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양순태 | 날짜 : 13-12-15 12:22 조회 : 1756 |
| | | 개인 날의 초상 양순태
창가를 비추는 화사한 햇살에 수줍음 어린 꽃들의 미소가 정겹다. 수반 가득한 싱그러움이 생기를 불러일으키고 품어 내는 향기가 온몸의 세포를 열어 행복을 숨쉬게 한다. 다양한 종류에 제각각의 표정으로 기쁨을 안겨 주는 고운 모습에서 사랑의 진리를 일깨운다. 축하의 자리에는 보람을 배가시켜 빛을 발하게 하는가 하면, 외로울 땐 외로움으로 슬플 땐 슬픔으로 품위를 갖추어 위안을 전한다. 생활형편이 빠듯했던 새댁시절에 피워진 꽃의 추억은 영원을 약속하며 영혼을 맑게 한다. 밥상에 오를 봄동에 맺은 꽃망울이 애틋하여 물을 부어 담아 둔 용기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잠시도 눈을 떼지 않은 애정 어린 관심에 나날이 뻗어나는 줄기 끝에 맺히는 몽우리를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노라니 보답이라도 하듯 봉오리 터뜨리는 노란 꽃송이들이 앙증스럽다. 실내에 울려 퍼지는 가곡 보리밭을 감상하며 소박한 풍류를 누렸던 그 해 오월의 기억은 애잔하기만 하다. 신혼살림을 꾸린 아들의 얇은 월급봉투에 매달 일정한 금액을 채워 넣어 주셨다는 부모님. 남편의 후일담에 배추꽃 전설이 되어 아련한 추억 속에 하늘거린다 낯선 지방도시에서, 중매로 만난 신랑이 부자연스럽고 변두리에 위치한 아파트 창 너머에 휑한 들판은 외로움을 가중시켰다. 지독한 불볕더위에 아스팔트 바닥이 녹아 내리는 와중에도 대로에 신호등은 느리기만 했다. 대하는 사람마다 불뚝성을 내는 듯한 방언에는 날개 접고 움츠린 한 마리 새되어 마음가득 회색구름이 드리웠던 시절. 장바구니를 든 손에 한 단의 장미꽃을 살 수 있었더라면... 오랜 지병으로 젊은 생을 마감하신 어머니 생전에도 잠시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안주인을 잃은 시댁의 넓은 마당에는 작열 하는 태양아래 무리 지어 핀 샐비어가 못다 한 삶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듯 하고, 낡은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여자의 일생'이 구슬픔을 더한다. 여름날의 진혼곡이 배어나는 가운데 때가 되면 피어나 사랑을 전하고 지는 잎에 여운을 남기는 정직한 언어로 침묵 속에 변함없이 제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양분없는 물그릇에 뿌리내리지 못한 배추꽃이 되어 한 철 임무를 다한 후 안녕을 고한다. 내면에 잠재해 있던 서울을 향한 복귀를 감행하고 나서야 접었던 날개에 힘이 가해진다. 가는 곳마다 정에 겹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저 반갑기만 한 축복의 땅. 넘쳐 나는 인파에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줄지어 달리는 차로의 소음도 흥겨운 가락으로 와 닿는다. 한동안 떠나 있었던 남산의 품속이 마냥 푸근하고 평화롭다. 하늘을 가리는 솔숲에 묻혀 한 아름 소나무를 안고 가만히 눈을 감노라니 가슴을 타고 흐르는 생기가 온몸으로 퍼져 난다. 산책로를 활보하며 팔각정을 넘어 남대문 꽃 상가를 향하는 발걸음은 춤추는 나비되어 활기가 넘친다. 생화 한 아름은 나의 생에 더없을 선물이기에 늘 함께 하면서도 그리움의 대상이며 그침 없는 갈망이다. 송이송이 정성들여 꽂노라면 행복에 겨워 밀어를 속삭인다. 너의 향기로 숨쉬며 너에게 묻혀 살다 네들이 배웅하는 어여쁜 가마 타고 네들 속에 잠들고파. 행운을 부르는 스타게이지, 순결을 표하는 시베리아, 열렬한 사랑 붉은 장미, 끈질긴 애정 스토커, 절개의 소국, 감사의 마음 카네이션... 큼직한 옹기 수반에 어우러져 사랑도 기쁨도 그리움도 피어난다.
