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은 친구들과 등산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어제 일기예보에는 오늘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분다고 미리 등산을 할 수 없다고
산대장으로부터 노티스가 내려졌었다. 그런데 새벽까지 강풍이 윙윙 소리를 내더니 아침 나절에는 조금 수그러 들었다.
내리던 비도 그쳤다.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데 산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자니 번개산행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일단 카톡에다 올려보라고 했으나 급히 준비해 나올사람은 없었다. 두사람만이라도 가보자고 하여 만덕역에서
10시50분에 만나기로 하였다.
급히 옷을 챙겨입고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여 지하철을 타고 만덕역으로 향하였다.
어젯밤 비가 제법 와서 바닥이 미끄러울줄 알았는데 산비탈이라 물이 빠져 땅이 촉촉히 젖어있어 먼지도 나지 않고 걷기에 적당하였다. 비탈길을 조금 오르니 금세 몸에서 땀이 났다. 고개에 올라서자마자 윗옷을 한겹 벗어 배낭 속에 집어 넣었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나왔을텐데 비가 온 뒤라 산을 오르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백양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성지곡 수원지쪽으로 코스를 틀었다. 성지곡 수원지 뒷산은 키가 큰 삼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숲이다. 아마도 왜정시대에 심었던 삼나무들이 아닌가 싶다. 간범에 내린 비에 둥치가 새카맣게 젖어 있었다.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니 희뿌연 안개가 피어 올라 마치 선경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오고 있었다. 맨발로 걷는 것이 지기를 피부로 받아들여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설도 있다. 수원지로 걸어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부전시장입구에서 내려 인근 복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오니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