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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08
1. 신영네 거실 / 밤
7부 엔딩 연결로.
다정 : 하민재가 연상의 여자 꼬시기 내기를 했대. 그 상대는 너구.
신영 : ........뭐?
부기 : !!
다정 : 하민재가 나반석씨 친한 후배래. 반석씨한테 들었어.
신영 : ..........(오디오를 끈다) 다시 말해봐..... 뭐가 어쨌다구?
다정 : 처음 만나 저녁 먹을 때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
그 때 자기 친한 후배가 연상녀 자빠뜨리기 내기를 했다는 거야.
그땐 웃고 넘겼는데 그저께 TV에 하민재 나오는 걸 보구...
부기 : 쟤가 내 친한 후배다..... 그래서 혹시 그 후배가 하민재냐 퍼즐을 맞췄구만.
다정 : 그렇죠. 여자한테는 신비한 육감이 있잖아요.
신영 : (버럭) 넌 그런 얘길 왜 이제야 해!
다정 : 니가 얘기할 기회를 안줬잖아.
신영 : ..........(잠시 공황상태로 멍하니 있다가 초를 후후 불어 끈다)
다정 : 너 혹시 걔한테 쑥스러운 고백 같은 거 했니?
신영 :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는).....
2. 방송국 연습실 / 낮
신영의 상상...
키득키득 웃고 있는 후배들.
민재는 오만한 표정으로 한 쪽에 건들거리며 앉아있다. 악마 같은 웃음소리 에코로 들린다.
다른 후배 : (수줍은 신영 흉내) 널 좋아하게 될까봐 두려워.
일동 : (신영을 조롱하듯 카메라를 향해) 와하하하하.....
민재 : 다들 내 실력 봤지? 모든 연애 상담은 나한테 해라. 내가 쓰는 가사에 토달지 말구.
일동 : (조폭들 90도 인사) 예!
3. 신영네 거실 / 밤
고개 도리질치며 괴로워하는 신영.
신영 : 안돼 안돼..........
다정 : 너 혹시 너무 사랑한다고,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울어 버린건 아니겠지.
부기 : 내기로 시작했어도 진짜 좋아졌을 수 있잖아.
다정 : 원래 창작하는 사람들 작품 쓸려고 일부러 연애 걸고 사람 이용하기도 한대.
어쩜 하민재 지금 작곡하고 있을지도 몰라. (기타치는 시늉과 함께) 이웃집 이모를 꼬셨네~
부기 : 정다정씨, 그 입 좀 다물지?
다정 : 이신영 너 원래 사주에 남자 복이 없다고 나오니?
신영 : .........순간 자만했었어....
다정.부기 : (신영에게 주목).............
신영 : 나이 같은 거 상관없구나, 나 좋다는 남자들은 언제라도 나타나는구나.
역시 인생엔 꽃밭이 숨어있고 나는 아직 매력적인가보다...
다정 : 왜 그랬어.
신영 : 그동안 얼마나 주렸으면 장난인지 진심인지도 구별도 못하고 놀아났을까.
다정 : 사막에 오아시스 파놓고 물 먹나 안 먹나 시험한 놈이 나쁘지.
부기 : 이거 심각할 문제가 전혀 아니야. 하민재 눈빛 못 봤어? 남자를 그렇게 못 읽니.
신영의 핸드폰 테이블에서 울린다.
다정, 얼른 뛰어가 들고 발신자 본다.
다정 : (신영에게 갖다주며) 하민재다. 받아서 죽여 버려!
부기 : 받아! 더 살갑게 여우같이 감아버려.
신영 : (신경질 적으로 밧데리를 빼버린다)
부기 : 저런 하수!
4. 민재네 거실 / 밤
핸드폰 들고 있는 민재. 갸우뚱 하면서 끊는다.
앉아서 책을 펼쳐 드는데 '삑삑' 버튼 누르는 소리가 나고 현관문이 열린다.
민재, 현관 쪽으로 다가가면 상미 들어온다.
(상미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점점 격해져 간다)
민재 : 엄마...
상미 : ......(말없이 민재 바라보는)
민재 : (밝게) 연락 좀 하고 오지. (주섬주섬 치우며) 오늘만 이래. 보통 땐 깨끗이 정리해놓고 살아요.
상미 : (차분하다) 나가.
민재 : ...........
상미 : 너까지 날 속이니. 너도 니 아빠를 닮았구나.
민재 : 엄마.........
상미 : 음악 안하겠다고 했지. 그래놓곤 방송까지 나가서 노래를 불렀니.
민재 : 지금까지 엄마가 원하는 건 내가 다 했잖아요.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예요.
상미 : 넌 날 이해하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민재 : 지금도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아들이예요.
그치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고, 좋아하는 게 있어.
상미 : 민재야, 내 인생엔 너 밖에 남는 게 없어.
난 니가 남들이 다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됐음 좋겠어.
민재 :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상미 : 시집에서 나 무시할 때도, 난 내 아들 최고로 키웠다 그 자부심 하나로 버텼어.
난 너한테 모든 걸 다 걸고 견뎠어.
민재 : 왜 나한테 모든 걸 다 걸어,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데.
상미 : 나한테 어떤 돌파구가 있겠니.
민재 : 엄마 아직 젊고 이뻐요.
상미 : 스무 살에 결혼해서 살림만 하고 살았어. 밖에 나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용기도 없어.
내가 가진 거라곤 세상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니 아빠랑, 내가 의지하는 아들 너 뿐이야.
민재 : 왜 자꾸 움츠러들고 스스로를 시시하게 생각해.
상미 : 응, 난 시시해.
민재 : 듣기 싫어요 이제 그런 소리.
상미 : ..........
민재 : 나도 엄마를 사랑하지만 내가 엄마의 인생이자 꿈은 될 수 없잖아. 내 길을 가로 막지 마세요.
상미 : 니 길을 가로 막아? 내가?
민재 : 엄마, 내가 뭘 하건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상미 : 넌 똑똑해서 좋겠구나. 내가 낳은 아들 같지 않네.
민재 : 이젠 그런 말도 좀 하지 말구요.
상미 : ........너 이제 내 아들 아니다. 너도 니 아빠두 이제 다 버릴래. 그래야 내가 살겠어.
민재 : 엄마.
상미 : 짐 안 싸니. 나가라니까.
민재 : .............
민재, 말없이 상미를 보고 서 있다 방으로 들어간다.
상미, 거실에 혼자 서 있다.
민재, 방에서 트렁크 들고 나온다. 가방에 CD와 책들 던져 넣는다.
상미, 심장이 무너져 내린다. 민재에게서 시선을 돌리는데 사진이 놓인 테이블로 눈길.
민재와 신영, 다정히 웃고 서 있는 모습.
상미 : .........얘는 여자 친구니.
민재, 액자 얼른 가방에 던져 넣는다. (상미가 신영의 얼굴 확실히 인식 못할 정도로 얼른)
민재 : 여자 친구 아니예요. 나 혼자 좋아하는 여자예요.
상미 : 여자친구 생기더니 변하는구나.
민재 : ........(짜증난다는 듯 물건 가방에 던져넣고)
상미 : 얘가 이 집에도 왔었니.
민재 : 안 왔어요.
상미 : ............
민재 : (계속 짐 싼다)
상미 : 이 집, 세놓을 꺼다. 다시 들어올 생각하지 마.
상미, 현관문 쾅 닫고 나간다.
민재, 가방에 넣던 책 집어던지고 가만히 앉아있다.
민재 : ................
5. 신영의 침실 / 밤
벽보고 모로 누워있는 신영.
부기, 문 연다.
부기 : 이신영, 나 간다. 기분 풀고 잘 자.
신영 : (벽보고 누은 채) 넌 사는 게 재밌니?
부기 : 재밌지. 하루하루 감사하고.
신영 : (일어나 앉으며) 가는 게 있음, 오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니.
갈 사람이 갔음 올 사람도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부기 : 그런데?
신영 : 난 이제 우주의 질서에서도 버림받은 거 같아. 하늘도 나를 버렸다.
