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일자리 확대, 제가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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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사회적인 규칙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어서 가장 취업이 어려운 장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에게 자신을 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규칙에 집착하지만 루틴만 잘 잡히면 원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뚜렷한 장점을 지닌 이들이기도 하다. 베어베터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인쇄, 원두커피 로스팅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발굴,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진희 공동대표를 만나 베어베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다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는 지난 2010년 NHN(지금의 '네이버') 인사담당 임원직을 그만두고 2012년 NHN 창업 멤버이자, 그의 상사였던 김정호 대표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베어베터를 열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그의 아이, 그리고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모든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발달장애인들을 돕는 방법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을 택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가장 대책 없고 막막한 영역이 일자리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유아기나 학령기 교육은 어느 정도 시스템화 되어 있지만, 성인기 상황에 맞는 일자리는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일하고 싶은 장애인들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마침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던 김정호 대표가 이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해보자고 이야기 했어요. 고용과 인사관리에 대한 제 경험을 더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김 대표와 함께 베어베터를 시작하게 됐죠."
그러나 이 대표 또한 전문적으로 사업을 해 본 것은 아니기에, 초기에는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이 대표가 발견한 해결의 열쇠는 '연계고용제도'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직원의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장애인고용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벌금을 내지 않으려면 직접 고용을 하거나, 10명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한 자회사를 만들거나,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와 거래를 하면 된다. 이 대표는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와 거래한 금액만큼을 간접 고용으로 인정해 주는 '연계고용제도'에 주목했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매년 수천에서 수억 원의 벌금을 내는 기업들이 있는데,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가 발달장애인들이 하기 어렵거나, 비장애인들이 많은 조직에 발달장애인 한두 명이 섞여들어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장애인 고용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베어베터에서 이들을 고용해 장애 특성에 맞는 일을 제공하고,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해 기업과 거래한다면 어떨까?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기업은 벌금을 감면받을 수 있고, 일자리를 원하는 장애인은 일할 수 있게 되어 모두가 윈윈하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
베어베터가 인정받는 이유? '프로다움'이 답!
베어베터가 설립된 지도 어느덧 8년. 이제는 240여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는 일터가 됐다. 처음에는 복사-출력-제본 등 인쇄를 대행,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시작한 사업 영역도 원두커피 로스팅, 제과, 경조 화환 공급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현재는 네이버, 카카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베어베터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기업과의 재계약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이렇게 인정받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이진희 대표는 '프로다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착한 기업이어서, 벌금을 감면 받을 수 있어서 라는 이유는 사실 부차적입니다. 인쇄사업 중에서도 명함의 경우 대외용으로 사용되는 물품이고, 원두커피나 제과는 직원 복지를 위해 제공되는 품목이어서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만약 저희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사 임직원이 만족할 만한 품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아무리 착한 기업이고, 벌금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더라도 저희와 거래를 계속하지 않겠죠."
실제로 베어베터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특성과 어려움을 고려하면서도 품질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장비를 구입하고, 제과 분야에서는 HACCP 인증도 받았다. 업무 측면에서는 배송 업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직무를 찾고, 맞춤형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품질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한다. 발달장애인이 하기에 적합한 직무를 세심하게 찾고 일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모두) 입사 시에는 동료를 존중하고, 존댓말을 쓰고, 상사의 지시를 잘 지킬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고, 3개월간 자체 교육을 진행해 프로다움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컨설팅 통해 더 많은 일자리 생기도록 도울 것
이진희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다. 발달장애인 고용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어베터에서는 고객사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발달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 관련한 기업들의 니즈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현재는 베어베터에서 생산한 제품을 제공받기를 원하는 기업이 다수지만, 이를 넘어 베어베터 직원들이 자사의 사내 카페나 매점에서 근무해주길 원하거나, 베어베터에서 훈련 받은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자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고 싶다는 니즈를 밝히는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고객사 직원들이 비대면으로 업무를 보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베어베터 또한 기존보다 주문량이 줄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 고용을 더 많이, 더 잘하기 위해서는 베어베터를 넘어, 일반 기업에서의 장애인 직접 고용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게끔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해 베어베터에서는 앞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관리 아웃소싱, 채용 컨설팅, 인사관리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여러 고객사에서 베어베터에서 훈련 받은 매니저들이나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를 원해서 현재까지 발달장애인 직원 60명 정도가 대기업으로 성공적인 이직을 했습니다. 베어베터의 연계 고용 비즈니스로 다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베어베터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전수를 통해 일반 기업의 직접 고용이 채워나갈 수 있게끔 한다면,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 기대합니다."
https://www.hrinsight.co.kr/view/view.asp?in_cate=115&bi_pidx=3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