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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스크랩 수수께끼의 역사와 그 놀이성격의 역사적 변모
심메마니 추천 0 조회 178 15.10.01 13: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수수께끼의 역사와 그 놀이성격의 역사적 변모 여가칼럼

 

천혜숙 

<차례>
1. 머리말
2. 수수께끼의 역사적 자료와 유형
3. 수수께끼판과 그 놀이성격의 역사적 변모
4. 마무리
1. 머리말
구비전승 자료의 역사성을 구명하는 문제는 긴요하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과제이다. 유동되고 적층된 자료들인만큼 일정한 시·공간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료가 담고 있는 시간적 깊이와 공간적 폭이 오히려 문헌이 전해주는 제한된 역사를 상회하고 보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과 가치가 공존한다. 역사재구를 시도하는 학자들이 구비전승의 역사적 가치를 의심하면서도 잃어버린 역사의 면면을 이들 자료에서 구하기도 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점이 이 곤란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증하고 있다.
문학적 사실, 또는 문학행위의 역사를 기술하는 문학사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커다란 덩어리로 축적되어 전해지는 구비문학적 사실과 장르, 또는 행위를 어떻게 통시적으로 가름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더러는 구비전승 자료와 관련된 문헌이 전하고 있어 시대가 가늠되는 경우도 있다. 그 기록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만, 이들 기록들은 그 나름으로 구비문학사 기술을 위한 중요한 텍스트가 되는 동시에, 지금까지 전하는 구비문학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전승의 내용이 사회제도나 신앙, 종교 등과 같은 다른 종류의 방증에 의해 분명해질 수 있다면, 역사적 객관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학사가 그 내용뿐 아니라, 문학담당층이나 문학행위의 역사까지 기술하려고 할 경우에는 문학적 사실과 역사적 사실의 층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구비문학사에서는 이야기꾼과 이야기판의 역사도 이야기의 역사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비문학이 연행된 장(場), 나아가서는 여가민속이나 민중생활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절대적으로 가난한 현실과 만날 수밖에 없다.
수수께끼처럼 놀이성이 강한 장르일 경우는 특히 그 연행의 역사를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 문헌의 기록이 더러 있다고는 하나 편모일 뿐이어서 역사기술의 한계를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수수께끼는 신화만큼이나 유구한 역사와, 귀천을 망라한 다양한 향유층이 인정되는 장르이지만, 문헌에 보이는 수수께끼는 주로 상층에 속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근대 이후에 이루어진 자료집에 수록된 구전수수께끼는 그 문답의 내용만 전하고 있어서 수수께끼놀이의 역사를 읽어낼 길이 없다. 그에 비해 수수께끼를 서사적 근간으로 하는 민담들이 수수께끼놀이의 다양한 방식과 연행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그 민담의 내용들이 얼마나 어디까지 놀이사실의 반영인지 알기가 어렵다.
) 수수께끼연구사는 개론적 접근과 더불어 수사학 및 구조의 해명에 치중해 왔다. 수수께끼의 역사에 관해서는 장덕순외 3인의 『구비문학개설』(일조각, 1971)과 조희웅의 ' 수수께끼 小考 (『문화인류학』 4, 1991)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된 정도이다. 수수께끼의 연구사는 한채영의 수수께끼의 틀과 은폐책략 (『한국민속학보』 5, 1995)에서 간략히 정리되었다.
우선 기록과 구전의 편모를 연결하는 고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숙제이다. 수수께끼의 내용 및 연행방식, 연행주체, 연행상황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것이므로 이 항목들을 준거로 해서 문헌기록과 구전내용을 비교하고 관련시킴으로써 그 역사적 전개를 추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수수께끼 자체의 내용은 무수하고 다양하여 그것의 역사적 전개를 살피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유용한 일도 아닐 것이다. 베트콩'이나 시계' 등이 답항이 되는 수수께끼를 베트콩 등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이해하는 일이 수수께끼의 역사를 해명하는 데 그리 적실한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수수께끼가 양식화된 연행으로 이루어진 점, 그래서 문화의 한 양태로서 특히 놀이문화 또는 여가문화로서 중요한 문화적 기능을 담당해 왔으리라는 점을 중시하여 그 연행된 놀이로서의 역사를 읽어보려고 한다. 그와 관련하여 수수께끼 문답의 내용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놀이의 개념은 오락적인 놀이에 그치지 않고, 제의 등에서 이루어지는 진지한 놀이까지 포함된다.