부기, '저걸 그냥' 달려들어 신영의 주둥이를 비틀어 버린다.
신영 : (두 입술 잡힌 채 아파서 소리치는) 음음음.....
신영의 비명 소리에 뭔가 싶어 다정도 방문 열어 고개 살짝 들이 밀고.
부기 : 주둥이를 뽑아 버려야 그 딴 말 안하지.
신영 : 빠졌던 머리카락이 새로 돋는 기분이었어. 어린애 장난에 모처럼 설렜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부기 :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수많은 이상한 놈들을 떠올려 봐라.
두 달 사귀고 헤어지면서 자기가 사준 코트값 돌려달라고 영수증 스캔해서 보낸 애도 있었잖아.
다정 : 난 소개팅한 날 택시비 꿔간 애도 있었는데.
부기 : 그런 애들에 비하면 하민재 얼마나 귀엽니. 너두 같이 놀아 준 걸로 합리화 시키면 되지.
나이 들면서 얻는 게 주름뿐이냐? 퉁쳐 넘기는 지혜, 그리고 너그러움.
신영 : 구차하다 구차해. (이불 쓰고 눕는)
부기 : 하민재 어떻게 나오는지 계속 지켜봐. 걔 눈빛은 사랑이었어.
신영, 눈 껌뻑거리며 가만히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고 달려 나간다.
다정.부기 : ....야!
6. 거리 / 밤
운동화 신은 신영, 이를 악물고 열심히 달려간다.
뒤에서 따라가는 부기와 다정.
부기 : 야! 너 어디가.
다정 : 하민재 찾아가나 본데 막아야 돼요.
부기 : 이신영! 추해! 가지 마!
신영, 버스 정류장으로 오는 버스에 뛰어가 탄다.
버스 출발한다.
다정과 부기 따라와 버스를 두드리고 이내 올라탄다.
7. 버스 / 밤
맨 뒷자리에 앉은 신영, 다정, 부기의 몸싸움. 신영을 끌고 내리려 하고 신영은 버티고 있다.
좌석에 드문드문 앉은 사람들 뒤돌아 구경하고.
부기 : 빨리 내려, 이게 무슨 짓이야.
다정 : 내가 소개팅 시켜줄게 너 이러지 마.
신영 : (버스 기둥 손잡이 꼭 잡은 채 버티고 있다)
부기 : (팔을 뜯으려) 어우 기집애가 힘도 쎄.
다정 : 남자 없는 애들이 꼭 힘만 세더라.
몸싸움 계속.
버스 서고, 신영 후다닥 내린다.
부기와 다정도 '기사님 잠깐만요' 하고 따라 내린다.
8. 남산 도서관 근처 / 밤
남산타워의 불빛 보인다.
신영, 장군처럼 서서 서울의 야경 내려 다보고 있다. 비장하다.
신영 : .............
뒤에선 커피 파는 손수레에서 김나는 커피 받아드는 다정과 부기.
다정 : 아흐 추워.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해.
부기 : 남말하고 계신다는.
다정 : 야 이신영. 뭔 말이라도 좀 해봐. Speech!
신영 : 입사 준비할 때 매일 버스타고 남산도서관 와서 공부했어.
밤마다 서울의 저 불빛들을 보면서 멋진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었어.
다시 초심을 찾을꺼야. 하찮은 남자들에 흔들리지 않을꺼야 이젠.
다정 : 지장도 찍어.
신영 : 외로울수록, 홀로 남겨질수록, 의지할 이가 없을수록 난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부기 : 놀구 있다.
신영 : 19세기에 고아소녀 제인 에어가 했던 말이야.
제인은 몰랐겠지, 21세기에도 그 말에 공감하는 여자가 있다는 걸.
다정 : 니 표정 비장하다.... 정말 남자 끊고 독신선언 하는거야?
신영 : ............
부기 : ............
다정 : .............
신영 : 내 인생에 더 이상의 피투성이 소개팅은 없어, 나는 소중하니까!
그렇다고 노처녀로 평생 늙지도 않을거야.
다정.부기 : 그럼?
신영 : 윤상우랑 잘해볼거야.
9. 항공사 휴게실 / 낮
유니폼에 단추 달고 있는 상우. 바느질 하다가 손 찔린다.
상우 : 아흐.....
승무원 : 제가 도와드릴까요?
상우 : 아뇨 괜찮습니다.
승무원 : 이런 말 죄송한데... 부기장님 그때 그냥 결혼하시지 그랬어요.
상우 : .....파혼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살꺼 제대로 좋아하는 사람이랑 살아야죠.
네, 비록 이 꼴로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또 찔리는) 으 따거.
승무원 : 제 친구는 영 아니세요?
상우 : 알잖아요, 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
승무원 : 제 친구가 날씬하고 예뻤으면 생각이 달라지셨겠죠? 이런 게 남자의 이중성인가 봐요.
상우 : (펄쩍) 이중성이라뇨. 전 예의상 거절할 수 없어서 만난 겁니다. 절 이상한 남자 취급하지 마세요.
(E) : 상우 핸드폰 벨
10. 항공사 카페 / 낮
다정, 찻잔 놓고 앉아있다.
상우 들어온다.
상우 : 다정씨, 웬일이예요?
다정 : 쇼핑 가는 길에 들러봤어요. 데이트 갈 때 입을 옷 좀 살려구요.
상우 : 데이트요?
다정 : 그 때 런던에서 만난 한의사랑 잘되고 있어요.
상우 : 와.... 올해 안에 국수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다정 : 상우씨! 상우씨 한테도 기회가 왔어요.
상우 : 무슨 기회요?
다정 : 하민재가 신영이를 좋아한 거, 내기였대요. 연상의 여자 후리기 내기.
상우 : (신나서) 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다정 : 지금 상우씨가 강하게 치고 들어오면 돼요. 신영이도 상우씨를 다시 생각하고 있으니까.
상우 : 역시 하늘은 제 편인 것 같네요.
다정 : 신영이한테 모르는 척 전화 한번 하세요, 같이 저녁 먹자구.
상우 : 고마워요 다정씨.
다정 : 화이팅!
상우 : 화이팅!
11. 플라워 샵 / 낮
근사하게 수트 차려입은 상우. 정성스레 카드를 쓰고 있다.
옆에선 꽃바구니 만드는 점원들.
12. 보도국 일각 / 낮
바쁘게 움직이는 신영과 AD.
신영 : 세트는 저번 보다 이쁘게 나왔다.
AD : 이게 다 전화위복이라니까요.
신영 : 편집실 가서 얼만큼 됐나 보고 전화 줘.
AD : 넵! (씩씩하게 뛰어가고)
신영, 스튜디오 배정판으로 간다.
명석 : 방송 준비 잘돼 가냐.
신영 : 그럼요.
명석 : 너 하민재란 어린애 데리고 논다며.
신영 : (열 받는) 누가 그래요.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어선... 말해 봐요, 누구한테 들었어요?
명석 : 아님 말구. 뭐 그렇게 흥분하냐?
신영 : 선배가 지어낸 거 아녜요?
명석 :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신영 : 선배나 소문 신경 쓰세요. 출입처 직원들 막 대하고 맨날 (엄지 검지 말아 쥐어 돈 모양 만들어)
땡길 궁리만 한다는 얘기 있어요. <땡기다 : 뭔가를 받다, 공짜로 얻다란 뜻의 기자은어>
명석 : 너 같이 못난 애들이 날 경계해서 만든 헛소문이야.
신영 : 저도 하민재랑 아무 관계 아니예요.
명석 : 취재 할때 꼭 데리고 다닌단 말 들었는데...
신영 : 도움 몇 번 받았어요, 그게 다예요.
명석 : 시집은 언제 가냐?
신영 : (빤히 바라보는)
명석 : (놀리듯 웃으며) 내일?
신영 : 바지 지퍼 열렸어요.
명석 : (깜짝 놀라 고개 숙이고 본다)
신영 : (명석 머리에 주먹질하며 입모양으로 개새끼 또는 10새끼!)
