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 지요섭
꿈틀대는 지랭이 같은 도로를 가로질러
지름길 능선을 기오른다
절에 도착헐라믄 당아* 멀었는디
성님, 물팍 안 아푸요, 이 험헌 산을
젊은 나도 요로크롬* 심든디
공양미 몇 주먹 안 되는 것 가지고 이 모냥이니
성님~ 내년에는 쌀 대신 돈으로 헙시다, 이잉~
에끼 이 사람아
누가 고것을 몰라서 글것어
내일 당장 아그들 월사금 내기도 바쁜디
공양미 삼백석 올린 심청이를 생각허자구
그만큼 혔승께, 즈그 아부지 눈도 뜬 거 아니것어
암 소리 말고 우들 형편대로 살자구
언능* 가세, 여그저그 법당마다 절 허기도 바쁜디
이래가꼬 비빔밥 한 양재기라도 묵것는가
작년에도 나라비 맨 꼴찌에서 포도시 묵었는디
오늘도 우리 천신*이 어쩔랑가 모르니께 후딱* 가자구
성님~~ 근디, 오늘은 발걸음이 쪼까 무겁네요
발바닥에 까시 백킹 것맹키로..
우들이 밥만 묵으러 가는 것도 아니구
불공드리러 가는 것인디~~ 영 껄적지근 허네요
허기사, 나라고 그런 생각이 왜 없것는가
행사 때마다 삐가번쩍 차들이 왔다 갔다 허니께
절집 사람들 맴이 배낀 것은 아니것지만
어쩐지, 요새는 스님들 눈치가 비드랑께...
당아:아직
요러크롬:이렇게. 이러하게의 준말
언능:얼른
천신:처음 또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차례
후딱:빨리빨리
도솔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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