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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6 (목) 김건희…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 사과할 의향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가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국민에 대해 심려 끼친드린 점에 사과할 의향이 있다”라고 했다. 김건희 씨는 12월 15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허위 이력과 관련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활동은 언제 개시하나’라는 질문에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YTN은 김건희 씨가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 교수로 초빙되기 전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를 공개하며, 지원서에 기재된 ‘2002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이사 재직’,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등의 이력이 허위라고 보도했다. 김건희 씨는 이중 수상 이력과 관련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며 사실상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건희 씨는 “수상 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나는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도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제 처가 억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부적절하게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수원여대 초빙교수 지원서 허위경력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며, 김건희 씨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대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학문적으로 만약 표절이고 학위를 인정하기 곤란하면 취소돼야 하는 게 당연하고 학위를 반납해야 한다”라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 아마 처 성격상 스스로 반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는 12월 15일 여의도 당사에 들어가다 기자들로부터 김건희 씨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현실을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춰서 어떤 건지 물어보고 하시라”라며 “교수 채용에서 시간강사라는 것은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다”라고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인, 장모 비리 프레임에 갇히면 정권교체가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이자 코바나콘텐츠 대표 김건희 씨가 12월 15일 자신을 둘러싼 허위 경력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언론 노출을 꺼려온 김건희 씨가 대선정국에서 언론과의 접촉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건희 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허위 이력과 관련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 의향이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흰 셔츠에 짙은 청바지, 검은 재킷 차림으로 사무실을 찾은 김건희 씨는 ‘윤석열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활동은 언제 개시하나’라는 질문에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김건희 씨의 발언은 YTN과 오마이뉴스의 잇따른 보도로, 자신을 둘러싼 신상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허위이력 기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YTN은 김건희 씨가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교수로 초빙되기 전 제출한 지원서를 공개하며 경력과 수상내역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김씨는 앞서 “저는 남자답다. 가식적인 거 되게 싫어한다”면서 “언제 등판해야 할지 알려 달라, 자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26분간 통화에서 이른바 ‘쥴리’라는 예명으로 접대부 역할을 했다는 ‘쥴리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쥴리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나가면 (남편인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나가야 하는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씨는 “저는 남자답다”면서 “가식적으로 남편 따라다니는 거 싫다. 봉사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것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라면서 “보여주기보다는 실천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개 행보의 메시지를 묻자 “새 시대에는 진영 싸움을 안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진영을 깨야 한다. 미래에는 진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새 시대’는 윤석열 후보의 대선 핵심 슬로건 중 하나다.
김건희 질문에 尹 격앙… "저쪽 떠드는 얘기 듣지만 마시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해 “현실을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춰서 어떤 건지 물어보고 (보도)하시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관련 의혹 제기가 불쾌한 듯 발언 중 격앙된 톤으로 말하거나 손가락을 흔들고 손바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12월 15일 여의도 당사에 들어가다 기자들로부터 김씨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멈춰선 뒤 취재진을 향해 “하나 물어볼 게 있다”며 입을 열었다.
윤석열 후보는 이어 “여러분들 가까운 사람 중에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시간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한번 물어보라”라며 “교수 채용에서 시간강사라는 것은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그냥 공채가 아니다.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라며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 현실을 좀 보시라”고 했다. 이는 김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적었다는 의혹과 관련, 지원서에 기재한 경력이 김씨가 채용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후보는 또 “비상근 이사라고 하는 건 출근을 하는 게 아니다. YTN 보니까 직원들한테 출근했냐고 물어봤던데, 출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실을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춰서 이것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보도)하라”고 말했다. 그는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얘기 듣기만 하지 마시고, 한번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물어보세요.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라며 “물어보고, 여러분들이 취재하고 방향을 잡으시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당사를 나온 후에도 기자들에게 같은 취지의 설명을 반복했다.