명석 : 아닌데?
신영 : (예쁘게 웃으며) 늘 제 혼사문제에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간다)
명석 : (지퍼 한 번 더 내려다 보고) 아.... 노처녀라 꼭 이런 데만 봐.....
13. 보도국 일각 / 낮
신영, 바쁘게 걸어가는데 저만치 CD와 악보 들고 걸어오던 민재가 보인다.
다른 데 보는 척 외면하며 빨리 걷는 신영.
민재, 멀리서 신영을 보고 반가운 얼굴. 부지런히 따라간다.
민재 : 신영씨!
신영 : .......(못 들은 척 가고)
14. 기획팀 사무실 / 낮
신영, 들어서는데 크고 화려한 꽃바구니 놓여있다.
해진 : 이거 뭐야, 이신영 자작극 아냐?
신영 : (어리둥) 나한테 온 거야?
해진 : 카드 봐봐 누군지.
민재, 들어선다.
신영, 민재의 등장을 감지. 그러나 모른 척 하고. 카드 펴 본다.
'오랜 내 친구, 연인 신영! 저녁같이 먹자. 로비에서 기다릴게... 윤상우'
AD : (달려 들어 보는) 윤상우가 누규예요?
작가 : 아... 그 옛날 남친. 잘생긴 파일럿 말이지?
해진 : 둘이 다시 사귀는 거야? 잘됐다.
신영 : (일부러 민재 들으라는 듯) 얘가 좀 스윗하긴 해.
AD : (돌아보며) 어머 민재씨! 언제 왔어요?
민재 : 안녕하세요.
신영 : (반가운 척) 어? 하민재씨. 웬일이예요?
민재 : 잠깐 차 한 잔 할래요?
신영 : (주변 돌아보며) 누구? 나?
민재 : .......(왜 이러나 싶고)....
신영 : 구성 회의가 있어서 힘들겠는데 지금은.
민재 : (신영 팔을 끌어와 두 사람만 들리게) 며칠동안 연락도 안되고 어떻게 된 거예요.
신영 : (아무렇지 않게 큰 소리로) 녹화가 코앞이라 정신없지, 이 사람아.
민재 : 저녁 같이 먹어요. 맛있는데 예약해 놨어요.
신영 : 나도 그러구 싶은데 어쩌지. 오늘 저녁은 저 꽃 보내준 친구가 먼저 신청을 했어.
나중에 전화할게, 민재씨.
민재 : ....그래요.
신영 : 빨리 회의 합시다. 나 저녁약속 있어. 얼른 모여 봐.
민재 : ........
15. 연습실 / 낮
민재, 들어와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는다.
민재 : ..............
후배 : 형, 뭐해? 가자. 유피디님 기다려.
민재 : .........
후배 : 어디 아파요?
민재 : 생각 좀 하느라고.
후배 : 무슨 생각?
민재 : 내가 10년 먼저 태어났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
후배 : ........어떻긴 뭐가 어때. 열 살 더 먹었겠지.
16. 방송국 카페 / 밤
유PD와 민재, 다른 스탭들 모여 커피마시며 얘기하는 중.
민재, 어디론가 시선.
근사하게 차려입은 상우, 와서 테이블에 앉는다.
상우는 등 돌리고 앉아 민재를 못 보는.
민재 : ..........
유PD : 그럼 이 곡은 민재씨가 피쳐링 해볼래요?
민재 : ....네?
유PD : 딴 생각하고 있었구만.
민재 : 아, 앙상블 연주 코너 말씀이시죠? 그건 저랑 다른 칼라의 보컬이 하는 게 좋겠는데......
(하며 다른 데로 시선)
가방 맨 신영, 다가온다.
카페를 가로 질러 좌우로 민재와 상우가 앉아있다.
신영 : (반갑게 상우 쪽으로 가며) 상우야!
상우 : 응!
신영 : 오늘 맛있는 거 사줄꺼지?
상우 : (신영의 반응이 놀랍고도 좋아) ........그럼!
신영 : 가자! (상우의 팔짱을 낀다)
민재 : ................
17. 일식집 / 밤
신영, 상우 초밥 먹는 중.
신영, 구성안 뒤적거리며 상우에겐 소홀하다.
상우 : 나 지금 너랑 첫 데이트 할 때 느낌이야. 미팅하고 대학로에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신영 : ....(시큰둥) 그래?
상우 : 넌 안 그래?
신영 : 나야 뭐 너랑 있음 편하긴 하지.
상우 : 부질 없지?
신영 : 뭐가?
상우 : 하민재랑 만났던 거.
신영 : 너도 날 차고 다른 여자랑 결혼 날까지 잡았던 거 부질없니?
상우 : 우리 참 먼 길을 돌아왔다. 다시 만나서 기뻐.
신영 : 우리 4월쯤 결혼 할래?
상우 : ............
신영 : 싫어?
상우 : ......너 하민재를 남자로 좋아하긴 했었구나.
신영 : 결혼하자니까 왜 딴 소릴해.
상우 : 지금 걔 때문에 속상해서 마음 돌릴려고 이러는 거잖아.
신영 : .........아니라곤 말 못해. 그냥 좀 받아주면 안되니.
상우 : .........
신영 : 나도 이제 헤매는 거 지쳤거든. 한 사람한테 정착하고 싶어. 그게 너여도 괜찮을 것 같아.
상우 : 너였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너여도 괜찮을 것 같다?
신영 : 따지지 말고 그냥 좀 품어주라. 나 요즘 회사에서도 힘들다.
상우 : ..........
신영 : 싫음 말고.
상우 : 그래, 맘 넓은 이 오빠가 받아주마. 우리 헤맬만큼 헤매고 서로 싸울 만큼 싸웠으니까
이제부턴 마냥 행복하게만 지내자.
신영 : 그래, 옛날 연애하던 때로 다시 돌아가 보자.
상우 : (손가락을 까닥까닥. 앞으로 오라고)
신영 : ?? (앞으로 얼굴 다가오면)
상우 : (신영 이마에 뽀뽀)
신영 : ......
상우 : 너 머리 안 감았니?
신영 : 편한 건 좋은 데 너무 긴장감이 없는 것도 문제다.
18. 신영 집 앞 / 밤
상우의 차 와서 선다.
신영과 상우, 내린다.
상우 : 나도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실까?
신영 : 청소한 다음에. 오늘은 지저분해.
상우 : 그래 그럼. 들어가, 내일 전화할게.
신영 : 잘 가 상우야.
상우의 차 멀어진다.
손 흔들고 집 쪽으로 걸어가는 신영.
앞에 민재 서 있다.
신영 : !!...........
신영, 다시 보면 민재와 비슷한 체격의 남자대학생 서서 핸드폰으로 통화중.
신영 : .....(허탈 씁쓸) 민재가 우리 집 모르지..... 가르쳐 줄 껄 그랬다....
신영, 들어간다. F.O.
19. 미용실 / 낮
머리 드라이하는 다정. 데이트 준비. 미용사에게 열과 성을 다해 코치중.
다정 : 어려 보이게요, 좀 귀엽게 해주세요...
아니 아니 그렇게 삐치지 말고. 그럼 성격 있어 보여서 안 된다니까.
20. 카페 / 낮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는 반석.
쟁반에 '나' '반' '석' '♥' 글씨 모양의 쿠키와 예쁘게 미소 짓는 소년 소녀 얼굴 쿠키가 놓여있고
움직이지 않게 랩으로 싸고 리본을 둘렀다.
다정 : 어젯밤에 반석씨 드릴려고 만들었어요. 예쁘죠?
반석 : ....... (말문이 막혀)
다정 : ....맘에 안 드세요?
반석 : .....너무 감격스러워서요... 태어나서 이런 거 처음 받아봅니다.
어떻게 제 인생에 이런 순간이 올까요.
다정 : (미소) 저도 어떻게 제 사진을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띄워주는 사람이 생겼을까요.
반석 : (가슴이 벅차 말이 안 나온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아 후...... 심장이 뛰어서 말을 못하겠네.