2. 수수께끼의 역사적 자료와 유형
수수께끼는 어느 장르보다 장구한 역사를 지녔다. 구약성서에서는 판관 삼손의 혼인식에서 수수께끼놀이가 행해지고 있고, 세바의 여왕은 지혜로 명성이 있는 솔로몬왕을 시험하기 위해 아주 어려운 문제를 준비하고 예루살렘을 방문한다. 희랍신화의 유명한 스핑크스-외디푸스 수수께끼도 매우 오래된 수수께끼의 하나이며, 그 밖에도 인도의 베다문학과 북구의 에다전승 등에 오래된 수수께끼의 모습들이 남아 있다. 한국수수께끼의 옛 모습을 전해주는 중요한 문헌으로는 『三國遺事』, 『三國史記』, 『俚諺叢林』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문헌 외에도 많은 구전 자료들이 수수께끼놀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1. 다음은 한국 수수께끼 문화를 담고 있는 중세의 문헌자료와 구전자료의 일부를 수수께끼의 문답자 및 문답내용, 또한 연행의 장을 중심으로 요약해서 보인 것이다.
[a] (문답자)東明王­琉璃太子
(문) 일곱 모난 돌 위의 소나무 아래에 있는 물건 찾기? ( 七稜石上松下'?)
(답) 斷劍 ( 柱礎間若有聲')
(場) 친자확인, 세자책봉
『三國史記』권13 高句麗本紀
[b] (문답자) 神(까마귀, 돼지, 노인)­毗處王(日官)
(문)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 開見二人死不開見一人死'?)
(답) 거문고를 쏘아라. ( 射琴')
(場) 왕의 거동(神託, 국운)
『三國遺事』권1 紀異1, 射琴匣
[c] (문답자) 徵兆­善德女王
(문) 겨울철에 개구리가 모여들어 삼사 일을 울었다? ( 冬月衆蛙集鳴三四日?')
(답) 西郊 女根谷에 賊兵이 있을 것이니 精兵을 모아 엄습하라.
(場) 신라의 왕실(외침, 국운)
『三國遺事』권1 紀異1, 善德王知幾三事
[d] (문답자) 寶藏王­卜筮士 楸南
(문) (쥐 한 마리를 함 속에 감추어 두고) 안에 무슨 물건이 들었는가? ( 一鼠藏於 合中是何物?')
(답) 쥐이며, 그 수가 여덟이다. ( 是必鼠 其命有八')
(場) 고구려의 왕실(국운)
『三國遺事』권1 紀異1, 金庾信
[e] (문답자) 神託(거북의 등)­의자왕(巫者/或者)
(문) 백제는 둥근 달 같고, 신라는 새 달과 같네? ( 百濟圓月輪 新羅如新月?')
(답) (巫者) : 달은 차면 기울고 새 달은 점차 차게 되는 것이다. ( 滿則虧 未滿則漸盈')
(或者) : 둥근 달은 성한 것이고 새 달은 미약한 것이니 백제는 盛하고 신라는 弱해진다는 뜻이다. ( 圓月輪新月者微')
(場)백제의 왕실(신탁, 국운)
『三國遺事』권1 紀異1, 太宗春秋公
[f] (문답자) 蘇定方­金庾信(元曉)
(문) 난새와 송아지를 그린 두 종이? ( 紙畵鸞犢二物?')
(답) 속히 군사를 돌이키라. ( 速還其兵')
(場) 戰時(국운)
『三國遺事』, 太宗春秋公
[g] (문답자) 元曉­태종(요석공주)
(문) 누가 자루없는 도끼를 내게 빌리겠는가, 나는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 ( 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
(답) 귀부인을 얻어 귀한 아들을 낳고자 하는 것. ( 欲得其婦 産賢子')
(場) 왕실의 혼인
『三國遺事』권4 義解5, 元曉不羈
[h] (문답자)車得公 (文武王의 庶弟) - 관리 安吉(老翁)
(문) 내 집은 황룡·황성 두 절 사이에 있으며, 내 이름은 端午이다? ( 吾家在皇龍皇聖 二寺之間 吾名端午也?')
(답) 大闕 內의 車得令公
(場) 차득공의 潛行示官吏之淸濁'
『三國遺事』권2 紀異2, 文武王法敏
[i] (문답자) 顯宗­術士
(문) 닭 우는 소리와 다듬이 소리가 들려 오는 꿈?
(답) 닭울음은 꼬끼요 ( 鷄鳴高貴位'), 다듬이 소리는 어근당어근당 ( 砧響御近當')하니 왕위에 오를 징조이다.
