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면 워떻고 캔디면 또 워뗘서?
2021.07.10. 오전 3:04
[아무튼, 줌마]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를 유행시킨 김재순 전 국회의장을 생전에 부인과 함께 뵌 적이 있습니다. 김 전 의장이 “이 사람이 젊어서는 참 곱고 얌전했는데 지금은 아주 무서워요” 하니, 조용히 앉아 있던 노부인이 딱 한 말씀으로 평정하시더군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전 국회의원이 유일하게 꼼짝 못하는 사람도 아내인 김금지 배우였습니다.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아내와 상의하는 이유가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엇길로 나갈 일이 별로 없었더라는 거죠.
일생을 민주화투쟁 하며 거리에서 산 장기표 선생도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제 아내는 사람을 아주 정확히 봅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럴 겁니다.” 그러나 본전도 못 찾은 칭찬이 되고 맙니다. “당신은 욕심을 가지고 사람을 보니까 잘 못 보는 거예요. 나처럼 마음을 비워야지.” 장기표가 아닌 조무하를 인터뷰 주어(主語)로 쓴 이유입니다.
저는 70~80대 여인들의 지혜와 뚝심, 그리고 유머를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인생에 대한 그녀들의 성찰을 켜켜이 쌓아올리면 역대 어느 석학들도 해내지 못한 거대한 지혜의 숲을 이룰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학식이나 사회 경험에서는 남편보다 한참 아래일지 모르나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어르신들 말씀은 적어도 그 세대에서는 팩트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게 반반으로 공정하고 평등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MZ세대에겐 할머니 세대의 사랑이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헌신과 희생이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여겨지던 시절이니까요. 페미니즘 세례를 받고 자란 저희 세대만 해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하며 이를 악물었지요. 헌신으로 사랑을 증명해야 했던 우리 어머니 세대들의 공통적인 희망가도 “다시 태어나면 결혼 따위 안 한다. 혼자서, 전세계를 누비며 자유롭게 살 것이다”이니 가슴이 뭉클하고 숙연해집니다.
최근 만난 70대 여인에게서는 아주 도발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야권 유력 주자의 아내를 둘러싸고 떠도는 루머에 관한 것인데요. “대체 쥴리가 뭐요? 뭔데 그리 난리요?” 묻기에 아는 대로 설명해드렸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쥴리면 워떻고 캔디면 또 워뗘서? 군대도 안 다녀온 것들이 요즘 군대가 형편없어졌다고 흉보고, 룸살롱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것들이 꼭 도덕군자처럼 굴더라만. 대통령 마누라는 뭐 성녀(聖女)로만 뽑는답디까?” 와르르 폭소가 터졌습니다.
기자 프로필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첫댓글 다음 대선도 걱정입니다^^
바지에서 쥴리까지^^
이런것들이 다음 대통령을 평가하는
주된 논점이라면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누가 잘 이끌어갈수 있을까요^^?
유년시절 할아버지의 고무신과 막걸리 선거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바지와 쥴리로^^대변되는 오늘의 슬픈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