였던가?”
“상주연의商周演義 또는 봉신방, 봉신방연의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죠.”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글쎄요……. 솔직히 웃기지 않나요? 지금 우리가…… 3000년도 더 전의 인물인 강자아와 거의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 그리도 우습든? 뭐, 그래. 일단 시작은 하였으니 갈 때까지 가 보도록 하지. 봉신연의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라고요……. 사실 봉신연의가 어느 정도 알려 지긴 하였다 하더라도 실지 그것의 완벽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에요.”
“흠……, 그래? 그럼 넌 알고 있겠구나.”
“해동감결에 나와 있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 드리죠. 오늘은…… 일찍 자 둬야 내일 일찍 출발할 테니까요.”
낚시대 대용으로 사용하던 막대를 던져두고 준후는 근 한 달간 잠자리로 이용했던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현암도 뒤이어 잘 준비를 하였다.
“보패라……. 하긴, 그런 것이 있더라도 우리에겐 별 소용도 없겠지. 사용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런 소리 말아요, 현암 형. 예전에 륭 페이가 썼던 곤선승도 보패라구요. 곤륜산 십이선인 중 한명이며 토행손의 스승인 구류손이 사용한 보패라구요.”
의자에 깁게 몸을 파묻고 준후의 말을 듣던 현암이 슬쩍 놀라는 기세를 보이며 준후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그 채찍이?”
“네, 그리고 이건 아세요? 현암형의 태극패…… 그것의 기원이 복희씨伏羲氏라고요. 복희씨는 팔괘를 만들어 사람의 도리를 모른 채 갈팡질팡 헤매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도식과 음양의 변화를 팔괘로 그려 가르쳤죠. 태극패의 기원이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희창공은 그 추상적인 팔괘에 여덟을 곱하여 64괘로 만들려 하였고 또 그것을 육효六爻로 나누어 384효의 해설을 첨가하려 하였죠. 그것도 7년간의 유패생활 기간 동안에요.”
“그래……? 하지만 난 태극패의 기원보다도…… 알고 싶은 것이 있는데…….”
“뭔데요?”
“선인의 힘의 근본은 무엇이지?”
“글쎄요……. 아마 그 힘의 근본은 내공이라고 생각되지만…….”
“역시 그런가……? 만약에 그렇다면, 내가…… 보패를 손에 넣게 된다면 어찌되는 걸까…….”
“잘은 몰라도 어느 정도는 사용이 가능할 거예요. 너무 강한 보패들만 아니라면요.”
“그렇군……. 준후야, 도착하면 깨워다오. 조금 자야겠다.”
“그러세요.”
그러면서 현암은 의자를 뒤로 재껴 거의 누운 자세가 되도록 하였다. 이른 시각에 타는 차였기에 그리 많은 사람이 타고 있질 않아 폐를 끼칠 염려도 없었다.
“꼭 깨워다오. 알겠지?”
“걱정 말아요.”
다시 한번 더 당부한 현암은 안심이 된 듯 눈을 감았다.
비록 잔다는 말을 하였고 실제로 그런 양상을 하였지만 실제 현암의 머릿속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보다,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암기하려 들 때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에 대해 그리 생각하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현암의 이마에 잠시 맺혔다 떨어지는 땀방울들을 본 준후는 그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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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 쓰기가 싫더군요.... 쓰겠다고 생각하고 한글을 켜고서도 결국은 몇번 훑어보다 끄는 정도...
그리고 이번 이야기... 예전 연제시에는 없던 내용이죠... 사실 이번 업그레이드의 실질적 목적이기도 한 것이죠. 계승자와 연계성을 뚜렷이 하게 위한 것...
태공조어 이수삼촌에서.... 이수삼촌 할때의 '이'를 지원하지 않는 듯 하네요. 한글에서는 잘 돼더니...;
그리고 또...어제 신체검사를 했더니...;; 시력이 1.2, 1.2 나오더군요... 컴퓨터를 줄여야 할지... 컴퓨터를 안하려 하면 TV를 보게 될테니 또 문제가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