윤석열 후보는 “요새 대학에서 특정 강의에 대해 여러 사람 모아서 시간강사를 뽑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에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어떻게 뽑았는지 여러분들이 취재해보라”라며 “외부 강사는 위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누구에 대해 추천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촉하는 것이다. 무슨 공개경쟁에 필요한 자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또 사단법인 이사라는 게 어디 딱 근무하는 게 아니라, 자문·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헌법학회 이사가 뭔가를 하는가. 비상근 명예직이라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나.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자료를 그냥 내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제주 지진, 참돔은 먼저 알았다?… 하루전 2.5만마리 '이례적 풍년'
때아닌 '도미 풍년'을 두고 지난 12월 14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4.9 규모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월 13일 밤 제주 동쪽(110-9해구) 해역에서 참돔 2만5000여마리가 포획됐다. 포획된 참돔은 부산에서 위판돼 1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고등어 성어기에 참돔이 대량으로 잡혀 위판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제주도 지진의 전조현상'라는 의견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지진 때문에 참돔이 미리 대피한 것 같다' '자연은 신비롭다' 등의 반응이다. 4년 전 포항 지진 당시에도 이같은 전조현상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진 발생 이틀 전 포항에서 나타난 이른바 '지진운'(지진이 날 때 나타난다고 알려진 구름) 사진을 올리며 포항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조현상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USGS(미국 지질조사국)은 "동물의 집단행동은 원인을 모르고, 일관성이 없어 과학적이지 않다"고 했다. 지진운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기상현상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전날 오후 5시 19분 14초 제주도 서남서쪽 41㎞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4.9 규모로, 역대 11번째다. 기상청은 "규모 4.9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뒤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규확진 7850명·위중증 964명 역대 최다… 거리두기 다시 강화
12월 15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8000명선에 육박했다.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58명이나 늘면서 900명대 후반을 기록했다. 확진자 수와 함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850명 늘어 누적 53만6495명이라고 밝혔다.
8000명에 근접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기존 최다치인 지난 12월 8일 7174명보다 676명이나 많다. 전날 5567명과 비교해서도 2283명 급증했다. 전날부터 검사 건수가 평일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확진자 수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11월 24일 4115명으로 처음 4000명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 12월 1일 5122명, 지난 12월 8일 7174명으로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집계된 위중증 환자는 964명으로 전날보다 58명 늘면서 이틀 연속 9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12월 8일 840명 이후 엿새 연속 800명대를 기록하다 전날 처음으로 900명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70명이다. 전날 사망자가 94명으로 100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던 것보다는 24명 적지만 여전히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달 11월 1일 방역조치가 완화된 이후 최근 들어 5000∼7000명대 확진자가 연일 나오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수도 함께 급증하자 정부가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축소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일상회복 '중단' 방침을 밝혔다. 현재 6명인 수도권의 사적모임 인원을 4명으로 줄이고, 시간제한 없이 운영되는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2시 또는 밤 10시 등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방역 강화의 구체적 조치는 12월 17일 발표된 뒤 연말까지 2주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화장터, 딸은 수차례 애원… "엄마 얼굴 딱 한 번만"
12월 14일 오후 5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화장터인 이곳에는 흰색 차량 19대가 꼬리를 물고 줄지어 정차하고 있었다. 녹색 십자 마크를 달고 있는 이 차량들은 구급차량처럼 보였지만 사이렌을 달고 있진 않았다. 대신 ‘○○특수’라는 글자가 옆면에 붙었다. 코로나로 숨진 이들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였다. 이날 승화원에 예약된 코로나 화장 예약 명단에는 고인 20명의 이름이 올랐다.
운구 차량 한 대가 본관 앞에서 섰다. 대기하던 화장터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이 트렁크를 열고 관을 꺼냈다. 바퀴달린 들것에 얹힌 채였다. 관이 있던 트렁크에 연막소독기 ‘뿌레’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뿌려졌다. 관도 상하좌우 소독됐다. 소독을 끝내고 관을 덮은 천막을 살짝 들춰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치면, 화장터 관계자들이 들것에 실린 관을 화장시설이 설치된 본관으로 밀어 옮겼다. 시신을 내린 운구 차량이 빠져나가면, 곧바로 시신을 태운 그 다음 운구 차량이 들어섰다. 이런 과정이 이날 20번 되풀이됐다.
“고인 김○○님 댁, 앞으로 나와주세요.” 본관 로비에서 이 같은 안내가 나오자 별도 공간에서 대기 중이던 유족들이 로비 가운데로 향했다. 그러다 빨간색 차단막 앞에서 멈춰섰다. 고인의 시신이 든 관에서 열 걸음 떨어진 자리다. 전신을 하얀색 방호복으로 감싼 화장터 직원 5명이 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 손에는 ‘김○○’라고 적힌 팻말이 들렸다.“성함 확인해주세요.” 유족 홍모(여·47)씨는 고인 영정사진을 바닥에 놓은 뒤, 팻말에 한번 눈길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관을 향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엄마…”라고 했다.
