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컨템포러리를 마치고 오랫만에 다섯명이 모두 모인 기념으로 관곡지 나들이를 갔다 시흥시 경계를 넘어 관곡지 주변에 이르자 차가 정말 많다. 함께 간 에밀리 님은 "사람들이 정말 갈 곳이 없나보다 볼것도 없는 곳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면서 한마디 하신다. 그럴 정도로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다. 차를 세우기 위해 천천히 나아가는데 한 자리 나면 그걸 기다렸다가 차 한대가 바로 채운다. 이렇게 가다가는 차 세울 곳이 없을까봐 염려를 한다. 나는 두 번 세 번 차 세울 데가 나올 때까지 돌면 된다고 하는데 초봄님은 그럴 여유가 없으신지 저끝 누구라도 쉽게 세울 수 있는 그래서 한가한 곳에 차를 세운다. 사실 걷자면 별로 먼곳도 아니니 구경삼아 걸으면 그만이다. 차에서 내려 연밭을 향해 걸어가는데 연밭을 스치고 지나온 바람에 연향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코를 간지른다.
관곡지엔 연꽃보다 더 귀한 것이 도라지꽃이다. 그만큼 연은 흔하고 도라지는 귀하다. 시골출신이라 한 눈에 도라지를 알아보는 혜안을 가지신 에밀리님의 자랑을 높이 세워준 도라지 밭으로 내려서면 연밭은 시작한다.
아직 이른 시기인지 연꽃이 그닥 많지는 않다. 이미 피었다 지어 연과를 매단 놈들도 있었지만 연밭을 꽃으로 물들 시기는 조금 이른듯 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연밭도 넓어 치이지는 않는다. 저멀리 주말에만 열리는지 장도 섰다. 배가 고픈 참에 막걸리나 한잔 했으면 했늗데 다행이다.
송화버섯을 구워 시식하는데 맛이 좋다. 사가려고 했는데 카드가 안되어서 포기한다. 현금으로만 거래를 한다는데 서민에게는 그게 맞는데 불편하기도 하다. 아예 카드가 없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카드가 딱 그 짝이다. 불편을 느끼면서 카드를 다시 생각한다.
코스모스도 개량을 했는지 종류가 다양하다. 해바라기에는 벌이 많이 달라 붙어 있다. 언젠가는 벌이 다 죽어 큰 일 난 것처럼 했었는데 얘네들이 다시 살아났나 보다. 벌이 멊으면 인간이 멸망할 것이라고 일행들이 두런거린다. 역시 자연에 나와야 생태를 이야기하고 인간아닌 모든 것의 소중함을 말한다.
시흥의 명물 연막걸리 한 병에 지지미를 곁들이는데 옆에서는 다른 분들이 연냉면을 먹고 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긴 하는데 먹는 속도나 열의가 시들한 것을 보면 그다지 맛이 있진 않는가 보다.
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연지에도 수련은 아직 제철을 맞지 못했다. 이제 한 두 뿌리 듬성듬성 심어 놓은 상태라 제대로 모양을 갖추려면 한 두 달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8월 빅토리아 연이 여왕의 꽃을 피우는 시기를 기약하고 주변 맛집 중 하나인 수타짜장면집으로 간다. 옛날 짜장과 탕수육을 시켜 소주 한 병을 반주로 맛나게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