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수평선과 그날의 뉴스
김학중
그 섬의 해변으로 죽음의 파도가 밀려왔다
처음에는 정어리떼의 죽음이였다가
점점 커다란 물고기들이 밀려왔다
거대한 향유고래와 돌고레들까지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실려왔다
그러다가 파다 위로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의 사체가 떠올랐다
해변에서 물고기를 치우던 사람들이
소멸의 수평선이 완성되는 것을 무력하게 보았다
그 위로 지구의 마지막을 덮듯이 함박눈이 내린다
그날 섬의 뉴스에는 건조하게 이 소식이 전해졌다
일시적으로 대규모 어류멸종 사태가 일어났으나
과학적으로는 아직 어떤 문제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우리는 여전히 안전하니 어떤 동요도 하지 말라는 보도였다
인간에게 남은 희망은
멸망을 기록할 종이 인간인 것 뿐임을
말하는 줄은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심지어 보도문을 읽는 아나운서조차도 몰랐다.
김학중(金鶴中)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창세(문학동네, 2017),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걷는사람, 2022)가 있고 청소년 시집으로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창비교육, 2020)가, 소시집으로 바탕색은 점점 예뻐진다, (스토리코스모스, 2021)가 있다. 제18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