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탁타란 사람이름으로 그가 나무를 잘 심었으므로 나무를 심은, 곧 종수 곽탁타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 탁은 긴 헝겊자루요 타는 낙타이니, 낙타 등 은 살이 자루처럼 불쑥 내밀어 있으므로 낙타를 탁타라고 말하기도 하는 데, 이것은 여기 곽이란 사람이 곱사등이기 때문에 그렇게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모든 물건은 다 각각의 주어진 하나의 자연의 성이 있다. 나무는 나무로서
의 본성이 있고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본성이 있다. 일이란 무슨 일이든 그
물건이 지닌 본성을 거스리고는 잘 진행될 수 없다.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에도 그 나무의 생육의 성을 따라, 그 본성을 극진하게 할 수 잇도록 손
봐 주면 그 나머지는 저절로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그 본성을 어기고 억지로 조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이치는 사람을
다스리는 데에도 마안가지다. 본래 고요하고 편안하고자 하는 사람의 본성
을 어기고서 잘 다스려 보겠다고 억지로 닫게 하고 쉴 새 없어 몰아친다면
도리어 그것이 사람들에게 병이 되는 것이다.
곧, 나무 심는 이치를 들어 정치의 요도를 말하며 치자들의 반성을 촉구한
것이 이글의 요지이다.
작자 유종원에 대하여는 위의 '송실존의서'에 소개한 바 있다.
곽탁타라는 사람의 본이름은 무엇인었는지 잘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곱사병
이 들어 등이 자루처럼 불쑥 내밀어 구부리고 다니는 것이 마치 낙타 곧 탁
타와 비슷한 데가 있기 때문에 그로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곽씨에게 별명을
붙여 탁타라고 한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탁타라는 별명을 듣고서, 참 좋
은 이름이라며, 내게 꼭 알맞는 이름이라며, 그로부터는 그 사람 자신이
자기의 본 이름을 버리고 이 이름을 즐겨 쓰게 되었다. 탁타가 사는 마을
이름은 풍악이라고 하니 그 곳은 장안의 서쪽에 있다.
곽탁타는 나무심는 것을 자기의 본업으로 하고있다. 탁타의 나무심는 솜씨
가 널리 알려져 장안에 이렇다 하는 돈 많고 권세높은 양반들이나 재벌들이
구경삼아 들락거렸고, 또 장안에 과일을 파는 과일 장사란 모두가 서로 다
투어 탁타를 자기 집에 맞아들여 나무를 기르고 돌보게 하며 나무 심기에
열을 올렸다. 탁타가 심은 나무는 때로 옮겨 심는다 해도 죽는 일이 없으며
싱싱하고 크고 무성하게 자라서 열매 맺는 것도 다른 것 보다 훨신 빨리 맺
고 또 그 열매의 수량도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식목하는 사
람들이 탁타의 나무 심는 법을 가만히 엿보며 배워두었다가 그대로 모방해
보지만은 역시 나무 심는데는 탁타와 같을 수가 없다.
호가탁타에게 나무 심는 법을 물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탁타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 탁타가 별 다른 재주가 있어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또 번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오, 다만 나무의 자연의 성을 거스리지 않고 그대로 따라 그 생장
하는 본성을 다할 수 있도록 손봐주는 것 밖에 다른 것은 없소, 대개 나무
의 자연의 성이란 이러하오, 나무의 뿌리는 구부러지지 아니하고 그대로 쭉
뻗어 나가기를 좋아하고, 나무 밑둥에 흙을 돋우어 북을 줄때는 편편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흙은 그 나무가 처음 심어 졌던 본래의 흙을 좋아 하고,
또 뿌리를 다져줄때는 꼭꼭 다져서 빈 틈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라오, 이것
이 나무가 지닌 자연의 성인 것이요, 이제 나무의 본성에 따라 이대로 또
해주었거든 그 다음에는 그 나무를 움직이지도 말고 행여 죽었지 않을까 염
려할 것도 없소. 그런 뒤에는 돌아가서 다시금 돌아도 보지 않는 것이 좋소
처음 나무를 심을 때는 내 자식을 기르듯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다 심은
뒤 나무를 버려두기는 아주 내버린 것 처럼 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그 나무는 타고 난 본성을 다치 아니하고 자연의 성을 따라
멋대로 쭉쭉 뻗어나가 한껏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나는 나무
의 성장을 해치지 아니할 뿐이요, 내게 무슨 나무를 크고 무성하게 자라게
하는 별 다른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오. 또, 나는 열매 맺는 것을 일부러
억눌러 덜게 하지 아니할 쁀이요, 내게 무슨 열매를 빨리 맺게 하고 그리고
많은 열매가 달리게 하는 재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오.