(場) 즉위
『高麗史』 권 제4, 世家 제4, 顯宗1
[j] (문답자) 미륵­ 풀맷독이·풀개고리·새앙쥐
(문)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답) 금덩산 들어가서 한짝은 차돌이오 한짝은 시우쇠요 툭툭치니 불이 났소. 삼취솔솔 나와 물의 근본.
(場) 創世, 천하의 두지 차지
創世歌>
) 손진태, 창세가>, 『조선신가유편』, 향토문화사, 1930, 3-6면.
[k] (문답자) 대별왕­소별왕
(문) 설운 아시야, 어떤 낭(나무)는 주야펭셍 섶(잎)이 아니 지곡, 어떤 낭은도 섶이 지느니?
(답) 설운 성님아,오곡이라 딩돌막이 짜른 낭 주야펭셍 섶이 아니 지고, 오곡이라 게구린낭 주야펭셍 섶이 지옵네다.
(반문) 설운 동싶 모른 말을 말라. 청대 까대는도 밑디밑디 구리여도(비어도) 섶이 아니진다. 그 말곡지 지어간다.
(場) 인세차지경쟁
천지왕본풀이>
) 옵서. 우리 예숙이나 제껴근(수수께끼나 해서) 이기는 자 이승법을 칭지하곡, 지는 자랑 저승법을 칭지힝기 어찌힝오리까?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참조.
[l] (문답자) 문도령­문도령의 어머니
(문) 어머님아 어머님아, 옷은 새옷이 좋읍네까? 묵은옷이 좋읍네까?
(답) 옷은 새옷이 밴조롱이 곱긴 곱나마는 어디 강(가) 앝젱 힝여도(앉자고 하여도) 구돔(먼지)을 톡톡 털멍 앝아지곡 묵은 옷이 수수한게 좋아진다.
(場) 혼인
세경본풀이>
) 힝링날은 짜청비가 말을 힝되,
문국성문두령님, 어멍신디(어머니한테) 강(가) 예숙(수수께끼)이나 죗경 옵서.'
미시거오(무슨) 예숙을 죗경 옵네까?'
짜청빈 문두령신데레 예숙죗길 말을 까아간다.
진성기, 『제주도 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0, 255-256면 참조.
이상의 자료는 문헌(a-i), 무속신화(j-l) 가운데서 흥미로운 것들을 뽑아본 것인데, 문헌 소재의 고대 수수께끼들(a-i)은 전형적 수수께끼라 할 만하다. 묻고 답하는 쌍방이 있고, 그 물음과 解號가 직설적이라기보다 은유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 은유는 단순히 대상을 감추고 우회하여 당혹케 함으로써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적 상징을 내포하고 있으며(c·d·g) 그것의 풀이를 통해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무속신화가 담고 있는 수수께끼는 장르의 성격상 문헌자료보다 더 고대의 사정을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물음의 내용이 사물의 기원이나 우주의 본질, 또는 보편적인 지식 등과 관련되어 있다. 물과 불의 근본을 묻는 (j)는 우주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원초적 물음을 내포한 점에서 신화 또는 제의적 수수께끼의 한 전형이라 할 만하다. 수수께끼를 통해 인세차지 경쟁을 하는 (k)는 경합형 수수께끼의 신화적 모형이다. 그리고 세 경우 모두 일회 이상의 연속된 문답으로 이루어지는 점도 주목된다. (l)도 마지막 문답에 이르러서 수수께끼의 승패가 결정되고 혼인의 목적이 성취된다.
2.2. 조선조의 사정을 전하는 문헌자료는 드문 편이다. 쌍방간의 일회적 문답으로 구성되는 일반형 수수께끼를 전하는 『俚諺叢林』이 유일한 자료이다. 그 연행의 배경에 대한 참고사항이 없어 아쉽지만, 69편의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귀한 자료집이다. 편자와 편찬연대가 미상인 이 자료집은 대상을 묻는 수수께끼 22편, 數를 묻는 것 10편, 방법을 묻는 것 4편, 破字型 32편을 담고 있어서
) 『俚諺叢林』. 조희웅, 『이야기문학 모꼬지』, 박이정, 1995, 487-516면.
일반형 수수께끼의 몇 가지 형태와 내용적 특징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된다.
자료집을 보고한 조희웅은 그 편찬년대에 대해서, 지질 및 언어적 사실로써 19세기 이상을 소급할 수 없거나, 자료집의 보관상태로 미루어 19세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필사된 내용의 역사가 자료집의 역사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리란 생각에서 이 자료집의 표기가 지닌 몇 가지 특징을 주목해 보게 된다. ㅼ·ㅽ·ㅄ·ㅺ 과 같은 겹모음은 19세기에 통일된 결과라고 하겠으나, 텬하'· 됴셕'· 샹뎐' 등에서 보듯이 17­8세기에 이루어진 구개음화가 이 자료집에 반영되고 있지 않고, 18세기 후반이면 탈락하는 ㄴ' 두음이 년뎡'· 냥반' 등에서와 같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17­19세기에 걸치는 음운의 표기가 혼재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필사자료집의 모본자료는 적어도 19세기 이전으로 소급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 이기문의 『국어사개설』(탑출판사, 1983(1961))을 참고했다.
