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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일주일 동안 줄에 묶여 지내는 진강순이의 운동도 보충해주고 스트레스도 해소시켜줄
목적으로 가능하면 아침산책을 함께 해왔다. 그 산책길은 짧게는 집 근처 작은 저수지를 돌아오는
약 1 킬로미터쯤 되는 것부터 남산에 올라가 강화읍내가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남장대까지 갔다
돌아서서 능선을 따라 성산청소년수련원 윗쪽 높은 봉우리를 거쳐 내리막길 능선길을 따라
저수지 옆쪽으로 내려와서 집까지 돌아오는 약 3 킬로미터 되는 코스와 찬우물 삼거리를 거쳐
선원초등학교 뒤 친구의 집까지 약 3~4 킬로미터 코스까지 다양하다.
이런 아침산책은 강순이를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공해가 없는 들길과 숲길을 천천히 멀리 돌아오는 일은 몸을 깨어나게 하고 정신을 상쾌하게 해준다.
가끔씩 산책길에서 매우 기분 좋은 만남도 이루어진다.
그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선행리에는 집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고 마을 농로는 인적이 드문 편이어서
집에서 출발하여 나갈 때부터 목줄을 풀어주고 가능하면 강순이의 흥미와 관심을 존중하면서
뒤를 따라가는 편이다. 이럴 때 강순이는 주인을 앞서 달려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뒤로 돌아서
주인 뒷쪽으로 가서 한참 흥미거리를 찾아 다닌다.
집에서 2 백 미터쯤 들길을 따라 가다보면 보다 사람들이 점 더 많이 다니는 마을길과 만나게 된다. 그 삼거리
조금 못 미쳐 지난해 새로 지은 집 두 채가 나란히 있다. 두 집들은 같은 건축업자가 지은 집으로
비슷한 외관과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거의 동시에 지어졌다. 먼저 만나는 첫 집에선 집 전면과 측면에
각각 한 마리씩 개를 묶어 기르고 있는데 다른 개가 있는 곳에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는 강순이는
늘 상대에게 다가가 냄새도 맡고 시간을 보내며 놀아 몇 차례 불러 독촉해야 마지못해 돌아오곤 한다.
이집의 작은 발발이는 강순이를 볼 때마다 겁을 잔뜩 먹고 소리를 지르며 집 뒤로 달아나는데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 번째 집 앞을 지날 때 집 옆 마당에 체격이 큰 젊은 남성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만 보면 가리지 않고 반기며 좋아하는 강순이가 이번에도 꼬리를 치며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미안해하며 강순이를 부르는데 가까이 다가온 강순을 보더니 그가 전혀 놀라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없이
어르기 시작했다. '이 개는 물지 않으며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다' 는 내 말을 들은 그가 나에게 '어디 사세요?'
하고 물으며 말을 걸어왔다. 눈에 빤히 보이는 가까운 집에 내가 사는 것을 알게된 그가 더 관심을 보였고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눈 끝에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해서 차까지 마시게 됐다.
지난 겨울 내가 여행을 가고 없을 때 이 곳에 이사 와서 살고 있고 황토를 사용하여 아토피 치료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아토피흙침대를 만들어 팔고 있다 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침대에 대단한 자부심과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 자랑을 늘어놓았다. 신문과 방송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고 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이 침대를 아토피 환자 20 명에게 계약금도 없이 먼저 제공하고 사용한 다음 효과가 있으면
값을 치르도록 해서 모두 치료효과를 거두었고 대금도 잘 받았다 고 했다.
나는 마침 흙침대의 미국수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이라 매우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한편 그는 일과 관련이 없는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들도 들려줬는데 백팔배를 2 년 이상 거의
날마다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고 했다. 이것이 더욱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나 자신 여러 해 전부터 피곤하면
머리쪽으로 피가 잘 순환되지 않는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고 잠시 눈을 붙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 그것을 해소하려는 여러 시도중의 하나로 시작한 것이 백팔배이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자주 벌써 일 년 이상 백팔배, 조금 더 나아가 그것을 응용한 백십팔 오체투지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온몸의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백팔배는 아침에 일어나 몸을 깨우고 정신을 깨우는데
그만이고 밖에 나가지 않고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문제없이 할 수 있으며 영하 몇 도의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오체투지를 시작하면 삼십 수회만 넘어가도 몸이 달아 오르고 칠십 회를 지나면서는
이마에 땀이 흐르는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체격이 장대하고 힘이 좋은 그가 백팔배를 시작한 것은 체중이 백 킬로그램을 넘어가면서 수년 전에는
고혈압 증세가 악화되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40 이 채 안되어 보인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죽음의 위기에 처해서 크게 낙담하고
실망한 끝에 어느 날 백팔배 이야기가 생각나서 시작했는데 한 두 달이 지나면서 건강상태가 점차
좋아지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고 했다. 그래서 날마다 거르지 않고 아침에 백팔배를 하고 있으며
지금은 부인도 함께 한다 고 했다.