다정 : 저도 지금 눈물 날 거 같아요.
반석 : 다정씨.....인간 맞아요? 천사 아니세요?
21. 전시회장 / 낮
다정하게 서서 그림(또는 사진?) 감상중인 반석과 다정.
다정, 천천히 다음 작품으로 옮겨가며 그림을 본다.
반석, 다정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손이 살짝 스치는 척 하며 잡으려고 하는데
다정이 다음 그림으로 옮겨가고....
반석 : .........(침을 꿀꺽)
다정 : 이 그림 너무 좋죠?
반석 : 사 드릴까요?
다정 : 아니예요오.
반석 : 저녁 먹고 뭐할까요 우리.
다정 : 음.....영화 볼까요?
22. 자동차 극장 / 밤
반석의 차에 나란히 앉아있는 반석과 다정.
눈은 영화를 보고 있지만 묘한 긴장감과 탐색전.
반석 : (곁눈질로 다정의 입술과 목선을 본다. 가슴 쪽으로 시선이 가다가 얼른 영화로 고개 돌리고)
다정 : ...........(곁눈질로 반석을 본다. 꼼짝않고 순진하게 영화만 보고 있는 모습. 혼자만의 작은 한숨)
다정, 갑자기 명치끝을 주먹으로 친다.
반석 : 왜 그래요? 불편하세요?
다정 : 기분좋아서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 살짝 얹힌 것 같아요.
반석 : 진작 말씀을 하시죠. 손 줘보세요.
반석, 다정의 손을 만져 본다.
반석 : 차갑지는 않은데..... (맥을 짚어본다).........
다정 : ...........
반석 : 체끼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엄지와 검지사이를 자극하면 좀 편해질 겁니다. 제가 해드릴게요.
반석, 다정의 손을 잡고 엄지 검지 사이를 누른다. 성의껏 열심히.
다정, 반석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손을 맛사지 하는 반석의 손을 감싸 쥔다.
반석 : !!..........(손 잡힌 채 가만히....)
다정 : 반석씨는 어쩜 그렇게 자상하세요.
반석 : .........
두 사람 마주본다.
다정, 촉촉하고 뜨거운 눈길.
반석, 다정을 와락 껴안는다.
다정 : (반석의 팔에 귀걸이가 걸리고 눌려 아픈) 아... 아.... 귀걸이 귀걸이!
반석, 얼른 떨어진다.
다정, 귀걸이를 뺀다.
두 사람 다시 마주본다.
반석, 다정에게 다가간다. 다정 입술에 순진한 살짝 뽀뽀를 하자
다정, 반석을 껴안고 고개를 비튼다.
(코믹하고 좀 더 핫한 키스의 느낌)
23. 부기네 거실 / 밤
신영, 부기 차 마시는 중.
부기 : 윤상우랑 데이트는 즐거웠어?
신영 : (심드렁) 그렇지 뭐.
부기 : 별로 끌리지도 않는데 만나는 거야?
신영 : 안정적인 노선이 걔 하나밖에 없잖아. 좋아하도록 노력할거야.
초인종 소리, 방정맞게 여러 번.
부기, 인터폰 가서 보면 한껏 들뜬 다정 인터폰 카메라 향해 윙크하고 손 흔들고 갖은 애교 다 떤다.
부기 : ....왜 저래 무섭게....
신영 : 쟤 오늘 그 남자 만나러 갔는데...
부기 : 이 시간에 웬일이지?
신영 : 집에 내가 없으니까 자랑할 데 찾아 왔나봐. 나 여기 없는거다.
신영, 후다닥 신발 치우고 옷방으로 숨는다.
부기, 문 열면 다정 날아 들어온다.
다정 : 부기씨! 나 오늘 나.... 오늘..... (벅차서 말을 못하는)
부기 : 말을 해요 말을....
다정 : 나 오늘.....3년 9개월 만에 키스했어요.
부기 : ....꽤 오래 쉬었네요. 축하해요.
신영,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듣고 있고. 우습다는 듯 콧방귀.
다정 : 나 올해 안에 결혼할 것 같아요.
부기 : 청혼 받았어요 벌써?
다정 : 주말에 부모님 만나기로 했어요.
부기 : 너무 빠른 거 아냐?
다정 : 빠르긴요. 왜 이제야 만났지 싶게 모든 게 비슷하고 잘 통해요.
이래서 인연이 따로 있다는 건가봐요. 이신영이랑은 나보다 먼저 알았어도 안돼잖아요.
신영 : (부글부글)
부기 : 다정씨나 그 남자 꽉 잡아요. 전문직에 차남에 원하는 조건도 얼추 맞네.
다정 : 그리구 쪼잔한 남자 아니예요. 전시회가서 이 그림 좋네 했더니 대번에 사드릴까요? 이러더라구요.
이신영한테 초콜렛 하나 띡 준건 그냥 한번 찔러본거야. 맘에 들지도 않으면서.
신영 : (박차고 나오며) 야!
다정 : (놀라) 꺅! 너 어디서 튀어나와.
신영, 쿳션을 들어 다정을 팬다.
신영 : 너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됐지 난 왜 들먹여.
다정도 몇 대 얻어맞다가 쿳션을 들어 신영과 맞선다.
다정 : 정신 차리고 윤상우한테나 잘해.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지 말고.
신영 :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부기 : 그만! 왜 남의 집에 와서 싸워. 둘 다 나가!
스톱. 두 사람 쿳션 싸움에 부기도 머리 얻어맞고.
부기, 두 사람 뒷덜미를 잡아 벽에 쾅 밀쳐버린다.
24. 포장마차 / 밤
머리 산발로 앉아있는 세 여자.
소주와 막걸리 놓여있는 테이블. 술 몇 잔 마셔 얼큰해져 있다.
다정 : ......(신영보며) 내가 미안했어...니가 걱정돼서 그랬어... 진심이야.
부기 : 이신영 너도 사과해.
신영 : 내가 사과할 게 뭐 있니. 쟤 혼자 진상이지.
부기 : 남자 생긴 다정씨가 이해해요.
다정 : 부기씨, 나요... 이젠 보고 싶은 영화, 쭈뼛거리면서 혼자 안 봐도 되고
맛난 거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이 생겨서 (혼자 감격해 울먹) 너무 좋아요....
플래쉬 백 -- 아구찜 집.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맛난 아구찜 놓고 둘 셋이 모여있는 다른 테이블.
산더미처럼 쌓인 아구찜 큰 접시를 놓고 혼자 앉아있는 다정. 옆엔 막걸리.
다정, 위축되고 슬픈 표정. 젓가락으로 겨자 간장을 섞는다.
다정(E) : 아구찜 같이 대찬 거 혼자 먹을 때.... 나 너무 슬펐어.
부기(E) : 그렇지. 아구찜은 소짜로 시켜도 양이 2,3인분이니까.
플래시 백 -- 신영네 거실(또는 그 전에 다정이 살던 집 방)
쿠킹 호일에 초라하게 싸인 아구찜에 젓가락 걸쳐놓고 두 손 모아 기도 하는 다정의 모습.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처럼 비현실적이고 몽환 적인 모습.
파자마 입고 '오늘도 무사히' 컨셉으로 두 손 모아 어디론가 우러러보며 무릎 꿇고 있는 다정.
다정(E) : 남는 거 싸 달래서 다음 날 또 혼자 먹을 때마다 간절히 기도했어요.
파자마 다정 : (손 모아) 아구찜 같이 먹을 그 사람을 주시옵소서. 꽃등심 함께 나눌 그 남자를 허락하소서.
신영 : (소주 쫙 마신다)
다정 : 신영아, 널 위해서도 기도해줄게. 상우씨랑 행복하게 되길. 건배!
부기, 신영 옆구리 쿡 찔러서 잔 들게 만들고 세 여자 건배하고 술 마신다.
신영 : (술잔 내려놓으며) 앞으로도 많겠지?
부기 : 뭐가.