2013 중구문예 |
| 김권섭 | 13-12-15 13:21 | | 양순태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구구절절 고치에서 실이 뽑아 나오듯 쌓여진 꽃밭에 향기가 진동합니다. 양선생님은 천상 온몸의 세포를 열어 꽃으로 행복을 숨쉬게 합니다. 꽃 속에 묻히어 사시는선생님, 꽃처럼 예쁘고 꽃처럼 사랑스런 선생님으로 남으시어 영원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글 너무 감미롭고, 읽게 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
| | 양순태 | 13-12-16 05:54 | | 김권섭 선생님^^ 어언 인사를 나눈지도 일년이 지난것 같습니다 한 해를 무표정하게 보내기가 아쉬워 인사를 겸해서 꽃을 그려올렸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인정의 향기를 발하시길 소망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
| | 임재문 | 13-12-15 23:45 | | 양순태 선생님 ! 꽃에 얽힌 추억들이 애잔하기만 합니다. 이제 그 꽃송이 송이들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우리에게 다가와 주셨습니다. 함박 웃음 머금고 찾아온 꽃바구니 이제 저도 환호성을 울리며, 꽃향기에 취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양순태 선생님 ! | |
| | 양순태 | 13-12-16 05:35 | | 꽃을 감상하며 꽃처럼 웃으시는 선생님의 모습 여전히 반갑습니다 가게에 꽃을 꽂아놓으면 나무 한 그루 없는 빌딩숲임에도 어디서 날아오는지 벌 나비 잠자리등 각종 곤충이 날아들어 며칠동안 머물렀다 가기도 했답니다 때로는 성질급한 쇠파리도 들어오지만 온 실내를 몇바퀴 돌고는 제 구역이 아님을 알고 튕겨나가곤 하지요. 찬공기에 임재문 선생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 |
| | 일만성철용 | 13-12-16 06:16 | | 반갑습니다. 양 여류자가님. 한동안 뵙지 못해서 지방에 가셨는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 여러 가지로 궁금했습니다. 모든 것이 움추려 든 겨울에 꽃 이야기가 향기롭습니다. "너의 향기로 숨쉬며, 너에게 묻혀 살다,"가로 사시고 '네들이 배웅하는, 어여쁜 가마 타고, 네들 속에 잠들고파."는 먼 훗날에 하시기를. 꽃 이야기로 여는이 아침, 저는 1박 2일 일정으로 6.25로 얼룩진 전선으로 "ZMZ 관광차" 짐을 꾸리고 있답니다. | |
| | 양순태 | 13-12-17 07:03 | | 일만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글감을 찾아 세계로 방방곡곡으로 누비시는 열정, 상상으로 그려봅니다. 바쁘신 중에도 안부를 궁금해 하시는 일만 선생님 계심에 유연한 얼굴근육을 유지하며 팔자주름으로 성형외과를 찾아야 하는 고민없이 잘지내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찬 기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라며, 분단 된 한반도의 슬픈 현실을 담은 보따리에서 애국애족을 심어주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교육자 일만 성철용 선생님이십니다. | |
| | 류인혜 | 13-12-16 06:32 | | 양 선생님 오랜 만입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파리의 여인이 떠오르네요. 늘 꽃과 함께 지내니 더욱 감성이 풍부해져 향기로운 글을 쓰게 되나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 |
| | 양순태 | 13-12-17 07:20 | | 류인혜 선생님 반갑습니다 요즈음 작가방의 안주인 역할로 애쓰시는 모습에 훈기가 도는 느낌입니다 파리 여행길에서 비슷한 감성을 지닌 작가분들을 만나는 순간 ,아! 이곳이 내가 노닐 꽃밭이구나 '생각했었답니다 12시간을 한 잠도 안자고 비행기안에서 소곤거리다 주위의 따가운눈총을 받았던 정겨웠던 순간순간이 그리운 마침입니다. | |
| | 임병식 | 13-12-16 12:35 | | 양순태선생님 반갑습니다. 이 겨울에 꽃을 그려놓고 있어 제가 피어난 난을 보며 즐기는 참이라 각별한 느낌이 듭니다. 누구보다도 풍부한 감성과 순수가 몸에 베어 천상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데 고운 심성을 오래오래 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 |
| | 양순태 | 13-12-17 07:47 | | 임병식 선생님, 고맙습니다 지면으로 선생님의 안부를 접하면서도 너무 오랬동안 인사 올리지 못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건재하신 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만인의 본보기가 되어주시지요 지난 초 가을에는 예지원에서 보성 녹차밭에 녹차 꽃따러 갔다가 그 곳 차 박물관에서 선생님께서 애장하고 계셨던 것으로 알고있던 수석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겨울나기에 두 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
| | 김창식 | 13-12-19 19:33 | | 그러고 보니 꽃 본지 오래 되었습니다, 양순태 선생님. | |
| | 양순태 | 13-12-20 07:16 | | 다양한 방면으로 예능에 조예가 깊으신 청춘스타 김창식 선생님이 반가워 랩 한 토막을 즉석에서 읊어봅니다 시크먼쓰/ 시크먼쓰/ 온 동네가 시크먼쓰/ 꽃피고 새가 울다가도/ 기가쎈 터에서는 녹아버리고 말지요/ 시크먼쓰/ 시크먼쓰/ 동절기가 시크먼쓰/. | |
| | 정진철 | 13-12-19 21:15 | | 꽃에 의지하고 꽃속에서 의미를 찾고 꽃속에서 향기를 찾고 꽃과 이야기 하다보면 모든게 아름다워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아름다운 양선생님 내년에도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 |
| | 양순태 | 13-12-20 07:32 | | 정진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 동안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바라보시는 모습처럼 꽃을 피울 수 있게 애정어린 주위의 관심이 있어 동짓섯달에도 꽃은 여전히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뵈니 작년에 올려주셨던 '어울림의 합창'이 떠올라 올 해가 다가기 전에 음악 한 곡 기대하게 됩니다. 새해에도 매사에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 |
| | 임병문 | 13-12-21 09:49 | | 선생님의 글 오랜만에 읽으니 선생님을 뵈운듯 반갑습니다. 더구나 글 내용조차 소박한 것이, 이맘때 남산의 내음인듯 상큼하고 정겹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 |
| | 양순태 | 13-12-22 08:18 | | 임병문 선생님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아쉬움속에 지나가는게 계절이고 세월임에도 언제나 이쯤이면 지난 한해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다사다난함 속에서 선생님 덕분에 웃음짓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새해에는 맑음으로 살렵니다 늘 푸근하신 모습, 임병문 선생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