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하늘 제 134회 시 낭송회에는 김용락 시인을 초대합니다.
아래의 글을 통해 김용락 시인을 소개할까 합니다. 6월 20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우리 만납시다.
‘김용락 같은, 지독, 지극한 회의론자이면서 낙관론자가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할 때는 가슴을 모으고 들어야 한다 권정생, 이오덕, 지율 스님, 도종환, 배창환, 임병호, 박영근, 도법 스님, 신현직, 김진규 등의 삶이기 때문이며,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대개는 가난하면서도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이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삶에 비겁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올곧게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 또는 나의 삶을 지적하고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욕심을 줄이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것이다.
형제여
빈 접시를 남겨라
거울처럼 맑은 빈 접시에 자기 모습을 비쳐보라
고 그는 말한다 빈 접시는 욕심을 비운 가난한 접시이다 그것처럼 아무 것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 ‘가벼운 영혼을 지니는’ 것이 참삶이라 강조한다. 그런 삶은
올곧은 정신과 말씀 한 가닥을 위해
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뉘우침을 우주 바깥으로 밀어 올리는
매화 같은 삶이다. 김용락의 시는 누구나 잘 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이면서도 그런 지극한 삶을 밀어 올리는 새싹 같은 말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하석(시인)의 표사에서
이웃과 함께, 지인과 함께 오십시오. 초하의 열기를 시로 식혀 봅시다.
-일시 :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어디 : MBC방송국 맞은 편 삼성화재빌딩 지하1층, 카페 '스타지오'
-회비 : 1만원(식사, 다과, 시하늘, 시편책 제공)
시하늘 운영자들이 초대합니다.
*김용락 시인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계명대 영문과 및 같은 대학원 석, 박사
-1984 창작과비평사의'17인 신작시집'「마침내 시인이여」에 "송실이 누님" 등으로 등단
-민족작가회의 이사, 감사, 대구지회장
-시집으로 <푸른 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시간의 흰 길>, <단촌역>이 있다
-현재 경북외국어대학교에서 대외한국어교육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음
*시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 6
-김용락
가만히 생각해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반달]의 윤석중 옹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새싹문학상을 주시겠다고
안동 조탑리 권정생 선생 댁을 방문했다
수녀님 몇 분과 함께,
두 평 좁은 방 안에서 상패와 상금을 권 선생께 전달하셨다
상패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권 선생님 왈
"아이고 선생님요, 뭐 하려고 이 먼 데까지 오셨니껴?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이런 상을 만들어
어른들끼리 주고 받니껴?
내사 이 상 안 받을라니더......"
윤석중 선생과 수녀님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이른 오전
안동시 일직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로
상패와 상금을 원래 주인에게 부쳤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봉화서 농사짓는 정호경 신부님
"영감쟁이, 성질도 빌나다 상패는 돌려주더라도
상금은 우리끼리 나눠 쓰면 될 텐데......"
논과 밭
-김용락
아파트가 좁아 소장한 책 일부를
시골집 아래채에 갖다 놓으려 했다
한때 내 꿈은 어마어마한 장서가가 되는 것이었다
자다가 책에 깔려 죽어도 좋을 만큼
책상머리에 많은 책을 쌓아두고 싶었다
대학 때는 라면을 굶어가면서
하루 빨리 책 1만 권을 사 모으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지긋지긋한 책 욕심이
공부나 세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심이나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있던
어떤 열등감의 표출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책 구매에 순순히 동의하던 집사람도
언제쯤부터는 보지도 않을 책 제발 좀
그만 사 모으라고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삿짐 트럭을 불러 포장이사를 시작했다
각이 잘 짜인 매끄러운 종이박스에다가
도서분류 번호와는 상관없이 우선 낡고 오래된 책부터 채워
작은 트럭에 잔득 싣고 시골집에 도착했다
큰 신작로 가에 포장 박스를 내려놓고
바퀴에 바람이 빠진 리어카로
몇 번 꺾어진 골목 안 쪽 옛 우거에
책을 실어 나르느라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경 나온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멀찍이 서서 이 장면을 구경하던 우리 어머니에게 물었다
"영자야(맏누님 아명이다), 저게 다 뭐꼬?"