신영 : 한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나한테 생겼던 거. 나보다 한참 어린 하민재를
내가 남자로 느끼고 가슴이 떨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내가 알파벳 외울 때 태어난 애를 보면서 난 사랑을 느꼈어.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다정 : 연금 탈 때 태어난 것보단 낫지 않니.
부기 : 연금 탈 때 나오면 손자지.
신영 : 앞으로 이런 일들은 계속 있을꺼란 말야. 전혀 예상치 못하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우리가 하게 될 꺼란 말야. 난 그게 무서워.
부기 : 그걸 받아들이는 게 인생이지. 너만 그렇겠니 남들도 그래...
이해하면서 우린 현명해지고 늙어가겠지.
다정 : 늙기 싫어!
신영 : 아이크림은 어디께 좋니?
25. 연습실 / 밤
민재, 혼자 기타 연습 중.
민재 : ....갑자기 오바하는 건 뭔가 싸인이야.
민재, 기타줄을 거칠게 드릉 튕긴다.
26. 민재네 원룸 / 낮
상미, 들어선다.
텅 빈 거실. 큰 가구만 남아있고 민재의 물건들은 다 사라졌다.
상미 : ............
상미, 구석에 세워진 청소기를 꺼내와 돌린다.
발에 걸리는 것들 툭툭 차버리면서 거칠게 청소하는 상미.
청소하다 주저앉아 흐느끼는 상미.
27. 반석네 거실 / 밤
트렁크 들고 들어오는 민재.
반석, 민재를 맞으며 놀라서.
반석 : 너 뭐야. 왜 이래.
민재 : 당분간 신세 좀 질게 형.
반석 : (난처한) 야, 나 좋아하는 여자도 생겼는데.....
민재 : 여자 친구 올 땐 비켜줄게 걱정하지 마. (서재 쪽 가리키며) 나 이 방 써도 되지?
반석 : 엄마랑 무슨 일 있어?
민재 : 좀 그렇게 됐어. 나중에 얘기해줄게.
반석 : 웬일이냐.... 천하의 효자 하민재가.
민재 : 효자라고 모든 걸 엄마 뜻대로 할 순 없잖아.
반석 : 그렇다고 애처럼 가출은....
민재 : 걱정 마. 엄마는 내가 차차 풀어줄꺼야.
반석 : 참! 이신영 기자가 별말 없디?
민재 : ?? 왜?
반석 : ......정말 모르고 있나보네.
민재 : 뭔데?
반석 : 내가 만나는 사람이 이신영씨랑 같이 사는 친구야.
민재 : 진짜?
핸드폰에 뜬 다정의 요리수업 사진.
민재에게 핸드폰 사진 보여주는 반석.
반석 : 동시통역사 정다정씨. 이쁘지?
민재 : 기억 난다. 한번 본 적 있어.
반석 : 다정씨가 알게 됐어. 니가 연상의 여자 꼬시기 내기 한 거.
민재 : (골치 아프다는 듯) 아... 형 원래 입이 그렇게 싸?
반석 : 내가 미쳤다고 말을 했겠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구, 그 연상의 여자가 누군지는 나도 모른다고 했고
다정씨도 모른다는데.... 같이 살다보면 모를 수가 있겠냐.
민재 : ........(뭔가 풀리는) 이제야 감이 잡힌다. 왜 갑자기 오바를 했는지.
반석 : 왜? 무슨 일 있었어?
민재 : (픽 웃는) 여자들이란...
반석 : 너 조심해. 내 입장 난처해 지지 않게. 내가 살짝 이상한 남자 처럼 보일수도 있잖냐.
처음엔 이신영 기자한테 초콜렛 줬다가 다음엔 또 그 친구랑 사귀고.... 우연히 이렇게 된 건데 말야....
민재 : 형은 형이나 신경 써. 난 내가 잘 알아서 할테니까.
(웃는) 하하하.... 갑자기 기분 좋아진다. 하하하....
반석 : ....너 그렇게 웃으니까 참 섹시하다. 나도 다정씨 앞에서 그렇게 웃을까?
(억지로 따라 웃어보는) 하하하... 어때? 하하하.
28. 반석네 서재 / 밤
책장, 책상, 긴 소파가 있는 서재. 긴 소파에 이불 덮고 누워있는 민재.
민재, 피식피식 웃는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찍는다.
29. 기획팀 사무실 / 밤
핸드폰 보는 신영.
민재(E) : 신영씨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 나한테 들켰다.
신영 : (발끈) 어린 자식이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민재 메시지를 스팸 등록하며.
신영 : 아으 나도 유치해.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럴 때가 아냐 일에 집중해야지 집중 집중.
작가 : (노트북 앞에 앉아서) 혼자 중얼중얼 뭐래니.
신영 : 원고 빨리 주세요 빨리.
30. 편집실 / 낮
녹화 전 마지막 체크, 긴장감. 바쁘다.
구성안 보는 신영과 작가, 세리.
신영, 녹화의상(타이트한 까만색 정장 투피스 안에 강렬한 파랑이나 초록 빨강의 블라우스 정도?) 입고
머리에 세팅 만 채 바쁘게 체크하는 중.
작가 : VTR 나가고 현장음 살리고 여자가 접근하면 그 때 엠씨 큐.
신영 : 사회부 전세리 기자도 취재를 도왔습니다.
세리 : 20대 중반 쯤의 여성이 접근해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옵니다.
신영 : 다시 현장음 나가다가 세리가 멘트 큐.
세리 : 친절하고 상냥한 접근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문에 응해줍니다.
신영 : 참! 김 선배 연락됐나? 오늘 부조 PD 부탁 드렸는데.
세리 : 부국장님이 해주신다고 올라갔어요.
신영 : 그래?
카메라 후배(효찬) 테입들고 들어온다.
효찬 : 선배, 이거 버리기 아까운데 짧게라도 살릴 수 없을까?
모니터에선 민재가 찍어온 키스방 장면이 나온다.
애써 카메라를 움직이며 방을 훑은 그림들, 남자와 거칠게 몸싸움 하는 흔들린 화면...
세리 : 누가 찍은거야? 애썼다.
신영 : .................
효찬 : 편집은 아직 제대로 못했어. 쓸꺼면 다시 부탁하고.
신영 : 됐어. 오늘 얘기 넘쳐. 이거 빼고 가.
31. 스튜디오
"뉴스 앤 피플" 녹화 중.
신영,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감 있게 말한다.
신영 : 매일 특종이 터질 순 없습니다. 사건사고와 천재지변은 일어나지 않을수록 좋습니다.
그럼 저희 같은 기자들은 뭘로 기사를 쓸까요.
세상을 보는 좀 더 깊은 시선, 새롭게 선보이는 뉴스 앤 피플에서 준비했습니다.
32. 부 조
PD석에 앉아있는 부국장. 힘차게 커트 넘긴다.
모니터로 신영 모습 보인다.
신영(E) : 사채와 조직폭력에까지 선을 뻗고 있는 새로운 신종판매를 단독 취재했습니다.
바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를 위험한 함정, 지금 공개합니다.
부국장 : (신영 멘트 위로) 오케이! 이신영이 잘한다. VTR 스탠바이.....카메라 투 커트! VTR 스타트! 수퍼(자막) 인.
구석 자리에 서서 미소로 조용히 지켜보는 민재.
33. 스튜디오
클로징 멘트.
신영 : 여러분의 일상도 저희에겐 특종입니다.
앞으로 좀 더 따뜻하고 새로운 뉴스로 여러분과 만나 뵙길 원합니다.
지금까지 UBN 뉴스 앤 피플, 이신영이었습니다.
34. 보도국 / 아침
AD 천희동, 시청률 표를 들고 흥분된 표정으로 달려간다.
희동 : 시청률 15.9! 대박이예요.
명석 : 그 시간에 다른데선 변변찮은 게 나갔지 아마.
세리 : 월드컵 특집이 왜 변변찮아요. 그것도 14프로나 나왔어요.
35. 기획취재팀 / 아침
둥그렇게 모여서 손잡고 만세를 부르는 신영, 해진, 작가 신미조, 희동, 카메라 효찬.
