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지수]
‘길 위에서 길 찾기’
과거 이문열 작가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 보니 ‘문학 소설가’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며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존재합니다.” 이 작가는 사람들이 특정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만의 의지와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현재’를 택한 이유는 물 흐르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의지이자 취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3개의 갈림길’
이 작가의 아버지는 그가 3살 때쯤 월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사람들로부터 곱지 못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학도
많이 다녔다. 남들보다 학교에 속해있는 시간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이 부족했던 그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첫 번째 선택을 하게 된다. 그가 선택한 길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는 책 읽기를 통해서 지루함과 불행감, 이 두 가지에 대해
위로를 받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책 읽기에 빠진 이 작가는 ‘작가’의 입장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독자에게 전달하는
‘글의 말’인 ‘문장’의 효율성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그는 이내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두 번째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언어의 데생’이다. 마치 데생하듯 사물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기 시작한 이 작가는 인생에서 마주한 갈림길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이문열’이라는 사람을 만들어 갔다.
다음으로 이 작가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는 종교, 철학 등 수많은 장르 중에서 ‘문학’이라는 세 번째
선택을 하게 됐다. 이렇듯 이 작가에게 있어서 ‘작가’라는 직업은 물 흐르듯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것이 아니다. 갈림길에서 그의 의지가 개입된 선택. 즉, 이문열 작가 자신이 정한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얻게 된 것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정한 길에 대한 이유를 반드시 기억하세요.” 이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이유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은 작가라는 직업에서 얻게 되는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는 청춘들에게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갈림길을 찾아 나가려 스스로 노력하며, 자신이 길을 택하게 된 이유를 꼭 기억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의 강의 첫 마디는 "잘 생겼어요?"였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고 신 교수는 사회자 못지않은 입담으로 강연을 풀어나갔다.
행복 = 경제력 ?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하길 꿈꾼다. 그렇다면 왜 성공하고 싶어하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 23개국 학생들의 행복순위에서 대한민국은 23위로 꼴찌다. 그것도 5년 연속이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불행한 이유로 ‘성적’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신 교수는 전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불행한 이유는 부모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나는 불행하지만, 너는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는 신 교수. 그는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이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아닌 부모세대, 즉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아니다. 40년 전보다 GDP(국내총생산)가 10배 성장했지만, 행복지수는 2배도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행복은 돈의 문제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신 교수는 말했다.
행복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하버드 대학생들의 행복을 20년 넘게 조사한 결과,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신영철 교수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마음 읽기(mind reading)’다.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마음 읽기에서 그친다면 사기꾼에서 끝난다며 두 번째로 강조한 ‘공감(empathy)’ 이 꼭 뒤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이해하고, 그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에 관한 예로써, ‘거시기 아들이 거시기 들어갔다네’라는 지방 사투리를 들었다. ‘거시기’라는 불명확한 단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여기에는 ‘마음 읽기’와, ‘공감’ 2가지가 결합하여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렇게 두 요소가 갖추어질 때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몸속에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 즉 공감의 세포가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신경세포가 우리 뇌에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의 전염성. 이것이 발달해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공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정’
남을 생각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감수성이 풍부해져야 한다는 신 교수. 그는 타인과의 공감을 키우기 위해 축구, 동아리 활동, 친구 만나기, 여행가기 등 단체활동을 많이 하라고 추천했다. 또한, 신 교수는 성취 지향적 사회의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지적하며 말했다. “학생들에게 성적은 그들을 결정하는 유일한 가치로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성적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의 인생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가치를 조금은
다르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신 교수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남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음을 강하게 호소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과학자의 이성(Brain)과 시인의 감성(Heart)을 가져라!"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두뇌의 역할이 꼭 필요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선 따뜻한 심장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 교수는 “때로는 지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청년들이 많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강연이 끝난 후, 틴탑의 공연으로 <열정樂서 시즌5 부산 KBS홀 편>이 끝이다. 이문열 작가가 말한 것처럼 모두에게는 ‘인생’
이라는 길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갈림길 앞에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이다.
강연을 찾은 모든 청춘이 인생의 갈림길과 행복 앞에 최고의 선택을 하길 바란다.
글 : 이주환 / 사진 : 이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