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치매 위험 ‘2배’ 높은 이유…폐경 아닌 ‘이것’ 때문
여성은 남성보다 치매 위험이 약 2배 높다. 최근 그 이유가 X염색체와 연관된 ‘특정 효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대 연구팀은 ‘특정 X염색체 연관효소(USP11)’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현하는 점이 여성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4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여성의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다는 것은 오랫동안 관찰된 사실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65세 이상 노인인구 857만7830명에서 약 10.33%인 88만6173여명이 치매환자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여성 비율은 61.7%로 남성의 38.3%보다 2배 가까이 높다.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치매 위험이 높은 이유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유력한 가설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낮아지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줄어서다. 신경세포 이상으로 수면과 정서장애가 발생하고 주의ㆍ집중력ㆍ기억력 등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
여성에게만 발견되는 변이유전자 ‘MGMT’가 치매 위험을 높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연구팀은 여성 치매 위험이 높은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타우(Tau) 단백질에 주목했다.
타우 단백질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신경전달물질 이동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변형) 응집되거나 엉키면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로 변해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과 세포단위 조직연구 결과 뇌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분해효소 일종인 USP11이 신경세포 속에서 타우 단백질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USP11은 평소 뇌에 과도하게 쌓인 단백질 축적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화나 감염 등으로 기능이상이 생길 경우 타우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경로를 막아 오히려 축적물을 늘리는 성질을 보였다.
USP11은 X염색체 연관 효소로 XY염색체를 지닌 남성보다 XX염색체를 지닌 여성에서 더 많이 발현된다. 때문에 치매 위험이 남성보다 여성이 높은 점을 해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 뇌 속에서는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자주 확인됐다”며 “USP11이 타우 단백질 변형을 일으키는 성질을 가졌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USP11 같은 단백질분해효소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제를 통해 쉽게 억제될 수 있다”며 “이 발견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여성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한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