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235
범망계본125
동봉
마흔여덟 輕垢戒
01
불경사우계不敬師友戒3
만약모든 불자들이 전륜왕위 오르거나
임금자리 오르거나 벼슬자리 오를적에
무엇보다 모름지기 보살계를 받을지니
일체호법 신장들이 이를기뻐 하느니라
한량없는 선신들이 마음다해 호위함은
보살계를 받은왕과 전륜왕과 관원이요
일체모든 부처님도 보살계를 받은이를
가장먼저 사랑하고 또한기뻐 하시니라
만약보든 보살들이 이미계를 받았거든
효순심과 공경심을 시나브로 일으켜서
상좌이건 화상이건 아사리건 대덕이건
동학이며 동견이며 동행자를 만났을때
친절하게 맞이하고 문안해야 하겠거늘
보살계를 받은자가 이와같이 아니하고
교만하고 게으르고 어리석고 기피하여
반가웁게 맞지않고 예배하지 아니하며
이도또한 모자라서 배척하고 물리치며
법다웁게 공양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나라팔고 성을팔고 아들딸과 보석팔고
제자신을 비롯하여 남김없이 팔지니라
같은배움 같은견해 같이닦는 도반들을
지극정성 기울여서 공양해야 하겠거늘
보살계를 받은이가 이와같지 아니하면
마흔여덟 경구죄중 첫번째를 범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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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팔고
나라를 팔고
도시를 팔고
아들 딸을 팔고
온갖 보석을 팔고 또 팔아서라도
스승과 벗을 위해 베풀라 하신
《범망경》<보살계본> 제2조 제1항이
계속 맘 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부처님 전생이야기 '본생담夲生譚'에
사랑하는 아내를 팔고
믿음직한 아들을 팔고
귀여운 딸을 팔고
왕위를 팔고
국토를 통째로 내어 팔고
지닌 삶의 터전 논밭을 팔고
평소 가지고 있던 보석을 팔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팔아
보살행을 닦으셨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본생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인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전래문학의 한 장르라 하지만
아무튼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 보아
이해할 수 없는 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사람을 팔 수 있습니까
나라를 팔면 매국노賣國奴가 되고
사람을 팔면 인신매매로서 큰 범죄입니다
어찌 항차 사랑하는 아내를 팔고
그도 모자라 아들 딸을 팔고
거느리고 있던 도우미를 팔겠습니까
나는 앞서 이 보살계 제2조 제1항
불경사우계不敬師友戒를 해설하면서
'팔다賣sale'라는 움직씨動詞는
'매매賣買buying and selling'의 뜻이 아니라
'초탈超脫transcendency'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나의 '억지춘향이'논리입니다
솔직히 근거를 댈 수 없는 말이지요
그러므로 이 '팔다'라는 움직씨에는
예로부터 우리가 써 온 관용구나 속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관용구에
'품 팔다' '품을 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삯을 받고 일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품은 팔기도 하지만 또는 갚기도 합니다
그때는 '품 갚다' '품을 갚다'라고들 하지요
남에게 받은 품을 돌려주기 위하여
상대에게 품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또 '품을 메다' '품을 벼르다'라는 말도 있고
또는 '품 앗다' '품을 앗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 속에 '팔다'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품 메다' '품을 메다'라는 말은
뜻밖의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하던 일을 그날 도중에서 그만둠입니다
그리고 '품을 벼르다'라는 말은
강원도 북부 일부 지역에서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녀의 결혼이나 회갑잔치나
여러 가지 경조사 등을 비롯하여
많은 손이 필요한 큰 일이 있을 때
그 때 품을 한꺼번에 돌려받기 위해
먼저 여러 집에 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품앗이'가 있었지요
사람이 먼저 자신의 품을 제공하고
그 갚음으로 상대의 품을 받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는 옛말이 아닙니다
품앗이는 돈이 오가는 게 아니라
서로간에 노동력을 주고받는 체계입니다
그러나 '품팔이'는
시급時給time wages을 비롯하여
일급日給daily pay
주급週給weekly pay
월급月給monthly salary 따위입니다
재미있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데 오만 자루 품이 든다'고
자식 하나를 키우는 데 부모의 공력功力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든다는 말이지요
'오만'이란 '백팔번뇌' '십만팔천리'처럼
매우 많다는 의미의 대수사代數詞입니다
여기서는 '품'이 공력의 대체용어로서
공력은 몸과 마음 씀씀이까지 포함합니다
일하는 품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손이 설다' '손이 서투르다'라고도 하지요
속담에 '담배씨로 뒤웅박을 판다'고 합니다
품이 많이 드는 세밀한 일들을
매우 치밀하고 찬찬한 성격으로 인하여
제대로 처리함을 비유로 이르는 말이지요
'뒤웅박을 판다'는 '딴다'라고도 하는데
내용은 결국 같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서 중요한 말은 짐작하셨겠지만
'품이 많이 드는...'의 '품'입니다
담배씨가 어느 정도로 작은지 아시나요
겨자씨의 1/10 정도 크기로 보시면 됩니다
'팔다'라는 움직씨의 담긴 뜻이
매매의 뜻만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 ‘정신’ 따위와 함께 쓰이는 데
이를테면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리거나 하게 되면
"정신을 어따 팔고 있니?"라며 핀잔하지요
이때 '팔다'의 뜻이 이해되시는가요?
