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 ‘본능’ ‘직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어의 뜻은 알고 있으나 그 말대로 현실 삶 속에서 나타나는지 사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로 그것에 의존합니다. 다른 대책이 없을 때는 도리가 없습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크게 괘념하지도 않습니다. 맞으면 다행이고 틀리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흔히 남녀의 기질이나 성품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남성은 비교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하고 여성은 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라고 말합니다. 남자의 합리적 판단보다 때로는 여성의 직관적 판단이 유효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삶의 현장에서 그런 경우를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판단의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낀 것입니다. 아무래도 내 아이라는 것입니다. 그럴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단지 직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 후에는 그에 따른 행동이 나타납니다. 찾아다니며 확인해보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아이를 보려고 자꾸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아이와 접해보려고 이 모양 저 모양 시도합니다. 그만한 접촉점도 있습니다. 같은 학교 학부모이고 양쪽의 아들들이 한 학교 다니며 가까운 사이입니다. 서로의 집이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이들 등하교 바라다 주는 과정에서나 아이들 행사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롤라’도 그런 과정에서 마주친 것입니다.
7년 세월이 흘렀지만 ‘리지’의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떠난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병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물론 정신적 치료도 받았습니다. 정기적 심리치료도 진행하며 약도 복용합니다. 크게 효험을 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충격이 강했다는 반증입니다. 또한 스스로 이기려는 의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느낌이랄까?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들 속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에 속된 말로 그 아이에게 눈이 꽂힌 것이지요. 그 후로는 그 아이 생각에 더욱 몸 둘 바를 모르고 따라다니게 됩니다. 오죽하면 직장까지 포기할 처지에 이릅니다. 가족이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엄마로써 공통의 관심을 가진 학부모이며 이웃입니다. 더구나 팔려고 내놓은 집을 구경삼아 둘러본 고객이기도 합니다. 양쪽 아들들이 서로 가까이 지내니 쉽게 오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딸인 롤라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클레어’도 눈치 채게 됩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게 됩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지만 남편이 과한 반응이라고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리지의 남편이 과한 집착이라고 리지를 몰아붙이는 것과 비슷하지요. 남편들은 모르는 가운데 두 여인의 보이지 않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솔로몬 왕 앞에서 두 여인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과도 같습니다.
양쪽 남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무슨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리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곧 이사를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클레어네 가족이 이사 가기 전에 확실하게 끝내야 합니다. 때문에 롤라의 DNA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롤라의 머리빗을 훔치려 무단으로 가택침입을 시도합니다. 이미 전에 집 구경 하면서 롤라의 방은 알고 있습니다. 집안의 이상한 소리에 클레어가 집안을 조사하며 리지를 발견합니다. 심리적 갈등이 아닌 실제 육탄전이 벌어집니다. 증거를 찾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 간의 전쟁입니다. 사실 어느 쪽이 유리하겠습니까? 한쪽은 이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긴가, 아닌가, 검사하고 나서 만약 아니라면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극구 막는 것이지요?
결국 클레어가 항복합니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아이들과 외출했다 돌아온 남편이 그 이야기를 문간에서 다 듣습니다. 얼마나 충격일까요? 7년이나 애지중지 사랑했는데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여태 아내를, 딸을 정신병자로 여기며 치료해주려고 애썼던 리지의 가족들도 놀랍니다. 문제는 사실 규명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역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른들이야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수습해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감정을 사실에 비교적 빨리 적응시켜 나갑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다르지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부모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겠습니까?
양가 부모와 가족의 양해가 이루어집니다. 어른들 속에는 평화가 깃듭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요? 여태 내 동생이었는데 아니라고요? 다른 한편에서는 없던 동생이 갑자기 생겨났습니다. 물론 얼굴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집을 옮길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족 안에서의 문제는 대부분 당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입니다. 모두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엔젤 오브 마인’(Angel of Mine)을 보았습니다. 2019년 작품입니다.
첫댓글 영화가 청사진으로
자막으로 펼쳐지네요
감사합니다
호 잘 봐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