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상상하라
대한민국을 향해 쏟아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연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8기 9차)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지난 10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며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주적’ 표현이 새로운 건 아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22년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불변의 주적”이라고 주장한 선례가 있다.
김 위원장도 202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괴뢰들은 명백한 적”이라고 선언했었는데, 이번처럼 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주적’을 말한 건 처음이다.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지난 2일 우리 대통령의 신년사를 비난하며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줬다"고 하면서 적대적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5일을 시작으로 7일까지 사흘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사격을 감행하며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북한이 서해안 일대에서 포사격을 실시한 것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지난 5일이 처음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더 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완충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말폭탄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으며, 실제 어떤 군사적 활동을 시도하느냐를 주목해야한다. 합참을 비롯한 작전사 부대들이 최고의 감시태세를 유지하면서 어떠한 도발도 단번에 격퇴할 수 있는 군사적 대비태세 유지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는 바로 대한민국과 미국, 즉 70년 이상 공고하게 다져진 한미동맹이다. 따라서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군사적 환경을 만들기위해 우선적으로 실행하고 싶은 목표물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런차원에서 올해 예정된 4월 국회의원선거와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최대의 관심사일 것이고, 북한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영향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상태는 무엇일까. 미국과 대한민국을 분리시키고, 정부와 국민 그리고 국민과 군대를 이간질하여 그야말로 남남갈등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4월 선거까지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러한 상황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한다. 특히 국군의 책무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은 전쟁사의 다른 기습들이 그랬던 것처럼 예상치못한 시간과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상황이 종료되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고나서 그럴줄 몰랐다고 하소연하는건 전혀 의미가 없다.
과거의 방법과 대응절차에 익숙한 것만으로 안주해서는 안된다. 기습과 도발 역시 항상 진화하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지도를 펴놓고 어느 지점에서 도발이 있을까를 추측하기 보다, 지도안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땅속과 해저, 공중 그리고 사이버공간에서 우리가 들어보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도발을 대비하여 치열한 상상력의 전투를 벌여야한다. 2022년 12월의 북한 무인기 도발이 안겨주었던 여러 가지 ‘치욕적’ 경험들을 결코 잊지말아야 한다.
과거 북한의 도발들은 대개 단일한 형태로 시작되어 종료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마스 기습공격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동시다발의 다양한 형태 즉 하이브리드식 도발이 전개된다면, 우리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별한 해법이나 비책은 없다.
합참으로부터 각 작전사령부, 최전방의 소총수까지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전술전기를 연마해야 할 것이며, 합참의장을 비롯한 모든 지휘관과 간부들은 북한군의 의도와 능력을 부단히 통찰하면서 상상력의 싸움에서 압도해야만 한다.
승리는 그 어느때라도 준비하고 있는 군대에게 다가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