일동 : 만세! 만세! 만만세! (환호) 와......!
서로 껴안고 등 두드리고.
신영, 눈물이 그렁해 웃는다.
36. 반석네 서재 / 아침
민재, 노트북 앞에 앉아 두 손으로 화면 가리고 눈 감고 있다.
실 눈을 떠서 조심스럽게 보기 시작한다.
일일시청률 20위 표 떠있고 8위에 떠 있는 뉴스 앤 피플 15.9%.
민재,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해지는 표정. 안도의 한숨 소파에 벌렁 눕는다.
37. 부국장실 / 아침
부국장, 웃으며.
부국장 : 아침 회의 때 다들 칭찬했어. 방향을 아주 잘 잡았다고.
신영 : 감사합니다.
부국장 : 다음 달 부분개편 때부터 수요일 밤 11시에 심는 걸로 결정 했다.
신영 : (벅차) 정규 편성 확정된 거예요?
38. 여자 화장실 / 아침
'/////////' 표시 가득한 화장실 벽.
신영, 좋아서 춤춘다. 휴지를 길게 끊어 두 손에 잡고 살풀이 추듯 덩실덩실. 춤추다 문득
신영 : ....축하한단 전화도 없네. 나쁜 자식.
39. 맥주집 / 밤
생백주 잔으로 건배 하는 신영 해진 희동 미조 효찬 상우.
일동 : 건배!
상우 : 축하 드립니다.
희동 : 정말 잘생기셨네요. 선배 진짜 이렇게 멋진 남친이 있으면서....
해진 : 제 마음이 다 뿌듯하네요. 내일이 옛날 남친 결혼식이라고
인생 끝장 난 듯이 슬퍼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상우 : 아하하하... 지난 얘기는 왜 또.....
미조 : 하여간 주책이야 그런 말 지금 왜 해.
효찬 : 신영 선배 밝게 웃는 거 몇 년에 처음 보는 것 같아.
해진 : 사람이 원래 그래. 막힐 땐 뭘해도 안되고 뚫릴려면 한번에 뻥이야.
정규편성 받았지, 애인 다시 만났지... 인생 최고의 날이다 이신영.
신영 : 그러게. 오늘 내가 쏘니까 마음껏 마셔.
희동 : 이젠 우리도 기획비 진행비 나와요. 선배 개인 돈 그만 써, 불쌍해.
상우 : 앞으로 우리 신영이 잘 부탁드립니다.
신영 : (핸드폰 문자 계속 열어보고)
상우 : 뭐 왔어?
신영 : 아니....
40. 노래방 / 밤
상우,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부른다.
상우 : (노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 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해진 희동 미조 효찬 두 팔 들어 장단 맞춰 흔들흔들.
해진 : (큰소리로) 잘 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하냐.
효찬 : 아 진짜 아줌마 너무 밝힌다니까.
해진 : 괜히 일찍 결혼했어. 괜히 일찍 갔어....
신영, 계속 핸드폰만 보고 문자 확인하고 있다.
상우 : (노래하며 신영을 보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 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의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신영 : (핸드폰만 보고 있는)
41. 공원 / 밤
걷고 있는 상우와 신영.
신영, 자켓에 손을 넣고 걷는다.
상우 : 입춘이 지나서 그런가 살짝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신영 : 봄은 무슨.... 춥다 추워.
상우 : (신영의 손을 빼서 잡고 걷는다)
신영 : .......(별로 달갑지 않고)
상우 : 너 기억 나냐? 우리 처음 손잡은 날.
신영 : 옛날 얘기 좀 그만해라. 늙은이처럼.
상우 : 학교 축제 때 응원전에서.
신영 : (상우에 잡힌 손을 빼고 괜히 핸드폰을 꺼내 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춥다 가자.
상우 : ........
신영 : (앞서 걷는)
상우 : 오늘 뒷풀이 파티에 불러줘서 나 너무 좋았어.
신영 : 자주 불러줄게.
상우 : 그런데 왜 내가 허수아비랑 같이 있는 기분이 들지.
신영 : .........
상우 :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는 기분이야. 가짜로 적힌 기차 시간표 한 장 쥐고서.
신영 : 나도 노력하는 중이거든 상우야. 너한테 돌아가려고... 시간을 좀 주라.
상우 : ....... (미소) 그래. 이만큼도 고맙다.
신영 : 오늘은 내 차로 갈게. 잘 가! (가고)
상우 : .....(쓸쓸히 서 있다)
42. 헬스클럽 / 밤
늦은 밤. 사람 없는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온 몸이 땀에 젖어 뛰고 있는 상우.
43. 레스토랑 / 낮
상미, 공허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며 커피마시고 있다.
부기 : 방금 나온 머핀 있는데 하나 드릴까요?
상미 : 그냥 좀 있을게요. 귀찮게 하지 마세요.
부기 : (마주보고 앉으며) 내가 말 걸어주길 바라면서 괜히 까칠하시긴.
상미 : .........
부기 : 날 친구로 생각하니까 여기 오시는 거잖아요.
상미 : 요리 할 때 온 두 여자는 친구였어요?
부기 : 네, 제 인생의 근저당들이죠. 못난 것들.
상미 : 그 분들한테 조언을 해주고 싶던데.... 촌스럽게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고 신나게 살라고.
부기 : 걔들은 된장인지 똥인지 먹어 보고 싶어 해요.
상미 : .....부기씨는 언제 봐도 활기차고 재밌어.
부기 : 다른 날보다 힘들어 보여요.
상미 : 오늘이라고 다르겠어요.
부기 : 바보처럼 그러지 말라니까.
부기, 예쁜 빛깔의 원석반지 여러 개 겹쳐 끼고 있다.
그 중 하나를 빼서 상미 손에 끼워준다.
부기 : 잘 맞네?
상미 : ....(부기를 보며)
부기 : 럭키링이예요. 행운을 가져다 준대요.
상미 : 어떤 행운을 가져다 주는데요?
부기 : 원하는 걸 가져다 주죠. 돈을 원하면 돈, 사랑을 원하면 사랑.
상미 : (피식 웃는)
부기 : 정말이예요.
상미 : 믿을게요. (반지 빼려는데)
부기 : (못 빼게 손을 꼭 잡고) 선물이예요. 빼지 마세요.
상미 : .....
부기 : 이미 상미씨한테로 행운이 갔어요. 기다려 보세요.
상미, 손에 낀 반지를 본다. 햇살(또는 조명)에 비춰 반짝하고 빛나는 반지.
44. 도로 / 낮
승무원 전용 셔틀버스 타고 있는 상우와 승무원들.
전화벨 울린다.
상우 : 여보세요.....네, 실장님.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막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네.... 정말요? 그런 가격에 그만한 집이 나왔어요? 당장 봐야죠. 예, 가겠습니다.
45. 부동산 사무소 / 낮
유니폼 입은 상우, 들어온다.
실장, 바쁘게 사무실 전화와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실장 : 아, 네 사장님. 법무사님 곧 오실 겁니다. 네,네. 인감도장 잊지 마시구요.
상우, 들어선다.
상우 : 안녕하세요, 실장님.
실장 : 아이구 이걸 어쩌나.... 윤 선생님, 죄송합니다. 지금 계약을 하나 해야 해서요.
집 주인 분한테 연락해 놨으니까 바로 올라가서 보시면 될 겁니다.
상우 : 2단지 몇 호라고 하셨죠?
46. 아파트 입구 / 낮
별 생각 없이 걸어가는 상우.
47. 아파트 문 앞 / 낮
상우, 문 앞에 선다. 벨을 누른다.
상미(E) : 집 보러 오신 분인가요?
상우 : 예, 그렇습니다.
48. 민재네 거실 / 낮
더운 듯 타이트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스패너를 든 상미, 현관으로 직접 걸어 나가며.
상미 : 잠깐만 기다리세요.
상미, 문을 열어준다.
상우, 다른 데 보고 서 있다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리는데 상미가 서 있다.