다음에 든 대상, 수, 방법, 파자 등의 형태는 현전 자료집의 자료들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서 일반형 수수께끼의 유형에 대한 역사적 편모와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대상)
ㅇ 하다의 힝동싶이 무어신고
ㅇ 힝힝이 안에 힝힝이 힝힝이 안에 힝힝이 힝힝이 안 오도독이 무어신고
ㅇ 지가 지링 물고 지의 가 먹난 거시 무어신고
ㅇ 딪딪로 곱싶등이 나다 가문이 무어신고
(수)
ㅇ 두 사링이 한 말식 팅려 힝면 밑이 아홉이 남고 각각 한 필식 팅려 힝면 열 다싶 필이 모짜라니 사링은 몃치요 밑은 몃친고
ㅇ 죵이 쇽냥을 힝려 힝고 돈을 밧치니 샹뎐이 까오딪 너링 길너 돈 밧고 다여 주기 불싶하니 내 돈 한 푼을 주니 초힝링 날브터 그뭄 날힝지 밑일 곱졀식 느려 밧치라 힝니 삼십 일의 몃 냥인고
ㅇ 두 아힝가 안짜더니 한 사링이 지나다가 무링딪 너희 몃 살식 되엿나냐 그 자근 아힝가 딪답힝딪 내 나흘 힝나흘 큰 아힝링 주면 내게 갑졀이 되고 큰 아힝 나흘 힝나흘 날을 쥬면 둘이 동갑이 된다 힝니 둘히 몃 살식인고
(방법)
ㅇ 쥼은 셰힌딪 곳갈은 둘힝이오 한 달의 스무 날식 힝려 힝니 엇지힝여야 한 쥼이 스무 날식 힝고
ㅇ 한 냥반이 죵을 견마 들니고 길을 가더니 그 죵이 한 무덤을 보고 가셔 통곡힝니 샹뎐이 무링딪 그 무덤이 뉘 무덤이완딪 저리 잎통힝다냐 그 죵의 딪답이 그 무덤의 아비다 쇼인 아비 장인이잎고 쇼인 아비 장인은 그 무덤의 아비로소이다 힝니 그 놈의게 엇지되는 무덤인고
(파자)
ㅇ 두 문 틈에 입 너흔 짜다 무싶 짜고
ㅇ 누빛년 싶시로 졔 바다먹다 짜난 무싶 짜고
ㅇ 논둑에 죵가링 집고 건니다 짜난 무싶 짜고
ㅇ 세 겨집이 솟발까치 안짜 짜다 무싶 짜고
그 밖에 고려말부터 중국어 교본으로 사용된 『박통사언해』에 단문단답형의 수수께끼가 열 일곱 편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은유를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수수께끼로서 답항도 바늘, 실, 우산, 호도, 참새, 신꽃, 작도칼, 배, 탑에서 보듯이 생활 주변의 일상적인 대상들이다. 지금의 한국 수수께끼 자료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묘사적 수수께끼(descriptive riddle)들인데, 다만 중국의 생활풍습과 제도 등에 관한 문답을 모은 문헌에 소재한 자료이어서 한국 수수께끼의 직접적인 참고는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아 다루지 않았다.
2.3. 훨씬 다양한 유형 및 연행방식이 존재했을 개연성을 보여 주는 것이 다음에서 보게 될 수수께끼담의 자료들이다. 이들은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일부 수수께끼담의 문맥과 내용적 면모가 2. 1에서 본 문헌자료의 일부와 상당히 유사한 점을 통해서 우선 한국적 수수께끼의 전통 또는 수수께끼 문화의 양태를 감지하게 된다.
[m] (문답자) 중국­조선왕실(아이)
(문) 대국에는 암당나귀가 많고 조선에는 숫당나귀가 많으니 암당나귀를 새끼를 배게 하라.
(답) 조선에 도둑이 많은 것은 중국의 개들이 조선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중국에 있는 개가 어떻게 조선의 도둑을 지키느냐?
(반문) 그럼 조선의 숫당나귀가 어떻게 중국의 암당나귀에게 새끼를 배게 할 수 있느냐?
