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통 여전한데...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전략 공천 불가”
‘민주노총 김 모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지지모임은 전교조가 지난 21일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을 통합진보당 19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전략 공천 대상자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지지모임)이 정진후 전 위원장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가 전교조의 핵심 활동가인데도 정 전 위원장이 피해자의 치유와 복귀를 위한 조치는 하지 않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당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2010년 10월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성폭력 가해자인 김모 보다도, 민주노총 보다도 사건 발생 이후 저를 가장 힘들게 하고 상처주고 아프게 한 것은 지금 지도부인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의 간부들”이라며 “그들이 자꾸 전교조를 피해자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에 미치도록 화가 나요. 피해자 조직이면서 왜 이토록 저를 죽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고백한 바 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고통과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모임은 “ 전교조 사건 처리의 파행화와 피해생존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 중심주의를 훼손하고, 피해생존자가 암흑 속에서 여전히 고통스런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정진후 전 위원장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전략 공천은 절대 불가한 일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은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의 제안으로 비례 당선 가능성이 높은 1-6번 사이에 배치되는 전략 공천 개방형 명부에 이명박 정권에 탄압을 받아온 교사나 공무원을 배치하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현 위원장의 결정으로 정진후 전 위원장을 통합진보당의 전략 비례대표로 추천했고, 공무원 노조는 이태기 사회공공성강화 위원장을 추천해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노총 쪽에선 통합진보당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추천자 중 1명이 전략공천을 받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의 전략 비례 개방형 명부 3인 중 1명을 민주노동당 관련해 탄압을 받았던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서 배치하자고 해 양 조직에서 한 명씩 추천을 했다. 아직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서로 합의가 안 되서 당이 결정을 하기로 하고 당대표 면담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합진보당 대표단, 27일 오전 면접...정 전 위원장 공천 여부 아직 불투명
통합진보당 대표단은 27일 오전 정진후 전 위원장과 이태기 위원장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내부에선 개방형명부 전략 비례 명단에 정진후 위원장이나 이태기 위원장을 배치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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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3월 13일 민주노총 김모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기자회견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공식방침으로 공무원이나 전교조 1명을 개방형 명부로 결정한 적은 없다”며 “지금은 다양한 요구나 의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간담회나 면접 요청이 있으면 대표단들이 회의 시간전후로 간담회 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위영 대변인은 “개방형 전략 비례명부는 대표단의 면접을 거칠 것”이라며 “대표단이 추천을 받고, 면접을 통해 대표단의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현재 본격적인 추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방형 비례대표는 최종 결정이 돼봐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선 누가 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지지모임의 한 관계자는 “전교조가 비례대표 사업으로 교육관련 후보를 내는 것은 왈가왈부 할 사항은 아니지만, 피해자는 상처에 대한 치유도 제대로 못 받고 몇 년 동안 일상적인 삶도 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성폭력 사건 해결을 그르친 정 전 위원장이 현 전교조 위원장과 같은 정파라는 이유로 진보정당의 외부영입 비례대표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지모임, “정진후, 피해자 고통과 상처에 중추적 역할”
민주노총 김 모 성폭력 사건은 2008년 12월 6일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의 도피 과정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정진후 전 위원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석부위원장이었다. 정진후 전 위원장은 사건이 언론에 공론화되기 시작했던 2009년 2월 이후에는 위원장으로 사건 해결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지지모임은 “전교조의 모든 사건 처리 과정의 책임자가 바로 정진후 전 위원장이었다”며 “전교조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는 2009년 6월 30일 조합원 정○○, 손○○, 박○○의 2차 가해 사건에 대하여 ‘조직적 사건 은폐 조장 행위’에 대한 혐의 없음과 ‘전교조에 헌신한 점’을 들어 매우 경미한 ‘경고’ 조치를 결정해 피해생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 주었다”고 지적했다.
지지모임은 “2009년 8월 29일 전교조 58차 대의원대회는 피해생존자와 많은 대의원들의 요구사항이었던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 재논의 △2차 가해자들의 3년 이상의 자숙 기간 △전교조를 성평등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계획 제출 등을 부결시켰다”며 “이 대의원대회 전에 정 전 위원장은 피해생존자에게 독대를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결국 피해생존자의 요구를 짓밟았다. 또한 이 대의원대회에서 정 전 위원장은 사건 해결에 대한 잘못으로 대의원들에게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지모임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전략 공천의 취지는 보다 많은 노동자와 시민, 소수자를 대변하는 역량 있고 진보적인 인물을 추천받아 국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함일 것”이라며 “정 전 위원장이 보여준 그 동안의 면면이 이러한 진보와 성 평등 기치를 내세우는 국회의원 후보로 타당한 것인지 통합진보당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