이마에 살짝 땀이 맺힌 채 야생적 느낌을 풍기는 상미.
상우 : .........!!!!! (심장에 뭔가 꽂히는 느낌)
상미도 유니폼 차림의 상우를 보고 잠시 멎는다.
상미 : .........!
상우 : ...........
상미 : ......안 들어오고 뭐 하세요.
상우 : 아, 예.... (들어오는)
상미 : 편하게 둘러보세요.
상우, 거실을 둘러보다 상미의 옆모습을 본다.
살짝 흘러내린 머리 오똑선 콧날.... 목선과 팔을 따라가다 스패너로 시선.
상우 : ......(스패너를 본다)
상미 : 아, 이거요. 욕실 수압이 너무 세서 좀 잠궈놓고 있었어요. 원하시면 다시 풀어 드리구요.
상우 : 아닙니다. 집이 깔끔하고 좋은데요. 맘에 듭니다.
상미 : (어이없다는 듯 웃는)
상우 : 왜... 웃으십니까.
상미 : 대충보고 맘에 든다시면 어떡해요.
도배는 새로 해달라고 해야 하나, 보일러나 에어컨은 문제없나 다 물어보셔야죠.
상우 : .... (멋쩍게 웃으며) 그러네요.
상미 : 가족은 몇 분이세요.
상우 : 저 혼자.... 삽니다.
상미 : ....그러시군요.
상우 : 한 달에 반은 집을 비워서... 뭐 도배도 필요 없고 그냥 문만 잘 잠궈지면 돼요.
상미 : 그럼 계약할 생각이 있으신건가요.
상우 : 오늘 당장 계약 하겠습니다.
상미 : (웃으며) 그러다 후회하세요. 오늘 하루 더 생각해보고 내일 하는 걸로 해요.
오늘은 내가 도장도 없고....
49. 부동산 사무실 / 낮
계약서 쓰는 상우와 상미.
부기가 준 반지 끼고 있는 상미의 손.
청바지에 캐주얼하게 입은 상우.
둘 다 서로를 약간 의식하고 꾸미고 나온 분위기.
상미도 신경 써서 화사하고 젊게 입었다.
계약서에 주민번호와 주소, 전화번호를 쓰면서 서로를 슬쩍 보고 다시 쓰고
서로 시선 엇갈리고 눈 마주치자 얼른 고개숙이고 계속 쓰고....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긴장과 묘한 떨림.
두 사람, 도장 찍는다.
실장, 한부씩 나눠준다.
상우, 계약서 보며.
상우 : .....주민등록번호 잘못된 거 아니예요? 저보다 어려보이시는데....
상미 : (미소)
50. 민재네 거실 / 낮
마주 보고 서 있는 상우와 상미.
상미, 키를 건네준다.
상미 : 버튼 비밀번호 다시 설정하시구요, 이건 보조키예요. 냉장고나 소파는 쓰실려면 쓰세요 안가져갈게요.
상우 : 그래도 괜찮으세요? 감사합니다.
상미 : 이사는 언제 하시겠어요?
상우 : 빠리 비행이 있어서 5일 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상미 : ........빠리요?
상우 : 네. 파리 출장은 그렇게 걸려요.
상미 : 생 제르맹 거리 가보셨어요? 사르트르가 글을 썼다는 카페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 듯) 르... 플...
상우 : 르 플로르!
상미 : 맞아요. 르 플로르.
상우 : 거긴 관광객들만 가는 카페예요. 진짜 파리사람들이 좋아하는 카페는 따로 있죠.
상미 : 둘 다 너무 궁금해요. 가보고 싶고. 아, 쥬스 한잔 드릴게요. (냉장고로)
상우 : 앞으로 가시면 되죠. 말씀만 하시면 제가 안내지도 그려 드릴게요.
상미 : (쥬스병 두 개 들고 오며) 노틀담 성당도 가보셨겠네요.
상우 : 예전에 하도 가서 요샌 안가죠. 주세요. (쥬스병 뚜껑 열어 상미에게 먼저 준다)
상미 : (쥬스 받으며 상우와 새끼손가락이 스친다) ..........성당 벽에 '숙명'이란 낙서가 있던 자리도 궁금하구요.
상우 : ....숙명....이요? 아... 빅톨 위고!
상미 : 맞아요. 그 낙서를 보고 빅톨 위고가 노틀담의 꼽추를 쓰게 됐다잖아요.
상우 : 이번에 가서 낙서가 있나 잘 찾아보겠습니다. 있으면 사진 찍어다 드릴게요.
상미 : (웃으며) 설마 아직까지 남아 있을라구요.
상우 : 없으면 제가 연필로 써놓고 사진 찍어다 드릴려고 했는데... 읽기 쉽게 한글로.
상미 : (제일 밝게 웃으며) 그러다 걸리면 어쩌시려구요.
상우 : 당연히 지우개도 가져가야죠.
상미 : 파리 다녀오실 동안 여기 도배를 해드릴게요.
상우 : 감사합니다. 제가 꼭 사진을 찍어다 드리겠습니다.
상미 : 네.........
상우 : ........
상미 : .......잘 다녀오세요.
상우 : 예........
두 사람 서로 헤어지기 아쉬운 끈적한 여운....
51. 아파트 앞 / 낮
가슴을 잡고 나오는 상우.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을 잡는다.
상우 : 아후...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리려는 듯 도리질)
52. 민재네 거실 / 낮
탁상거울에 얼굴 비춰보는 상미. 볼에 붉게 홍조가 생겼다.
상미,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 볼을 잡는다.
상미 : 내가... 왜 이러지....
53. 한식집 / 낮
룸으로 된 별실. 머리를 만지고 옷 매무새를 신경 쓰는 다정.
다정 : 저 괜찮아요?
반석 : 좋은데요! 아주 이쁘세요.
머리를 반듯하게 빗고 나비넥타이 정장을 한 깔끔한 노신사 들어온다. 깐깐하고 보통 아니게 보이는.
(아버진 다정의 나이와 임신에 대한 오해로 다정에 대한 비호감이 있다)
반석 : 아버지!
다정 : (벌떡 일어선다)
아버지 : 반가워요. 반석이 애비됩니다.
다정 : 처음 뵙겠습니다. 정다정입니다.
반석 : 엄마는요.
아버지 : 골프갔다 언 땅을 쳐서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내가 대표로 왔다.
식사중인 세 사람.
다정, 삼색절편에 곱게 쌈을 싸 아버지 접시에 놓아준다.
반석은 그 모습 보며 흐뭇.
아버지 : 나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들어요.
다정 : 반석씨가 아버님 닮아서 미남인가봐요.
아버지 : 거짓말도 잘하시구... 역시 사회생활 오래한 티가 나네요.
반석 : 아버지, 다정씨는 동시통역사중에도 수재예요. 외교통상부에도 있었구요,
나라의 굵직한 회의는 모두 참가했었어요.
아버지 : 훌륭한 처자가 어떻게 그 나이까지...
반석 : 저야 다행이죠. 다정씨가 벌써 결혼했음 저 어쩔 뻔 했어요.
아버지 : 그럼 부친께서 외교관이셨나요? 외국생활을 좀 했다면서....
다정 : ....어릴 때 몇 년, 잠깐이었어요... 외교관은 아니셨구... 그냥 이민으로 갔다가 다시....
아버지 : 말 안 해도 알겠어요. 가서 좀 힘드셨군요.
반석 : 그래도 다정씨가 동생들 공부도 시키고 훌륭하게 성공했잖아요.
아버지 : 훌륭합니다, 인정한대두.
(E) : 전화벨
반석 : ....(전화보며 난처한) 병원 원장님 전환데.....
아버지 : 괜찮다. 받고 와.
반석, 전화 받으며 나간다. '예, 원장님.... 아뇨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다정과 아버지만 남아 어색한 긴장.
아버지 : ......그래 지금 몇 개월째 인가요?
다정 : .....아직 얼마 안됐어요. 한 달 정도....
아버지 : 빨리도 캐치했군요.