홍씨는 “얼굴은 못 보나요? 어머니 모습 못 봐요?”라고 물었다. 화장터 관계자는 “이따가 유골 받으실 때 볼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홍씨는 재차 “얼굴은…”이라고 물었다. “얼굴은 안 돼요”라는 답을 들었다. 홍씨와 유가족 4명은 관을 향해 두 차례 절을 했다. 관 주위에 선 화장터 관계자들은 유가족에게 목례했다. 관을 향해서도 한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런 뒤 관을 화장터로 옮겼다. 홍씨는 관을 옮기는 사람들 등 뒤에 대고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1분 30초 걸렸다.
홍씨 어머니의 화장 순번은 이날 화장 일정이 잡힌 20명 가운데 12번째였다. 승화원 본관은 순번을 기다리는 유족들과 장례식장 관계자들, 시신을 운구했던 차량 운전자들로 붐볐다. 이들 대부분 흰 방호복을 입거나 상복을 갈음한 검은색 외투 차림이었다. 그 가운데서 등산복 차림의 남성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는 고인 이름이 호명되자 배낭을 불룩 멘 채 나타났다. 말없이 10초쯤 섰다가 90도로 인사를 하고 관을 떠나보냈다.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온 이모(65)씨였다.
이씨 딸은 암 투병 중 코로나에 걸려 서른여덟 나이에 숨졌다. 유방암과 갑상선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지만, “항암 치료를 마친 뒤 2~3개월 약물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것”이란 말을 이씨는 믿었다. 그런 희망은 딸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다녀가면서 무너졌다. 딸은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다. 곁에서 간호하던 아내는 자가 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고, 건강한 시절의 딸이 살던 서울 신월동 집에 머물렀다. 아내 대신 딸 병구완을 해야 했다. 옷가지를 챙기러 본가인 부산에 내려갔다. 그러다 12월 13일 새벽 5시쯤 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히 상경했지만 4시간 뒤,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딸 시신 검안지에는 ‘중간 사인’ 항목에 ‘COVID-19 감염’이라고 적혔다고 한다. 기자가 이씨에게 ‘등산 차림으로 오셨다’고 말을 건네자 “딸 돌보며 병원서 지내려고 부산 본가에서 옷이랑 속옷이랑 일주일치 챙겨온 거다. 그런데 어제 코로나로 딸이 4시간만에 죽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딸의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래 살지는 못할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갈 줄은…”이라고 했다.
격리 중인 아내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젊은 딸을 보낸 이씨는 크게 소리내어 울지는 않았다. 그건 이곳을 찾은 다른 유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리내 울기에는 이들에게 주어진 애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날 마지막 순번으로 화장되는 시신은 고(故) 이국영(55)씨였다. 홍콩 국적으로 한국인 아내를 만나 서울에 터 잡고 살던 외국인이었다. 그는 지난 12월 10일부터 외부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업무와 학업 등을 이유로 아내와 아들은 지방에서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이틀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대학생 아들이 12월 12일 서울 장안동의 이씨 자택을 직접 찾았다.
아들이 이씨를 발견했을 때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죽었다고 신고를 했다. 방역당국은 그가 코로나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신을 하루 동안 방에 그대로 두라고 지시했다. 검체 채취 결과 시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코로나 시신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아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하루 뒤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씨 시신은 그 사이 자택에 방치됐다가, 지정병원으로 옮겨져 임시 보관됐다가, 대형병원 영안실 안치를 거쳐 화장터로 옮겨졌다. 급증한 코로나 사망자 탓에, 화장터가 정해진 것도 14일 오후에서였다고 한다. 유족을 도우러 왔다는 고인의 지인 권모(46)씨는 “고인은 아들도 어리고 아내 분 혼자서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듯해 도와주러 왔다”며 “시신과 함께 있던 아들이 아빠 모습을 마지막으로라도 본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12월 14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 사망자는 94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4387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가 사망했을 때는 ‘선(先) 화장 후(後) 장례’가 원칙이다. 시신은 수의 대신 입던 옷 그대로 비닐백에 담긴 뒤 관에 들어간다고 한다. 불에 태워져 유골함에 담긴 뒤에야 가족들과 만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지침을 내린 근거로 ‘장례 과정에서 시신과 유족의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코로나 시신 선 화장 후 장례’이 필수적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장례 가이드라인에 ‘시신을 통한 코로나 감염이 이뤄진다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국회에선 WHO의 입장을 근거로 현 정부의 지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코로나 환자 장례 절차에) 많은 문제가 있어서 전문가, 장례 협회와 논의 중이다. 마지막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발선인장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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