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 그렇듯, 모든 밤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나는
번제를 올린뒤 제연이 곧게 오른 밤에만
순결해질 수있고,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
갖은 관계만이 내 영혼이 담긴 아이를
회임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연이 흩어진 밤
별자리는 몹시 어둡고 불길한 데 이 밤의
나의 행위는 추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 계절이 지나고 다시 맞은 밤
병 속의 물은 비로소 달콤해진다.
그 물을 조금 따라 머리를 헹구면
내 몸안에서 흐물흐물 흩어지던 것
물렁한 것과 단단한 것들은 모두
순하게 적셔질 것이다. 눈은 맑아져
멀리까지 바라볼 수있게 되고
적셔진 몸은 비로소 희어져
번제를 치루기 좋을 것이다.
한때 내 몸이었던 것들은 저 불과 잘 화합하여
제단의 연기를 곧게 올리고, 마침내
큰개자리의 두 번째 별에 닿을 것이다.
나는 이 별에서의 밤이
모두 소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몸으로 타인을 헹구거나
내 영혼이 담긴 아이를 회임케할 수 있는 밤이
겨우 몇 날에 불과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다시 깊은 물의 시간이 다가온다
누군가 잘 마른 장작을 쌓고
술을 빗는다. 이제 말을 멈추고
술이 익어가는 것을 바라볼 시간
첫댓글 맑은 물로 술을 빚고,
맑은 마음으로 나를 따루어 함께 제를 올리는,
겨울이여,
겨울밤이여,
겨울 밤하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