그런데, 다른 식목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를 않소. 뿌리는 주먹처럼 구부
리고 흙은 본래의 흙이 아닌 다른 흙으로 바꾸어 주오. 나무에 북을 주는
데도 흙을 너무 지나치게 돋우어 주거나 아니면 모자라게하고, 참말로 나무
가 지닌 자연의 성을 그와 같이 거스르는 사람은 나무를 또 지나치게 사랑
하고 근심한 나머지 너무 부지런하여 아침에 나가 돌보아 주고 저녁에 가서
어루만져 주며, 그리고 돌아욌다가는 또 다시 돌아보오. 그 가운데 심한 사
람은 나무 껍질에 손톱자국을 내어 나무가 살았는가 죽었는가를 심험해 보
기도 하고, 또 나무 뿌리를 흔들어서 뿌리와 흙 사이가 엉성하여 틈이 있는
가, 빈 틈 없이 단단하게 꽉차 있는가를 알아보기도 하오.
그러니, 나무는 날이 갈수록 한없이 생장할 수 있는 그 자연의 성을 잃어
버리고 오그라 들기 시작하는 것이오.
이런 사람들은 나무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도리어 나무릐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요, 또 나무가 마를까 걱정한다지만 사실은 그것이
도리어 나무에 해악을 주는 것이오.
다른 사람의 나무 심는 것이 이 탁타의 나무 심는 것과 끝내 같을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에 연유한 것이오, 이 탁타에게 달리 나무를 심는
그 무슨 신통한 재주가 있겠소!"
"그대의 나무 심는 법을 빌어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에 옮겨 쓰면 어떨까?
좋지 않겟는가?"
나무 심는 일을 물었던 사람이 이렇게 다시 물으니 탁타는 대답하였다.
나는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나무 심는 일만 알 뿐이요. 정치하는 일은 나의
임무가 아니라 잘 모르오, 그러나, 내가 고향 마을에 있을 때 그 고을의
수령이 말마다 번거로이 명령을 내리며 백성을 다스리느라 분주히 돌아가는
모양을 보았지요. 그 수령은 백성들을 몹시 위하는 듯 잘 살게 해보려고 애
쓰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그것이 도리어 화를 불러오게 되었지요. 아침 저녁
으로 관리가 와서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내어 나라의 명령이라며 눈 코 뜰
사이 없이 다그치는 것이 아니겠소. 빨리 물레를 돌려 실을 자아라, 빨리
베를 짜라, 어린 아이들을 잘 거두어 길러라, 닭과 돼지를 쳐라, 등등...
그리하여 북을 둥둥 울려 백성들을 모으고 딱딱이를 쳐서 백성들을 불러내
었소.
그러니, 우리네들은 남의 백성이 된 처지라, 서둘러 아침밥 저녁밥을 준비
하여 관리들을 대접하느라 여념이 없었소. 그런데 또, 무슨 여가에 우리들
의 생육을 풍성하게 하며 우리들의 성정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겠소!
여기서 결국 우리 백성들은 지쳐서 병이 들고 따라서 자기의 일에 게을러지
니, 이러고 보면, 이 탁타의 나무 심는 일이 정치하는 일과 비슷한 데가 있
다고나 할까요?"
나무 심는 법을 물었던 사람이 탁탁의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하였
다.
"그대의 그 말 또한 참 좋은 말이요! 내 오늘 나무 기르는 법을 물었다가
뜻밖에도 사람을 기르는 법을 얻었구료! 이일을 써서 후세에 전하여 벼슬자
리에 있는 사람의 계칙으로 삼고저 하오."
원문
郭橐駝不知何始名 病僂隆然伏行 有類橐駝者 故鄕人號曰駝
駝聞之 曰甚善 名我固當 因捨其名 亦自謂橐駝云
其鄕曰 豊樂 鄕在長安西
駝業種樹 凡長安豪家富人爲觀游 及賣果者 皆爭迎取養視
駝所種樹 或遷徙無不活且碩茂 蚤實而蕃
他植木者 雖窺伺傚慕 莫能如也
有問之對曰 橐駝非能使木壽且孶也 以能順木之天 以致其性焉爾
凡植木之性 其本欲敍 其培欲平 其土欲故 其築欲密
旣然已勿動勿慮 去不復顧
其蒔也若子 其置也若棄 則其天者全 而其性得矣
故吾不害其長而已 非有能碩而茂之也
不抑耗其實而已 非有能蚤而蕃之也
他植木者不然 根拳而土易 其培之也 若不過焉 則不及焉
苟有能反是者 則又愛之太恩 憂之太勤
旦視而暮撫 已去而復顧
而甚者爪其膚以驗其生枯 搖其本以觀其疎密
而木之性日以離矣
雖曰愛之 其實害之 雖曰憂之 其實讐之
故不我若也 吾又何能爲哉
첫댓글 당송 8대가인 유종원(773~819)은 약 1200년 전 인물인데, 당시 관리들은 북을 치거나 딱딱이를 치면서
백성을 모아 단속을 했던 모양입니다. 또 그들에게 아침 밥과 저녁 밥 대접하기 바빴다니 정치분야는
백성을 순리로 돕지 않고, 아집으로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처럼 만드는 경우의 교훈이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