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군이 하교하자마자 곧바로 읍내로 향한다. 오늘은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하은 군 아버지 생신이다.
하은 군은 주말 동안 아버지 생신을 어떻게 챙길지 고민했다.
하은 군과 지난 기록을 돌아보니 하은 군은 지인들에게 주로 양말을 선물했었다. 아무래도 아직 학생이다 보니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성의 없지 않은 선물을 고르다 양말을 찾은 듯했다.
이번 아버지 생신에도 양말이 괜찮을 것 같아 하은 군과 내일 하교해 여러 가게를 다니며 양말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들른 가게에서는 제대로 된 포장 케이스가 없어 다른 가게로 향했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양말을 담는 포장은 없지만, 양말을 담을 만한 케이스를 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 생신 선물을 사러 왔음을 설명드리고 선물하기 좋은 양말 추천을 부탁드렸다.
“이게 요즘 나온 디자인입니다. 아니면 어머니와 함께 선물하는 건 어때요? 이렇게 검정색하고 흰색으로. 아니면
사이즈나 재질이 다양하니 이런 건 어때요?”
진열대에 걸린 여러 양말을 추천하고 설명해주시는 사장님.
설명하는 내내 뒤에 서 있는 직원은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춰 오롯이 하은 군에게
설명을 하신다. 평소 잘 웃는 하은 군이니 사장님 정성에 쉽게 웃어줄 법도 한데 아버지 생신 선물이다 보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지 진열된 양말을 다 꺼낼 때까지 고개를 젓고 돌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결국은 어머니와 함께 신을 수 있는 검정색과 흰색 양말을 한 켤레씩 구입했다.
그래도 계속 고민이 됐는지 포장이 끝날 때까지 종종 심각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런 하은 군을 보며 누구에게 선물하든,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주는 순간까지도
이 선물을 좋아할까 고민하게 되는데 아버지이니, 1년에 한 번뿐인 생신 선물이니
하은 군 고민이 더 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말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렀다.
오늘 오전 학교에서 공개수업에 참관하며 보니 하은 군이 종이와 풀을 이용해
자르고 붙이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은 군이 그런 걸 잘할 수 있는지 몰랐는데
학교에 간 덕에 아버지께 편지 쓸 방법을 배우게 됐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하은 군 잘하는 것 이용해 글을 자르고 붙여 아버지께 편지 선물하는 건 어떻겠냐 물었다.
하은 군이 활짝 웃으며 직원을 바라본다. 아마 학교에서 자주 하던 것이라 자신 있기도 하고
아버지께 편지를 선물할 생각에 기뻐서 그렇게 활짝 웃은 듯하다.
하은 군이 예쁜 생일 카드를 고른다.
직접 고른 카드를 손에 쥐고 차에 탈 때까지 꼭 챙긴다.
아쉽게 하은 군이 붙일 만한 한글 스티커는 없어 직원이 대신 프린트해 편지를 만들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와 프린트한 여러 글 중 하은 군 마음에 드는 사이즈와 글씨체, 문장을 고른다.
고른 문장들은 직원이 오리고 하은 군이 풀을 붙여 편지에 붙인다.
그렇게 완성한 것들을 모아 사진 찍어 부모님께 보낸다.
근사한 사진을 보며 하은 군이 깊이 고민하고 준비한 덕에 아버지가 참 기쁘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아들 하은!
‘은이랑 학교 마치고 쇼핑했습니다. 오늘 아버님 생신이시더라고요. 은이도 알고 있어서 어제부터 함께 의논했고 생신 선물과 편지 은이가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우체국에 못 갔고 내일 은이랑 택배 붙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생신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오늘 오전에 학교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빠 생일인 거 알고 선물도 사고~~.^^ 하은이 고맙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박 선생님. 저희 대신 고생하셨습니다. 은이 선물 잘 받겠습니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박 선생님.' 아버지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박효진
①위로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음식이 진짜 맛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울컥하게 만드는 글이 진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울었어요.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래 남아 새로운 일의 싹을 틔울 흙과 땅이 되어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평소 잘 웃는 하은 군이니 사장님 정성에 쉽게 웃어 줄 법도 한데 아버지 생신 선물이다 보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지 진열된 양말을 다 꺼낼 때까지 고개를 젓고 돌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집으로 돌아와 프린트한 여러 글 중 하은 군 마음에 드는 사이즈나 글씨체, 문장을 고른다. 고른 문장들은 직원이 오리고 하은 군이 풀을 붙여 편지에 붙인다. 그렇게 완성한 것들을 모아 사진 찍어 부모님께 보낸다. 근사한 사진을 보며 하은 군이 깊이 고민하고 준비한 덕에 아버지가 참 기쁘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아들 하은!’ ②사회사업가 박효진 선생님의 맑은 마음과 말과 실천을 보며 깨닫는 바가 큽니다. 하은 군을 지원하던 시기에 그의 생각과 말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하은 군의 눈빛과 표정에서, 소리와 기운에서 뜻을 읽고 상황에 자연스럽게 맞았을 때 순수한 기쁨을 누렸지요. 그러나 때로 힘든 순간에는 자기 실천에 기대어 스스로 위안받으려 애쓰기도 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내가 이렇게 도왔으니, 내가 이렇게 노력했으니’ 같은 얄팍한 문장 같은 것을 세워 기댔지요. 그러나 높고 단단해 보이는 그렇게 세운 벽은 오늘 선생님의 마음 같은 것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그럴 듯해 보이는 것과 진짜 그런 것은 다르고, 미사여구를 붙여 근사해 보이는 것과 그 자체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은 같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사회사업가 박효진 선생님의 기록에서 이 같이 반짝이는 순간이 아낌없이 드러나기를 저의 기록에서 이 같은 문장이 굳건히 설 수 있기 바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호
은이가 직접 선물 고르고 편지 작성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장에서 은이에게 직접 설명해 준 점원 분 고맙습니다. 아들 선물 기쁘게 받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아들 노릇! 하은 군이 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하은 군 형편이라면, 제가 부모님 형편이라면, 한참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을 거듭 돌아보며 마음을 다집니다. 하은 군 눈 마주치며 설명해 주신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
하은, 가족 24-1, 나도 꼭 하은 군을
하은, 가족 24-2, 잘 부탁드린다는 말밖에
하은, 가족 24-3, 은이는 이렇게
하은, 가족 24-4, 컨디션 만땅
하은, 가족 24-5, 은이 개학 날
하은, 가족 24-6, 이삐 중졸
하은, 가족 24-7, 고등학생답게
하은, 가족 24-8, 그게 좋을 것 같아서
하은, 가족 24-9, 저희도 가겠습니다
하은, 가족 24-10, 우리 은이
하은, 가족 24-11, 1장은 저희가
하은, 가족 24-12, 아침에 지은거라
하은, 가족 24-13, 재활의학과 정기 진료
하은, 가족 24-14, 이 소식도 저 소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