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4. 일요일
구미 금오산환종주
[원래 산행코스]
금오산공영주차장~아홉산~255봉~칼다봉~성안전위봉~서봉~남봉~
현월봉~도수령~엄마봉~효자봉~적지봉~남동고개~호룡봉~감은산~공영주차장 (약18.5km)
[실제 산행코스]
금오산주차장~아홉산~255봉~칼다봉~성안전위봉~점심~
현월봉(976m)~ 오형돌탑~ 대혜폭포~ 하산 (총 14km)
"환종주"라...
뭘 기준으로 둥글게 둘러싸 걸어낸다는 말이다.
무서운 단어 아니던가~
요즘 내 체력으론 힘든 얘기다.
그렇다고 내뺄순 없고, 되는대로 걸어보고
힘들면 중간에서 잘라 내려오기로 마음먹고 나선다.
평소 내 몸을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대번 표나는 게 산행이니...
행복, 행운 등의 것들은 늘 준비한 자의 것이라 본다.
한번 빡세게 치고 올라 마루금 타고 산등성이를 걸어가면 얼마나 좋겠냐만~
실제 걸어보면
빨래판 오르내림같이 꼭대기에서 다시 밑바닥까지 뚝 떨어져 내려왔다가
다시 치고 오르는 힘겨운 과정이 반복된다.
아홉산에서 칼다봉쪽으로 건너가는게 힘겹다.
세상사 그렇듯 쉬이 건너가게 해주지 않더라. 그래서~!
또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다.
칼다봉 오름길이 예전에도 이렇게 힘들었디나?
왜 이리 길고 높은거여~ 죽겠다.
나이는 속이지 못하겠지만 내 강철같은 의지는 아직 살아있다규~!
죽을똥 살똥 무조건 간다는 생각으로 오르고 올라 칼다봉 도착.
진이 다빠진다.
중간에 옆길이 있었던거 같은데, 놓친 것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뭐~ 그래도 다같이 걸으니 덜 억울하네 ㅋㅋ
성안에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이 현월봉을 오른다.
급하게 서둘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선 종주라는 단어는 벌써 사라졌으니... ㅋㅋ
(배부른체 오르니 별로 안높아도 더 고통스럽다.)
종주는 개뿔~!
현월봉 치는 것도 죽을거 같구만...
약사암 옆으로 빠져 멋진 조망을 누리며 사진찍기.
멋진 그림이다.
아쉽지만 대부분 이 코스를 모르고 넘어간다.
거기서 그대로 철조망 따라 현월봉으로 넘는다.
여기서~! 주의구간
철조망 옆은 바위절벽이라 잘못하면 많이 위험한 지형.
그래서 위험구간이라 막아놨는데
종화형의 멋진 리딩에 다들 즐거워 원숭이처럼 잘도 건넌다. ㅎㅎ
뭐든 그렇잖어~ 눈으로 보기는 쉬워도 막상 해보면 짜릿하다.
다리가 짧거나 팔힘이 없는 사람은 많이 위험한 곳.
경험자의 요령과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 느끼게 해주는 구간이다.
그렇게~ 짜릿한 재미 느껴가며 산행을 이어간다.
남들이 가지않는 이런 길을 가는게 너무나 행복 하다고 할까?
오래오래 누릴수 있기를...
오늘 구간... 종주는 못하고 그냥 대강 도는 것으로 멈췄음에도
밑에서 치고 여러번 오르는 좀 길고 힘들었던 구간인데
쥐는 ... ? 안났냐!
어데...
브라더 잡아준다고 바위에 왼다리를 버쩍 치켜올리는 순간~!
허걱...
짜릿한 전기가 쓱 들어오며
허벅지 위에 큼직한 경련이 팍~! 쳐오르는 거 있지?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있냐. 돌겠다.
종아리에 쥐는 많이 나봐도~ 허벅지 윗쪽에 또 쥐나보기는 처음이네?
'츠암, 골고루~ 애먹이네. 환장하겠다. '
땅바닥에 앉아 뒹굴러야지~ 뭐 어쩔 수 있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른척 그냥 가주면 좋겠는데~
다 한마디씩 입을 대네. ㅠㅠ
살을 빼야 된다느니, 준비를 잘해야 한다더니.
부끄럽구로.. 치욕이다. ㅠㅠ
아까 현월봉 정상에서 둘이서 각자 사진 찍던 커플들이 있어
내가 두사람 사진을 찍어줬던 커플이 우연스럽게도 그때 딱 마주쳤는데
남자분이 보기보다 행동이 빠르네?
미안할 틈도 안준체 파스도 퍼뜩 뿌려주고 허벅지도 주물러준다. 쑥쓰럽구로...ㅎㅎ
다른 이의 손에 내 허벅지가 주물림을 당한다?
야시끼리한 설정 같지? 이건 나도 좀 그랬다는.. ㅋㅋ
순식간에 내 허벅지도 내어줬지만~ 세상사 서로 돕고 사는거 아니겠나 ...
낯선 인간들이 주는 진정성 있는 배려의 따뜻함에 너무 행복해지더라.
그렇게 이름뿐인 환종주를 끝낸다.
있지... 우쨌든간에 너무도 좋은 하루였다.
늘 행복해지길 노력하는 자신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