(場) 한중관계(국운)
『구비문학대계』1­4, 천자를 이긴 아이>
[n] (문답자) 중국­조선왕실(황희)
(문) 공작이 무엇을 먹고 사나?
(답) 납거미줄
(場) 한중관계(국운)
『구비문학대계』1­6, 황희정승이야기>
[o] (문답자) 상전­종(아들)
(문) 겨울에 말꼴을 베어오라.
(답) 제 애비가 말꼴 베러 산에 갔다가 뱀에 물려 제가 대신 왔습니다.
(문) 이 동지섣달에 뱀이 어디 있느냐?
(반문) 그럼 겨울에 말꼴은 어디 있습니까?
(場) 가정의 위기, 신분갈등의 사회
『구비문학대계』7­14, 영악한 종의 말로>
[p] (문답자) 임금­처녀 또는 양반자제­평민여성
(문) 세상에서 가장 맛좋은 음식은?
(답) 소금
(문) 꽃 중에 가장 좋은 꽃은?
(답) 벼꽃과 목화꽃
(場) 혼인
『대계』1­4, 박문수이야기 / 7­14, 천상사람인 이인며느리>
[q] (문답자) 남자­여자
(문) 성은 무엇인가?
(답) 蜀나라 杜鵑이 슬피 울더니 고국산천이 이마에 닿습니다. (崔)
(문) 어디에 사는가?
(답) 동대문 안 들어서면 上四家 下三家中에 竹扉四窓입니다.
(場) 남녀수작, 언어경합
『대계』2 - 3, 십년공부>
[r] (문답자) 장인­사위
(문) 狗之善 는 長頸故也라.
(반문) 蛙之善 도 長頸故也이까?
(문) 路柳不長은 人故也라.
(반문) 聘母不長도 人故也리까?
(場) 언어경합
『대계』7­ 9, 괄시받는 막내사위의 보복> /
7­17, 빙모부장세인고>
[s] (문답자)방울이­공자
(문) 저 소나무는 왜 겨울에도 여름에도 잎이 안 집니까?
(답) 속이 차서 그렇다.
(반문) 그러면 속이 빈 대나무는 왜 잎이 안 집니까?
(문) 기러기는 왜 소리가 큽니까?
(답) 목이 길어 그렇다.
(반문) 그러면 목 짧은 개구리는 왜 소리가 큽니까?
(場) 언어경합
『대계』7­15, 공자와 방울이>
[t] (문답자) 꿈­성계(보살의 딸·보살)
(문) 나무떼기 세 개를 매고 있는 꿈?
(답1) 곧 죽는다.
(답2) 왕이 된다.
(場) 즉위
『대계』2­3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개국>
위의 자료들을 2.1에서 제시한 자료와 비교해 보면 (h)와 (q), (i)와 (t)가 그 내용 및 형태면에서 유사하고, 많은 수수께끼가 국운, 즉위, 혼인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점도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수수께끼담의 자료에서 언어유희 또는 언어경합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이 구분된다 하겠다.
그러나 위의 수수께끼담들이 담고 있는 수수께끼(m­t)의 유형들은 문헌자료나 오늘날 이루어진 사전류의 자료집에서 보이는 유형을 능가하는 다양성이 있다. 이를테면, 수수께끼담에서 수수께끼의 승패는 질문자가 던진 문제를 해답자가 알아 맞히는가의 여부로 간단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反問型 수수께끼(m·o·r·s)이다. 이 유형은 질문항의 모순을 바로 반문하는 형(r)과, 모순된 질문으로 답을 유도한 뒤 그 답의 모순을 반문하는 형(s), 모순된 문제에 짐짓 모순된 대답을 함으로써 반문을 유도한 뒤 원문제의 모순을 반문하는 형(m·o)으로 나눌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반문을 하는 자가 승자가 되는 이 유형은 해답을 맞히는 것으로써 승패를 결정하는 일반형 수수께끼와 전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은유를 통한 범주의 혼란보다 논리의 함정을 만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유형이다. 평이한 물음에 대해서 수수께끼적 물음을 내포한 답을 함으로써 승패를 가름하는 유형(q)도 있다. 이 유형은 차득공과 안길 간에 오고 간 수수께끼(h)와 유사한 형태로, 맥락에 따라서 놀이의 우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상의 논의는 수수께끼 유형분류의 어려움을 제기한다. 그리고 쌍방간의 일회적 문답을 전제한 언술내용 중심의 분류가 수수께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된다. 우선 일별해 본 것으로도, 결정적인 질문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유형, 연속질문을 통한 의미의 점층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유형, 결정적인 반문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유형, 난제를 내포한 해답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유형 등이 있어, 연행의 맥락에서 본 수수께끼의 유형은 아주 다양하게 드러났다.