또는 자기의 어떤 이익을 위하여
무엇을 끌어다가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내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아버지 이름 팔아 해결할 생각은 없다"지요
옳지 않은 이득을 얻으려고
양심을 팔고 의리를 팔고
지조 따위를 저버림도 '팔다'의 뜻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쌀 팔다'와 '쌀을 팔다'입니다
"아내는 다니는 싸전에서 쌀을 팔아왔다""
보통은 돈을 내고 쌀을 가져오기 때문에
'쌀을 사오다'가 맞는 말입니다
신발 사고
바지 사고
빵 사고
커피 사는 것까지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고
신발, 바지, 빵, 커피를 가져오지 않던가요
아무튼 '품 팔다' '품을 팔다'처럼
품삯 받고 일하는 것이 '품팔이'입니다
옛날 아래아 한글본 책에 보면
'돌품폴다' 라 하는 말이 버젓이 있는데
한달동안 일한 다음 달삯을 받기로 하고
품을 파는 것으로 '달품팔다'입니다
앞의 월급月給monthly salary이지요
'돌품'은 아래아 한글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삯을 받기로 하고
어떤 일에 드는 힘이나 수고를 파는 것입니다
예술인이 사람들에게 재주를 파는 것도
'품팔이'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앞서 계율에서 말씀한
자신을 파는 데서 시작하여
나라 팔고
도시 팔고
아내 팔고
아들 딸 팔고
칠보 보석을 팔아서라도
스승과 벗에게 이바지하란 뜻이 이해됩니다
다시 말해서 부지런히 벌어서
스승에게 공양하고 벗을 돕는 것입니다
국가의 위상을 한없이 드높여
멋진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역사와 문화가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나라
4차산업을 발달시켜 세계경제를 이끌어가고
도시의 특성을 살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러면서 아내도 딸도 아들도
음식이든 패션이든 예술이든 지식이든
자신의 브랜드를 한껏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얻어진 수익을 스승을 위해
친구를 위해 돕는 것이 보살의 할 일이지요
1976년 음력 9월 5일 법주사에서
구족계를 주신 류석암 대율사의 설법집
《梵網經》(1988.5.25발행/서울) 352쪽에도
'~제 몸이나 나라의 땅이나 아들이나 딸이나
7보나 여러 가지 물건을 팔아서라도 공양할지니
그렇지 아니하면 죄가 되느니라'라 하여
일반적인 풀이를 하고 계신데
내가 엉뚱하게 해석한 것은 아닌지
내심 약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율사도 아닌 작자가 제멋대로 해석하다니요
하나 풀이가 그런대로 괜찮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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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로 대각사 정기 법회
매월음 초하루~초사흘 10시 화엄신중법회
매월음 보름 오전10시 미타재일 인등법회
매월음 열여드레 10시 지장재일법회
매월음 스무나흘 10시 관음재일법회
매주 금요일 10~13:30 대비주 기도
매일 14시~15:30 금강경 독송 기도
종로구 율곡로10길 87 대각사 대각성전
매주 토요일 18~21시 천자문 강좌
대각사 주지 동봉 스님/대각학당
매주 월요일 14~17시 담마토크
연방죽선원장 위무띠 법주 스님/대각학당
2. 곤지암 우리절 정기법회
매주 일요일 10:30~13:00 일요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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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월요일 오후 2시~5시까지
종로 대각사 대각학당 용성선원에서
연방죽선원장 미얀마 위무띠 법주스님의
'붓다의 옛길을 간다' 첫강의가 있습니다
거룩한 스승 위무띠 스님의 담마토크!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대각학당 학장 대각사 주지 동봉 합장
[외씨 같은데 담배씨가 이렇게 생겼다고?]
06/02/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