다정 : 둘 다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아버지 : .....흠.... 반석이 저 녀석 그렇게 안 봤더니.... 결혼은 다음 달에 하는 게 어떻습니까.
다정 : 그렇게 빨리요?
아버지 : 기다렸던 손자지만 배불러서 드레스 입으면 나, 솔직히 망신스러워요. 배 부르기 전에 식 올려요.
다정 : .......배가 부르다뇨?
아버지 : 아이 뱄잖아요. 한 달 됐다면서요.
다정 : 만난 지가 한 달 됐다는 건데요. 임신은.... 절대...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아버님.
아버지 : ........거참 의문이군요. 임신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 반석이가
나이도 과년한 처자와 빨리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다정 : ..........저흰 그냥 운명의 짝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아버지 : 반석일 사위삼고 싶어하는 댁이 많아요. 대평건설 회장댁도 그렇고 성준한방병원 원장댁도 있구요.
난 두 집 중에 뉘댁 딸이 잘 어울릴까 고민중이었는데 이거 참 아닌 밤중에 홍두께올시다.
다정 : ........
아버지 : 내 성격이 솔직해서 담아두질 못해요, 말 나온 김에 다 하겠습니다.
난 내 지인들 중에서 사돈이 나오길 바랬어요. 서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 말예요.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바라는 수준은 아니신 것 같아
참 이 나이에도 인생사 뜻대로 안되는 구나 싶은 게...
다정 : ..........
아버지 : 임신도 아니고 만난 지 한 달 반 밖에 안됐다면 좀 더 선택에 신중을 기하라고 아들한테 말해야겠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이 악물고 성공한 여자들을 난 싫어합니다.
우리 반석이 정도면 굳이 밖에서 일하는 와이프도 필요없죠.
시어머니 자릴 공략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은 버려요. 집사람은 내 뜻을 무조건 따릅니다, 의견이 없어요.
그럼 오늘 반가웠습니다.
아버지, 일어서 나간다. 들어오던 반석과 마주친다.
반석 : 아버지, 어디가세요.
아버지 : 두 사람이 오붓하게 차 마시고 와. (가고)
반석 : (자리에 앉으며) 아버지도 참.... 별 걸 다 신경 써주시.... (놀라) 다정씨, 왜 그래요?
다정, 쇼크가 왔다. 이빨을 딱딱딱 맞부딪히며 몸을 심하게 떨고 있다.
반석 : 다정씨!
다정 : 으...... 으....으...으....
다정, 옆으로 기절 하듯 푹 쓰러져 버린다.
반석 : 다정씨!!
54. 응급실 / 밤
링겔 꽂고 누워있는 다정. 입술이 허옇게 말라붙어 있다.
반석, 옆에서 손잡고 걱정스런 표정.
다정, 풀린 듯 멍한 눈길로 누워있다.
반석 : 다정씨... 갑자기 왜 그래요... 원래 몸이 안 좋은 데가 있는 거예요?
다정 : ......
반석 : 다정씨한테 안 좋은 병이 있어도 상관없어요. 걱정말구 얘기해요. 내가 고쳐줄게요.
다정 : .....저 좀 집에 데려다 주세요.
55. 신영네 거실 / 밤
반석, 다정을 부축해 들어온다.
불 꺼진 거실. 집엔 아무도 없다.
반석 : 스위치가 어디 있지....
다정 : 켜지 마세요. 그냥 있을래요.
반석 : 괜찮겠어요? 친구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요.
다정 : 자고 싶어요. 전화 드릴게요.
반석 : .....혹시 나 전화받는 동안 아버지가 무슨 말 했어요?
다정 : ........아뇨.. 제가 너무 긴장해서 그래요.
반석 : 그럼 푹 쉬어요. 전화할게요.
반석 나가고 어두운 거실.
다정,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있다.
56. 취재기획팀 / 밤
텅 빈 사무실.
신영, 제보접수 대장을 뒤적거리며 메모하는.
신영 : 이건 뭐 제본지... 개인 민원을 처리해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네...
민재후배, 몰래 들어와 스위치를 내리고 달아난다.
캄캄해진 사무실.
신영 : 뭐야! 너 누구야!
57. 방송국 복도 / 밤
누구야 소리치며 나오는 신영.
어두운 복도, 작은 초가 기획취재 팀 사무실부터 주르륵 한 줄로 놓여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신영 : ..............
신영, 천천히 따라가 본다.
어두운 복도. 촛불을 따라가는 신영. 촛불이 향하는 곳에선 기타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영 : ..........
58. 연습실 / 밤
민재, 앉아서 기타치고 있다.
신영 들어서면 기타 멈춘다.
민재 : 보고 싶었어.
신영 : ......
민재 : 나한테 삐졌지. 혼자 오해하고 바보같이.
신영 : (대꾸없이 나가려는데)
민재 : (터프하게 붙잡는) 그렇게 남자의 진심을 모르니까 그 나이까지 혼자지.
신영 : 니가 상관할 일 아니지.
민재 : 신영아!
신영 : !
민재 : 관심있어서 일부러 내기 한거구, 더 많이 좋아하게 됐어. 내 눈을 보고도 모르겠어?
신영 : ..........
민재 : 화 풀어 오해도 풀고 난 니가 정말 좋아.
신영 : .......민재씨한테 나도 잠깐 끌렸던 거 사실이야. 하지만 우리가 다른 건 난 앞뒤 재고 계산을 한다는 거야.
제발 이젠 나한테 관심 끊어 줬으면 해. 내가 왜 너 같은 애한테....
민재 : (말 끊어) 잠깐!
민재, 신영에게 점점 다가온다.
신영, 주춤 뒤로 물러서다 멈춘다.
민재, 키스할 듯 가까이 다가온다.
신영 : ...(쭈뭇쭈뭇 눈을 감으려고 하는데) ....아 따거!
민재, 신영의 흰 머리 하나를 뽑았다.
민재 : (들어보이며) 새치다!
신영 : ........(참담).....
민재 : 성격 나쁘게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새치가 생기지... 어? 이쪽에도 있다.
그동안 나 때문에 혼자 맘고생 한 거 아냐? 이리와, 뽑아 줄게.
신영 : (민재를 뿌리친다) 너랑 나랑 안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네. 이게 증거야!
넌 철없이 놀아도 되는 청춘이고 난 이제 시간을 아껴야 하는 청춘이야. 다신 나한테 장난치지 마!
신영, 열 받아 나간다.
민재 : ...........(새치 한가닥 보며).....
59. 신영네 거실 / 밤
신영의 머리를 들춰 머리를 뽑아주고 있는 부기.
소파엔 다정 실신하듯 누워있다.
부기 : 몇 가닥 없어. 그냥 새치야.
신영 : 그래도 기분 나빠. 흰머리가 생겼다는 게.
부기 : 정다정은 어디 아파?
신영 : 긴장이 풀려서 그렇다는데.
부기 : 다정씨 괜찮아요?
다정 : (눈 감은 채)..............
신영 : 하민재도 놀라고 정 떨어졌을꺼야. 나한테서 흰 머리를 봤으니까.
60. 기획팀 사무실
'UBN 뉴스 앤 피플 대학생 VJ를 모집합니다' 포스터 붙어있다.
신영 : 객원기자를 많이 활용하는 게 좋겠어. 대학생 VJ는 물론이고 배우나 운동선수도 좋을 것 같아.
각자 인맥으로 섭외 좀 해봐.
희동 : 괜찮은 VJ들 접수 많이 했어요. UCC로 유명한 애도 많구.
신영 : 느낌이 좋다니까, 잘 될 것 같아.
이때 사무실로 걸어 들어오는 청바지 입은 다리.
해진 희동 미조, 모두 놀란 표정으로 굳어진다.
신영, 보면 은회색 또는 북유럽 쪽의 은빛에 가까운 금발의 머리가 돼 걸어오는 민재.
민재 : 안녕하세요 하민재라고 합니다. 대학생 VJ 지원하러 왔는데요.
민재의 은발을 보는 신영의 놀란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