) 에이브라함스(R. D. Abrahams)가 언어표현 관습을 통해 문화에 대한 통찰이 가능함을 전제하면서 문화가 상이한 세 그룹에서 기능하는 수수께끼장르의 용례를 살핀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의 벤다(Venda)족은 말의 관습에 대해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그룹으로서, 그 구성원에게는 사회적 삶에 참여하기 위한 자질로서 수수께끼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기대된다. 수수께끼를 경쟁하는 시합이 긴 시간 계속되며, 다른 물음으로 앞의 대답을 사기도 하는 등으로 문제를 많이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최종 승자의 영예가 주어진다고 한다. ( Introductory Remarks to a Rhetorical Theory of Folklore, Journal of American Folklore, vol. 81, 1968.)
물론, 일반형 수수께끼의 여러 하위유형이 『이언총림』의 자료에서 보듯이 조선조 후기 언저리에는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이 일반형이 민간수수께끼 놀이의 기반이 되었음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유형의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전하는 자료가 임의적인 데다 그 역사적 객관이 문제되는 점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록이나 구전이 전하는 자료들의 성격을 통해서 수수께끼 놀이판의 역사적 변화를 추론해 보는 정도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다.
3. 수수께끼판과 그 놀이성격의 역사적 변모
3.1. 자료 (a­h)에서 보듯이 고대의 수수께끼는 대부분이 국가적 차원과 왕실주변에서 이루어진 것들만 기록으로 남았다. 이들 수수께기의 판은 외적·중국과의 관계(c·f), 왕실의 위기(b·d·e), 즉위(a·i) 및 왕실의 혼인(g), 기타(h)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차득공이 안길에게 낸 수수께끼(h)도 왕족인 차득공이 재상으로 임명되면서 조세의 輕重과 관리의 淸濁을 살피기 위한 潛行의 과정에서 행한 것이어서, 역시 왕실의 인재선발과 관련되어 있다. 수수께끼가 解號되는 과정에서 日官이나 巫者 등의 중재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수수께끼들의 공식성과 진지성을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더욱 진지한 수수께끼 내용을 담고 있는 자료가 (j·k·l)이다. 물과 불의 기원을 묻는 (j)는 우주론적 본질에 대한 물음을 내포한 점에서 신화 또는 제의적 수수께끼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수수께끼로 인세차지 경쟁을 하는 사례 (k)는 경합형 수수께끼의 신화적 모형이라 할 만하다. 세경신 본풀이의 수수께끼 (l) 또한, 혼인의 장이 오래고 보편적인 수수께끼판임을 확인하게 하는 흥미로운 자료이다. 같은 수수께끼가 구렁덩덩신선비> 설화 내의 유사한 맥락에서 나타남을 본다.
) 구렁덩덩신선비>, 『구비문학대계』7 - 13, 374면.
신화와 제의와 수수께끼의 상관성에 대해서 호이징하도 지적한 바 있듯이, 위의 세 사례는 수수께끼가 일종의 신성유희로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주는 자료로서 문헌자료가 담보하는 역사성을 상회할 것으로 생각된다.
) J.호이징하, 권영빈 역, 『호모 루덴스』, 홍성사, 1981, 141­158면.
목숨을 건 수수께끼는 아니더라도, 형벌을 가하며­ 승틀에 올녀놋코 슥문삼치예 때리내며'­묻거나, 수수께끼놀이의 결과로써 인세의 통치자가 결정되는 상황은 그 수수께끼의 기능이 심상치 않았던 때의 흔적이다. 그래서인지 그 물음도 신화적이고 우주론적이며 세상의 사물들과 관련되어 있고, 그 근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수께끼 문답으로 구송되는 다음의 초감제> 무가 앞부분
) 赤松智誠·秋葉 隆, 『朝鮮巫俗硏究』 上, 조선총독부, 1937.
도 호이징하가 말한 제식 수수께끼'의 반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쳔지혼합으로 제일입니다. 엇떠한 것이 쳔지혼합입니까?
하늘과 땅이 맛붓튼 것이 혼합이요.
혼합한 후에 개벽이 제일입니다. 엇떠한 것이 개벽이뇨?
하날과 땅이 각각 갈나서 개벽입니다.
쳔지개벽이 엇떠케 되엿스릿가?
하늘로부터 조이슬이 나리고 따으로부터 둘이슬이 소사나와서
(중략) 남북방으로는 나래를 들으고 쳔지개벽이 되엿습니다.
