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소미나, 내가 좋아하는 이름이다.
만약 내가 이탈리아에서 딸을 낳았다면 나도 내 딸의 이름을 젤소미나로 지었을 거다.
그리고 이제라도 젤소미나 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을 만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원작과 감독 그리고 각본 제작까지 한 사람이 다 만든 영화, 더욱이 여주인공 젤소미나 역에는
그의 아내가 출연했으니 이것이야 말로 온전한 페테리코 펠레니의 영화다. 삶이 무엇인지
강하게 묻고, 또 대답까지 해 주는 영화다.
야수에게 누가 어울릴까?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야수에게 아주 착한 그리고 제 앞길도 가늠하지 못하는 약한 여자를 등장시킨다.
잠파노(안쏘니 퀸)은 야수다. 도덕도 가치도 양심도 없이 몸둥아리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래서
야수만큼이나 본능적인 것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떠돌이 차력사다. 쇠사슬을 몸에 감고 근육의 힘으로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보여주면서 연명하는 잠파노......쇠사슬, 그렇다. 삶의 질곡을 쇠사슬로 은유하
였다. 그 사슬을 끊으려 갖은 애를 쓰며 살아야 하는 삶의 길......
잠파노의 조수 젤소미나 역시 참으로 기구한 여자다. 죽은 언니 대신에 야수 같은 잠파노에게 팔려
무겁고 험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여자다. 착하지만 좀 모자라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길에서
만나야 하는 희생과 숭고한 사랑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면서 로마까지 온 그들은 서커스 단원이 되어 보다 편한 삶을 살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난 마또라는 사람으로 인해 갈등은 깊어진다. 놀려대는 마또에게 칼을 들여댄 죄로 감옥에
가게 된 잠파노, 마또는 그 틈을 타 백치 같은 젤소미나를 유혹하려 하지만 그녀는 잠파노를
버리지 못한다.
잠파노가 경찰서 유치장을 나오기 까지 오토바이를 개조하여 만든 삼륜차에서 먹고 자면서 기다려준
젤소미나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나 도중에 또 다시 마또를 만나는 악연은 거듭된다. 결국
마또를 죽이고 시체까지 유기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 본 젤소미나는 정신이 나간다. 가끔씩 제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또 다시 미치면서 죽은 마또를 떠 올리며 괴로워 한다.
젤소미나가 깊이 잠든 틈을 이용하여 잠파노는 잠든 그녀 옆에 지폐 조금과 트럼펫을 남겨 두고
도망친다. 제 정신이 아닌 젤소미나가 짐이었던 거다. 그리고 마또의 죽음을 잊어버리지 못하는
젤소미나가 부담이었던 거다.
그 후 몇 년이 흐르고,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게 된다. 그 노래는 젤소미나가 트럼펫으로
자주 불렀던 이 영화의 주제 곡-젤소미나 테마-를 듣는다. 소스라치게 놀란 잠파노는 그 노래를
부르는 여자를 찾아가 그 음악 누구한테 배웠느냐고 묻는다. 그 여인은 젤소미나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몇 년전 어떤 떠돌이 정신 나간 여자가 와서 맨날 트럼펫으로 그 노래만 불다가 죽었노라고......
잠파노는 바닷가 모래 밭에 온몸을 던져가며 몸부림 치면서 이 영화는 끝이난다.
길......
아직 나의 길은 진행형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무엇이 나타날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듯이 무엇을 삶의 문제로 삼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고독과
처절하도록 싸우는 잠파노, 그리고 네 동생과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젤소미나,
야수 같은 한 사내의 주먹에 쓰러져 간 마또......
어쩌면 이들 모두가 우리의 삶의 길에서 만나야 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를 거부해야 하는 힘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에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그리고 그들과의 사연은 우리의 끝없는 길이다.
첫댓글 젤소미나의 트럼펫 연주가 생각나고 젤소미나 역을했던 눈이 유난히도 컸던 여배우가 기억이나네요.
길이라는 영화...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로 기억에 남고 우리 인생이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나는 여정이 아닌가 합니다.옛 추억 속의 영화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였네요. 감사합니다
전 그영화를 못 봤지만 처절한 인생과
인잔적 이를 상기시키는 군요 ᆢ즐감하고
갑니디ㅡ
늘 동화같은글을 올려주시는 류정님 감사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그 영화 봤지요
젤소미나 역할의 줄리에타 마시니 참 순수하고 인상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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