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사라지다
소영미
아버지 통로가 끊겼다
전화가 답답해 찾아가도 여전이 멍한 눈빛
읍내 금강보청기에 모셔갔다
전직 유도선수였다는 사장 무뚝뚝하게
노청입니다
노안과 같은데 안경은 당연하게 쓰고 보청기엔 인색하지요
귀가 안경 쓴 거와 마찬가지랍니다
삼백이 넘는다는 말에 입을 벌린 어머니와 나를 무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손을 내저으며 자꾸 나가시려는 아버지
무슨 일이 급한 듯
문밖이 바로 논인 듯 바깥으로 나가신다
그렇게 우렁차던 아버지가 소리하나 잡지 못하다니
소도 잡던 그 힘
가수보다 목청도 좋았는데
신바람도 잡아서 휘파람으로 날려 보내던 아버지
귀도 잘생겨 오래 살 거라고 흐뭇해하던 할머니
그런 귀가 사라졌다
대화가 달아난 아버지 늘 혼자다
어머니도 동네사람도
어떤 소리도 잡아다 주지 않는다
있어도 없는 듯 통로가 끊긴 채
남이 웃어도 눈치만 보며 너털웃음도 사라졌다
이명이 생기면 나중에 청력이 손상 된다
귀 먹이의 전조증상을 어쩌지 못한 채
시들어버린 음성
이명은 침묵보다 무섭다
귀 바퀴에 사는 벌레들의 노래를 방심하다
어둠겹겹 텅 빈 속
소가 되어버린 아버지
무거운 귀를 달고 논둑길을 혼자 걷는다
당선 소감
쉬어 가지 못한 수면이 가득한 새벽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적막이 웅성대는 책상에 앉아봅니다.
시와 작별하고 싶어 피해 다녀도 골목 어귀에서 불쑥 나타나곤 하는 그대
나의 오래된 친구 이토록 간절함이 없었다면 우린 만나지 못했겠지요.
쓸쓸한 불안을 밀어 내려고 가끔 하늘을 봅니다.
조금씩 올라가는 계단은 견고한 콘크리트
단단해서 늘 숨이 찼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난간에 주저앉아 절망할 때 손을 잡아 주던 마경덕 선생님 고맙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과 글로벌경제신문사에도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써 보라는 격려로 알고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