하날은 어떤 것이 하날이냐?
쳬쳬맑은 쳬하날이요 (중략)
삼십삼쳔구쳔서른세하날 이것이 하날이외다.
하날은 두려운 하날 땅은 백사지망.
천지간에는 무엇이 갈임니까?
산도 수도 감이라.
산수중에 무엇이 몬저 낫소릿까?
산이나고 물이 낫소니, 산섭에 물이나고
물속에 산이 낫스니, 산으로 몬저 셍기겟나니다.
민담 속에 들어 있는 수수께끼 자료들이 부분적으로 문헌의 그것과 유사한 성격을 보이는 사실은 민담자료들이 갖는 사실 반영적 국면을 어느 만큼 드러내 주는 점이다. 국운(m·n), 즉위(t), 혼인(p)이라는 수수께끼의 맥락은 많은 민담에서 흔하게 확인되는 것이다. 다만 민담 속에서는 그 내용·주체·판이 다분히 희화화되고 있어서 그것을 역사적 자료로 다루기가 어렵다.
) 중국에서 보낸 수수께끼를 푸는 자가 바보(떡보)로 설정된 수수께끼담에서 그 희화의 극치를 볼 수 있다. 『구비문학대계』1­2 떡보와 사신> 외에 여러 편의 각편이 채록되었다.
오히려 민담을 통해서 드러나는 민간수수께끼의 특징으로 우리가 주목할 것은 破字 또는 논리의 함정을 이용한 언어경합놀이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점이다. 그리고 신분이나 빈부의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유형도 눈에 띈다. 장인과 사위, 상전과 종, 원과 아전, 시부와 며느리, 혼인을 앞둔 남녀 등의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수수께끼놀이의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담고 있는 민담을 통해서 우리는 신성하고 진지한 수수께끼에서 보다 오락적인 수수께끼놀이로 변화하는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이다.
민담을 통해 드러나는 수수께끼의 변모를 개연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문헌으로 『요로원야화기』가 있다.
) 李秉岐 選解, 『要路院夜話記』, 을유문화사, 1948.
이 책은 한문단편자료로서, 작자가 있고 작품의 배경 및 내용이 그것이 씌어진 17세기 조선의 사회적 정황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서 변모해 가는 수수께끼의 연행을 읽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서울을 오르내리는 과객들이 머무는 주막에서 우연히 만난 서울양반(京客)과 시골선비(鄕客)가 벌이는 언어경합이 그 서사적 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행색을 보고 함부로 내치는 서울양반에게, 시골선비는 날로써 승골사람이라 하여 답례를 아니하되 어린 긔와 교만한 뜻을 내 궤휼로 속이랴'하고, 신변과 향중의 일 또는 생활사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양반에게 시종 거짓으로 대답하여 자신을 위장한다. 거짓된 문답이 계속되면서 서울양반은 점점 우쭐해지지만, 肉談風月과 作詩의 경합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속았음을 알게 된다. 승골나기'[鄕之賭]와 서울것'[京之表]의 표현에서 보듯이, 이들이 주고 받는 풍월과 시는 은유와 동음이의 등의 수수께끼 원리에 충실해 있다.
) 언어경합담과 수수께끼담의 공통된 구조를 분석한 김열규의 글이 크게 참고가 되었다. 김열규, 언어경합담의 구조, 『민담학개론』, 일조각, 1982, 213­230면.
이 자료는 당시 선비들 간에 또는 京客과 鄕客 간에 이루어졌음직한 여흥의 지적 경합에서 수수께끼 및 수수께끼의 원리가 활용되었음을 시사한다. 서사의 전반부에서 자신을 무식한 향반으로 철저히 은닉하는 궤휼에 성공하는 향객은, 표면상으로 굴신하는 응답자이지만 위세당당한 경객 질문자보다 실제로는 우위에 서 있고 이면에서 그 우위를 즐긴다. 그것을 모르는 경객이 향객을 철저히 궁지에 몰아넣을 요량으로 시작한 육담풍월에서 향객이 그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면서 놀이의 역전이 가시화되고 마침내 승패가 결정된다. 이러한 구조는 경합형 수수께끼가 장시간 지속되기도 했을 개연성을 드러내 주는 자료이나, 다른 객관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상당한 비중으로 구전되는 언어경합형 수수께끼민담들이 그 사실을 간접으로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 어떻든 말을 통한 지적 경합이 시정의 다양한 계층에서 이루어졌던 흔적을 이들 자료가 담고 있음은 주목을 요한다.