어머니의 천연스런 대답
" 우리 집 논밭이다."
어머니 친구 분 “? ?…”
정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서 계셨다
계란 장사
-김용락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반월당 大路
청개구리가 논둑을 기어가듯
엉금엉금 낡은 리어카 한 대 억지로 굴러가고 있다
방금 일미식당과 지하다방에서 퇴짜 맞고
리어카에 계란을 잔뜩 실은 할머니,
빨래집게로 찝어 놓은 비닐 덮개가 바람에 날릴까봐
한 손은 조심스레 비닐 쪼가리를 누르고 있다
아침 출근길 아파트단지 담장에
호박 넝쿨이 맹렬한 기세로 앞을 향해 내닫고 있다
고양이 수염 같은 새순도 기세등등하다
처서 백로 다 지난 지 언제인데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한때는 저 호박 넝쿨에 대고도
무릎 꿇고 살지 않겠다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을 노래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 아침에는
시골 토담 위에서 아침 이슬 맞으며
가늠할 수 없는 허공과 미래를 향해
자신의 내면을 밀어 올려
자식새끼 둥둥 달고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읽는다
큰 놈 작은 놈 잘생긴 놈 조금 못난 놈을
이젠 늙어버린 줄기에 올망졸망 두루 달고
도심 아파트 담장 위에서 전진하는 母性
그 뜨거운 풍요를 바라본다
별
-김용락
도종환 시인이 요양하고 있는
속리산 기슭 보은 법주리 조종골
하루 산비둘기 한 마리 날아들까 싶은
외로운 산골짝이다
<분단시대> 문학 동인이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음주하고 웃고 떠들고 기념사진 찍고
새벽녘에야 기어코 잠이 들었다
잠결에 눈이 떠져 천장을 보자
창문 밖 저 멀리 별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전교조하고 해직되고 징역살고
마침내 병까지 얻은 그 고마운 마음 곁에
비슷하게 풍상을 겪은 또 다른 얼굴이
십여 개 누워 있다 푸석하게 부은
세월의 흔적이 누워있다
조금 가혹한 것 같지만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그렇게 살아라, 인생
기왕 풍찬노숙인 걸 그게 역사인 걸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잠에 빠졌다
살구
-김용락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문학하는 노 선생이 새벽 일찍
현관 문짝 손잡이에 무언가 걸어 놓고 간 것이다
조간신문 가지러 문을 여니
검은 비닐봉지에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 있다
얼핏 보니 살구 같았다
이슬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 싱싱한 몸의 체취가 금방 전해왔다
아 지금이 살구 철이구나,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대엿 살 조막손 같은 어린 발로
끄덕도 않는 살구나무 허리를 냅다 차다가
살구보다 발이 먼저 아파 속으로
어쩔 줄 몰라 후회하던 시절
기어코 떡메로 나무 둥치를 두들겨 패
떡살구를 우르르 떨어지게 하던 시절
그 살구를 바가지에 주워 담던 시절
살구나무 곁의 옥수수 밭 위로 불던 서늘한 바람
골목 감나무에서 감꽃이 떨어질 때
윤기 나는 감나무 잎 사이로 빛나던 초생달의 모습
갓 모내기를 끝내 놓고
논둑에 둘러앉아 들 밥 먹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 나는 너무 떨어져 살았구나
어머니 대지로부터 너무 멀리 왔구나
이 회색 콘크리트 감옥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구나 자책하는 사이
동쪽에서 붉은 해가 여느 때처럼 씩 웃으며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의자
-김용락
의자에 앉으면 내 몸은 유체이다
아미 갑자기 뼈가 없어져버리는 연체동물이다
의자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게
내 몸은 자동적으로 변형 된다
튀어나온 어깨부분에서는 내 어깨도 튀어나오고
쑥 들어간 허리부분은 내 허리가 알아서 기듯이
의자의 깊은 골 따라 알맞게 들어간다
의자에 앉으면 방금 전까지 벌판에서 펄펄뛰건
내 몸의 야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말 잘 듣는 얌전한 애완견처럼
의자의 본에 맞춰 내 몸을 재조정한다
달리는 봉고차 의자에 앉아서
