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경상도 충무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수국(水國)’에서 열리고 있는 수국 해변 시인 학교(수국 시학 교실)에 다녀 왔습니다. ‘시와 시학사’ 주최. 내가 이 수국 해변 시인 학교의 교장이어서 시를 좋아하고, 시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격려차 다녀왔던 겁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잠자리도 불편한 곳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동안은 젊은이들에게 봉사하려는 생각으로 갔다 왔습니다. 이 수국은 한국일보사 김성우 논설 주필의 소유이며, 그 분이 수국 작가촌을 만들어 경영하고 있는 작은 섬입니다. 본부라는 산정의 방엔 김성우 씨가 세계 여러 문인들의 고향이나,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모은 포스터들이 뜻있게 걸려 있어서 다소 참고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예이츠(W. B. Yeats, 1865~1939)의 <이니스프리 호수>의 풍경이라든지 핀란드의 음악가 시벨리우스(1865~1957)의 사진이라든지. 이 중에 나에게 크게 감동을 준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의 초상이 들어 있는 포스터입니다. 이태리 로마에 있는 키츠 셸리(Keats shelly) 기념관에 보존되어 있다는 존 키츠의 말이 그 초상화 아래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I think I shall be Among the English Poets After my death. <John Keats> 참으로 큰 감동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죽은 뒤에 빛나는 선배 시인들의 계열에 낀다는 강한 의지.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오늘날 우리 한국엔 실로 수많은 시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죽은 뒤에 얼마나 오래 남는 시인이 되어 있을까. 죽어서 오래 남는 시인에 끼기 위해서……. 남은 꿈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올해는 견디기 어려운 더위입니다. 몸 건강하시길. 그럼 또. (199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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