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손에 잡히지 않는 하나님, 볼 수 없는 하나님, 감각할 수 없는 하나님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는 늘상 내 신앙의 화두였다. 간혹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너는 하나님을 알고 있니?", 모른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선명하게 안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수건에 가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분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하나님을 더욱 갈망하게 했고, 그분의 임재 아래 머물로 싶은 소망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그러나 매일의 일상을 살다보면, 어느새 하나님은 내 마음에서 사라지고, 내 상황과 감정과 처지에 따라 변화무쌍한 나 자신만이 충만했다. 어떻게 하면 나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지 않고, 하나님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임재 아래 있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더랬다.
6년 전 그 때, 이 책을 읽고, 하나님의 임재 아래 사는 것이 걸출할 영성을 가져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후로 로렌스 형제가 조언한대로 일상의 순간 순간마다 하나님을 의식하고자 노력했다. 아들들과 마찰과 갈등이 있었을 때도, 바로 반응하기 보다 한 템포 늦췄다가, 하나님 앞에 머무르곤 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묻는 기도를 했다. 많은 부분, 지금의 나의 영적 생활은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연습>에 기대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판본으로 나온 책은 디자인에서부터 로렌스 형제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두 권의 책을 선물 받고, 나는 한 여성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인을 선택했고, 남편은 명화버전을 선택했다. 이 버전의 책은 남편과 함께 인도로 날라갔다. 주부인 나는 주방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과 대화할 때가 많다. 많은 생각을 거친 난 다음 이루어지는 기도는 이 주방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제게 일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주방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제게 각기 다른 일들을 요구하며 소리를 높여도, 무릎을 꿇고 복된 성찬을 받을 때처럼 지극히 평온하게 하나님을 소유합니다"(44p)
일상의 예배자라는 화두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어떻게 이 일을 실현시킬 것인가는 여전히 큰 과제이다. 이런 과제에 대한 가벼운(그러나 결단코 가볍지 않은)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연습>이다. 이 책을 통해서 영성이란 어떤 초월적인 세상의 것이 아니라 내 일상과 주변에, 하나님은 내 생각보다 가까이 계시는 분임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연습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부적인 일들을 멈추고 영혼의 은밀한 곳으로 물러나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보다 그분을 더 기쁘게 만들 예물이 있을까? 게다가 우리는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애를 파괴한다.....하나님과 함께할 때면 무심결에 우리의 자기애가 사라진다"(109p)
하나님의 임재 아래 있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께서 우리 존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깊이 인식하는 일이지 싶다. 그 사랑 앞에, 그간 자신을 지키려고 포장하고 있었던 자기를 발견하게 되면 이기적인 자기애를 벗을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통과한 자기사랑을 가질 수 있다. 하나님의 시선을 통과한 자기 사랑은 타자 또한 그런 사랑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여기서 자아와 타자가 연결이 되는 것 같다. 로렌스 형제의 얼굴과 행동에서 이런 성화의 빛이 은은하게 빛나지 않았을까. 내게서도 이런 분위기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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