말없이 졸면서 한나절씩이나 보내야하는
나의 불규칙한 생계여,
여태 나는 내가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네
봄날
-김용락
대구 박물관 앞 뜰 잔디밭에
목이 달아난 여래좌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목이 없이도, 세파에 씻긴 얼굴에 상심하는 표정이 없이도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 그 모습이
너무 여유 있어서 곁에 가 봤더니
비둘기 한 마리가 뭐라고 벗하며 놀고 있다가
인기척에 푸드득 날아가 버린다
이 부처님 전생은 비둘기였나 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경북 영양 원천리 강가에서 주워다
여기 박물관 뜰에다 떡하니 모셔두었다
내가 방금 전까지 여기서 이렇게 부처 만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부처도 목이 달아난 후 눈도 없이 냄새 맡을 코도 없이
이 봄볕 아래서 비둘기나 노숙자나
시간 보낼 때 없어 박물관 강좌 듣는 노인들을
만나리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나도 모르는 일, 비둘기도 모르는 일,
막 벙그는 앞뜰의 명자꽃도 모르는 일,
모르는 것 투성이 때문에 이 봄날도 그럭저럭 깊어만 간다.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 1
-김용락
권정생 문학세계 강연하러
안동 조탑 갔다가
잠시 들른 권정생 처마뜰에서
권 선생님 말씀
너도 내일이 60인데
그만 돌아다니고 공부 좀 해라,
……(나는 묵묵부답)
학교 못 다녀본 사람은
학교 진짜 다녀 보고 싶은 거래 그러니
탈학교, 대안학교 카면서
학교 안 다니는 것 굳이
뻐길 거 없어, 자기들이 적응 못한 것도 있어…
녹색평론 김 선생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비판했던데
누구나 비판은 할 수 있는 거지만
아픈 사람들은 황 박사만 바라보고 있거든
김 선생 자신도 자기 자식들이 아프다면
그렇게 쉽게 비판은 못했을 거야
다 자기 입장이 되어 봐야 돼
우거진 앞마당 잡초 덤불 속에서
육모초 꽃이 붉게 피었다
고드름
-김용락
의성 신평재 넘어
첩첩산중
주인 없어 문짝 떨어지고
마당에는 쑥대머리 잡초만 수북한
낡은 집 스레이트 지붕 처마에
어른 팔둑만 한 고드름이 달렸다
땅을 보고
대지를 향해 밑으로만 질주하는
고드름이 끝내 가 닿을 곳
날아가는 겨울 새떼는 모른다
세상일을 모르고 날아가는
새떼들의 머리 위로 첫눈이 내리고 있다
* 출처 : 김용락 시집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문예미학사, 2008)
첫댓글 고마워유 횡하니 참석하려 갈께유
^^ 기다리겠습니다. 전화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박달재님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멋진 낭송회에서 모두 좋은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예~*^^* 고맙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봅니다.
위의 시가 아니더라도 시집에서 읽은 좋은시가 있으면 직접 시집을 가지고 와서 낭송하셔도 된답니다.
새 시집 출판을 거듭 축하드며 금요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꼭 가고 싶은데요 사정이 허락지 않습니다.
저는 울산 직장에 근무 합니다 시하늘 새내기 이구요 근데 장소가 어딘지 도저히 판독 불능 입니다 서울인지 부산인지 광주인지...죄송해욤 ㅡ.ㅡ;;
^^ 대구입니다. 대구MBC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 빌딩 지하1층에 있습니다. 시간되시면 한번 오세요^^
오시기 전에 연락 주십시오. 자세히 안내하겠습니다.
네~~감사합니다 되도록이면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애언니 참석합니다.
다행이예요. 그럼 하모니커와 연주 들을 수 있겠군요.
곽미영 일당들~~참석합니다.^^ ㅎㅎ
^^ 알겠습니다. 좋은 자리 맡아 두지요^^
김용락 시집 <시 같지 않은 시> 50여권을 준비해 오실 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시집을 사서 읽어 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 됩니다. 할인 받아 볼까요?
시주머니님 오실 때 그곳 문학지 좀 챙겨 오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