3.2. 수수께끼는 그 판의 성격에 따라 문화적 기능도 상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화가 전해주는 수수께끼의 판은 제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면서 세계 형성의 비밀을 전수하고, 英雄이나 王者의 통과제의적 시험과 경쟁을 치르기도 하는 현장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여기서 행해지는 수수께끼는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거나, 중요한 상징(물)을 찾아내는 과제로 부과된다.
『삼국유사』의 몇몇 자료들은 이러한 신성한 놀이로서의 전통이 고대국가시대까지 계속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적 갈등, 왕실내부의 갈등, 외적침입의 위기 및 대외적 갈등 등의 문제상황에서 그 난제의 해결이 수수께끼 풀이의 방식을 빌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주 신탁의 방식으로 문제가 제출되는가 하면 그 해호의 과정에서 중개자가 등장하거나 목숨이 걸리기도 하는 점에서 이들 수수께끼가 지녔던 진지한 성격을 짐작하게 된다. 혼인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수께끼 또한 통과의례적 기능을 지닌 점에서 공식적이고 진지한 놀이성격으로 이해된다.
민담 또는 기타 자료가 전해주는 수수께끼판은 사실 반영적 차원에서 참고로 삼을 만한데, 특히 여기서 강하게 드러나는 수수께끼의 언어유희·언어경합적 국면은 민간수수께끼의 현장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그와 동시에 이런 국면은 신성하고 진지한 놀이인 수수께끼가 점차 변화되고 분화된 양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난장의 제의 또는 제의와 놀이의 복합이라는 고대 제의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제의라는 성스러운 놀이의 현장에서 수수께끼가 감당했던 공동체 차원의 문제해결 기능을 다른 장르들­이를테면, 解夢·점괘풀이·讖­이 대신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木子得國'과 같은 破字讖謠들이 불려졌다거나, 해몽이나 점괘풀이를 통해 왕으로 즉위한 이야기들이 역사의 시대마다 전승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과정에서 수수께끼는 민간에서 가벼운 놀이로서의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심심파적과 즐거움을 위해 이루어지는 놀이로서 수수께끼는 그 오락적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동시에 수수께끼는 어른과 아동 사이에서 또는 아동들끼리 서로의 지적 능력을 시험하고 계발하기 위해 행해지기도 한다. 수수께끼의 주제가 우주와 자연, 인간과 동식물, 의식주 생활과 관련된 사물 전반, 한자문자 등에까지 걸쳐 있는 점, 그 지식습득이 수수께끼 특유의 은유적 표현과 해호, 논리적 파탈의 놀이를 통해서 이루어진 점에서, 수수께끼는 인간의 상상력과 지력을 계발하는 교육적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놀이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졌던 셈이다. 특히 많은 兒智型 민담에서 어린 아이의 지혜를 드러내는 데 수수께끼가 활용되고 있는 점을 통해서도, 아이들의 지력과 지혜를 신장하는 데 소용되었던 수수께끼놀이의 문화적 기능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조선조에 양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漢字破字型 수수께끼는 한자 습득의 기능 못지 않게 한자문자로 대표되던 당시 식자층의 관념과 질서를 공격하고 해체하는 기능도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수께끼를 담은 대부분의 민담들이 아이, 여자, 무식자, 노인 등의 이름없는 존재가 수수께끼의 승자가 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 사실은 민담 특유의 의식적 층위로 해석될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문화를 주도하지 못한 계층들이 자신의 정체와 위상을 표현하는 한 양식으로 수수께끼의 원리가 중요한 기능을 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4. 마무리
요약하건대, 말의 관습이나 능력에 대해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가 부여되었던 시대에는 우주와 세계의 비의를 전수하는 매체로서 또는 사회를 사는 개인적 자질의 준거로서 기능했던 수수께끼가, 점차 가벼운 놀이를 통한 사고력·지력의 계발 기능으로 변모되는 한편으로 그러한 언어유희와 언어경합의 과정에서 다소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모티프로 의미화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수수께끼가 논리의 파탈이나 한자파자 등을 통해서 감당했던 파격의 기제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훨씬 강화된 양상을 보여 준다. 사회·정치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는 시리이즈 수수께끼도 양산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수수께끼는, 우회와 은폐에도 불구하고 문항과 답항을 상호작용하게 하고 설문자와 해답자를 교호하게 하는 건강한 은유보다는, 주로 농담의 장에서 농담행위로 이루어지며 의심스럽고 훼손된 말을 양산하고 공격적 성향을 띰으로서 문화적 가치의 주된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속담에 비해서 현대적 변용이 활발한 현대 수수께끼의 이러한 양상은 그 나름대로 오늘의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별고로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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