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당황인지 황당인지 예를 들어 설명한 적이 있다.
지난 월요일 서울에 있는 병원에 화요일 10시로 예약이 돼 있어서
병원에서 가까운 작은딸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 잠실병원으로 사위가 출근 길에 데려다 주어서 편하게 갔다.
잠실 종합운동장역 인근에 있는 선수촌병원인데 우연히 유튜브를 보고정형외과 의사가 차분히 설명을 잘 해 주어
거기로 가서 한번 진찰을 받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미리 챙겨간 MRI 사진을 보더니 현재상태를 묻고는 이 정도면 그냥 지내시는 것도 괜찮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남의 속도 모르고 아직 살 날이 제법 남았는데도 말이다.
그 동안 몇몇 개인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 가서 치료 받았던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뼈 주사를 한번 맞아보고 한달 후 효과를 보고 다시 주사를 맞든지 아니면 양방향 카데터 시술을 고려해 보자고 하면서 척추4~5상하로 주사 두 방을 맞았다. 병원에서 나오려니까 인천에 사는 큰 딸이 차를 갖고 나를 데리러 왔다. 작은딸집에 가서 하룻밤 잤는데 그냥 내려가면 서운하다며 한사코 자기들 집으로 가자고 해서 인천 송도로 따라갔다.
오늘 부산에서 약속이 있어 급히 내려 온다고 고속버스를 어젯밤 표를 예약해 놓았다. 아침7시50분발이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6시45분에 딸애가 지하철종점까지 데려다 주어 혼자서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인천터미널역이 종점에서 열네번째인가 그래서 30분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들어가 자동티켙판매기앞에 섰더니 우대권을 타려고 신분증을 넣었더니 토큰을 타려면 500원을 더 넣어라는 표시가 나왔다. 토큰은 목적지에 가서 반환하면 500원은 반환된다고 돼 있었다. 지갑속엔 만원짜리와 오만원짜리 밖에 없었다. 천원짜리나 동전도 하나도 없었다. 시간이 경과하니 다시 원상태로 돼 버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역사무실은 보이지 않았다. 역 안내원도 없었다. 신용카드를 넣어볼까 아니면 만원짜리라도 넣어볼까 하다가 그냥 출입구에 부산 어르신카드를 찍어보자고 결심했다. 카드를 찍었더니 녹색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재차 찍었더니 '이미 처리된 카드입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그렇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명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 노포동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려고 카드를 찍는 순간 그 전에 남아 있었던 금액이 9530원이었는데
이번에 개찰시 찍힌 금액이 8180원이었다. 어르신 교통카드에서 우대금액이 아닌 일반요금을 차감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당황인가 황당인가? 아니면 난감인가?
50년도 더 된 오래전 이야기다. 대학3학년때 실습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입항했을 때 쇼패스를 받아 상륙하여 다운타운으로 놀러갔다. 쇼패스(Shore Pass)는 여권 대신 출입국에서 선원들에게 임시로 내어주는 단기간 상륙허가증이다. 호기심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경찰을 만났다. 경찰은 나보고 "돈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금 있다"고 하니까 "윗 호주머니에 10달러정도 넣어다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흑인불량베들이 돌아다니다가 강도짓을 하는데 돈이 없으면 재수없다고 흉기로 찔러버린다는 것이었다. 딴 호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손을 호주머니에 넣으면 "총을 꺼내는 줄 알고 쏠 수도 있으므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눈빛으로만 윗호주머니에 돈이 있다는 표시를 하라"고 친절히 안내를 해주었다.
또 어떤 수퍼마켙에는 카트를 뽑으려면 동전을 넣어야 묶여진 줄에서 빠지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어린애들이 장난삼아 카트를 빼어 밀고 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계산을 하고 카트를 다시 원위치시키면 앞에 넣었던 동전이 도로 튀어 나오도록 돼 있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신용카드 세상이라해도 잔돈이나 동전은 필요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