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을 가본 산악인들은 주저없이 '그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이라고 말합니다 . 이 땅 최고의 원시림과 온갖 풀꽃이 피어나는 야생화의 보고,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옥수가 철철 넘쳐 흐르는 곳.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 난 곰배령 가는 길입니다. 더 정확히는 강선마을 가는 길입니다.
강선마을 가는 길은 '설피밭'이 들목입니다. 오지여행 마니아라면 다들 '마음의 고향'이라 일컫는 오지의 대명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설피없이는 못산다 해서 마을 이름도 '설피밭'입니다.
설피밭은 해발 700m 고지대입니다.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온 셈입니다. 강선마을은 해발 800m지만 역시 오르막을 느낄 수 없는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초여름 녹음이 우거진 숲길은 눈이 부십니다. 몸도 마음도 초록으로 물이 듭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와 풀, 계곡의 물 뿐입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집니다. 팔뚝만한 열목어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던 곳입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노루귀 이파리랍니다. 노루의 귀를 닮아 '노루귀'란 이름이 붙은 꽃입니다. 6월은 야생화의 휴식기입니다. 이른 봄부터 피는 얼레지 노루귀, 바람꽃이 떠나고 여름꽃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설피밭에서 강선마을까지는 2km, 30분 거리입니다. 너무 짧아 아쉬운 길입니다. 강선마을에는 원주민이 살지 않습니다. 대부분 외지인들로 채워졌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람이 떠난 마을은 쓸쓸하니까요.
수도 없이 다닌 길이지만, 왠지 낯설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변화된 주변 환경때문이나 봅니다.
아마도 5-6년 만인 것 같습니다. 보고싶고, 보듬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참았습니다. 생각만해도 좋은 곳이니까요. 숨겨둔 애인 같은 그런 곳이니까요.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가게'도 있습니다. 갈증을 달래주는 마실거리가 있습니다. 풀 뜯어 먹고 산다는 젊은 부부의 집입니다.
마을 끝은 암자 '서래굴'입니다. 본격적인 곰배령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더 깊은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