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커스터마이징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커스터마이징’의 개념은 단지 키 캡만 다른 색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WASD’ 키 색만 바꾸는 정도로는 커스텀이라고 할 수 없다. 커스터마이징이라면 최소한 스위치 정도는 모두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손으로 '치는' 키보드이므로 키감, 타건음 정도는 내 입맛에 맞게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커스텀'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소개하는 커스텀 키보드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키 캡은 물론이고 스위치까지 모두 바꿀 수 있어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다. 키보드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 고민된다고? 납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납땜도 필요 없이 5~10분이면 만들 수 있다. 참말인지 아닌지 뒤에서 살펴보자.
커스텀 키보드,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커스텀 키보드라고 하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키보드보다 무조건 비쌀 것이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성품이라서 저렴하고 커스텀이라서 비싼 것은 아니다. 커스텀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기성품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물건이 있다.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이하 아콘 DIY 세트)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100% 풀 알루미늄 하우징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무게는 2.3kg으로 매우 무거운 편이다. 가격은 186,000원이지만 여기에는 스위치와 키 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몬스타 데빌스킬 퀵스왑 MGK-C1 하우징 DIY 세트’ 뿐이다.
몬스타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MGK-C1 하우징 DIY 세트(이하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역시 PCB와 하우징만 포함되어 있고 스위치와 키 캡은 별도 구매하거나 기존에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강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것.
스위치와 키 캡은 몬스타기어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카일/오테뮤/게이트론 등의 다양한 스위치 제조사가 만든 청축/갈축/흑축/적축/황축/백축/녹축 등의 스위치를 구할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키감의 키보드'를 만들기 수월하다. 스위치는 10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여러 종류의 키캡도 함께 판매 중이다.
스위치를 결합하는 PCB 부분이다. 각 스위치가 체결되는 칸을 보면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위에는 스위치와 연결되는 2개의 핀이 있고 아래에는 LED가 붙어 있다. 이 제품은 '퀵 스왑(납땜 없이 스위치를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립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스위치에 붙어 있는 2개의 금속 핀을 금속 홈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스위치는 커스텀 키보드 사용자들에게 꽤 좋은 평가를 받는 게이트론 황축을 구했다. 걸리는 느낌이 없는 리니어 스위치이며, 적축과 흑축의 중간정도의 키압이다.
조립은 사진에 보이는 2개의 핀을 키보드 PCB에 맞춰 끼우기만 하면 된다. 핀의 위치가 서로 달라서 다른 방향으로는 끼울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방향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으며, 어느 위치에 끼워도 상관 없다. 어찌 보면 레고보다도 훨씬 쉽다.
절반 정도 조립했을 때의 시간은 약 3분 10초 정도이다. 키 캡을 조립할 때 일반 문자/숫자 키는 조립에 어려움이 없으나 스페이스바나 엔터, 시프트, 백스페이스처럼 길이가 긴 키는 3개의 홈을 동시에 맞춰야 하므로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역시 요령이 생기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스위치도 전용 핀셋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키 캡과 달리 스위치는 금속 핀이 PCB와 연결되므로 수직으로 뽑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분해하는데 큰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립 후 타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상당히 가벼우면서도 절제된 소리가 딱 황축의 느낌 그대로이다. 스페이스바는 상당히 정숙한 편인데 오른쪽 시프트의 경우 철심 소리가 좀 많이 났다.
이제 내 키보드는 내가 만들어 써보자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은 커스텀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키 캡부터 하우징까지 전부 나무로 깎아 만든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키보드도 있지만 도전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면 오늘 소개한 커스텀 키보드 DIY 세트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직 국내에는 커스텀 키보드 전용 하우징이 많지 않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양한 스위치가 판매되고 있고 키 캡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앱코 등 일부 업체에서 커스텀 키보드 DIY를 위한 하우징을 출시할 계획에 있다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고 해서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이제는 기분 따라 목적에 따라 내가 원하는 키보드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커스텀 키보드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더 좋은 제품이나 희귀한 제품으로 바꾸고 싶다면츹 언제든지 하우징만 구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