백팔배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달라 고 해 보았다. 혼자 시작해서 내 멋대로인 동작에 받아들이고 고칠 점이
있는지 남의 동작을 보면서 배우고 다른 한편으론 내 나름의 오체투지를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백팔배나 오체투지를 배워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가꿔가는데 작으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그 자세한 동작을 소개한다.
백팔배를 수행의 필수과정으로 여기고 수 백, 수 천년 세월 수행자들이 날마다 실행하고 있는 불교의 백팔배에 담긴
심오한 감사와 반성 그리고 성찰의 정신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그의 백팔배 동작은 다음과 같았다.
1) 똑바로 일어선 다음 두 팔을 손바닥까지 펼쳐 힘차게 뒷쪽으로 뻗친다.
2) 원을 그리며 두 팔을 천천히 하늘로 높이 들어 올렸다가 가슴 앞으로 내리면서
합장(손바닥을 합치기)을 한다.
3) 합장한 상태로 허리를 90 도까지 굽힌다.
4) 두 손을 자연스럽게 어깨 넓이로 벌려 내려 두 발 앞쪽 마루 바닥을 짚는다.
5) 무릎을 굽혀 꿇고 발끝을 펴서 모아 겹쳐 놓는다.
6)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서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로 향하게 하고 이마가 마루 바닥에 닿게 한다.
다음은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나름대로 해왔던 절(오체투지)을 그의 동작을 보고
일부 개선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나의 오체투지 동작이다.
1) 차렷 상태에서 팔을 굽히지 않고 손등을 위로 향하여 양 옆으로 날개를 펼치듯이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서 어깨 높이에 똑바로 수평이 될 때까지 들어 올린다.
(날개 펼치기 : 이 동작은 자신이 천지 즉, 우주의 일부로 태어나서 오늘 이 시각 존재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우주에 충만한 기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한다)
2) 손바닥을 뒤집어 위로 향하게 하고 숨을 내뿜으면서 두 팔을 머리 위까지 최대한 들어 올려 합장하고
손끝 하늘을 올려다 본다.
(천지의 창조주이며 지배자이신 주인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한다.)
3) 숨을 들이키면서 앞을 보고 합장한 손을 그대로 가슴 앞까지 내려 붙인다.
4) 숨을 내쉬면서 합장한 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90 도가 되게 하고 자연스럽게 팔을 어깨 넓이로 벌려 내려
손바닥으로 두 발 앞 마루바닥을 짚는다.
5) 두 팔로 상체를 떠받치면서 한 쪽 무릎을 굽히며 다른 쪽 다리를 뒤로 쭉 뻗쳐 발가락을 바닥에 대
몸무게를 지탱하고 그 다음 굽혔던 다리를 펼쳐 나란히 붙여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한다.
6) 팔을 굽혀 배와 가슴이 마루 바닥에 닿게 한다.
7) 두 팔을 앞으로 쭉 펼치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나란히 붙이면서
이마가 바닥에 닿게 한다.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고 나의 모든 것을 내어 드리며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한다)
그로부터 배워 개선한 동작
그의 1) 번 동작을 보고 그 전까지 처음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할 때 머리 위까지
적당히 들어 올리던 것을 처음부터 팔을 쭉 펼친 상태로 양 옆으로 올려 어깨 높이에서 수평이 되게 하는
것을 구분된 한 동작으로 개선하였다.
3) 번 합장한 체 허리를 90 도로 굽히는 동작을 보고 그 전까지 상체를 똑바로 세운 체 무릎만 꿇어
자세를 낮추던 것을 고쳐 그가 하는대로 무릎을 굽히기 전에 90 도로 상체를 숙여
1 차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쪽으로 개선했다.
6) 번 이마를 마루바닥에 댈 때 손바닥을 뒤집어 위로 향하게 하는 동작을 보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드리는 뜻이 있음을 간파하고 따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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