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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강승미씨(왼쪽)는 아이들과 평일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지만, 주말이면 다양한 활동으로 추억을 만든다. [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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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애들 방학이 돌아왔구나.” 지난해 방영된 TV 드라마 ‘워킹맘’의 대사 일부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일하는 엄마)에게 방학은 위기의 시간이다. 어디 한 곳 ‘기댈 구석’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더 이상 방학이 두렵지 않다”는 세 명의 워킹맘에게 해법을 물었다.
해법 1 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방학에 진행되는 학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자. 박현서(경기 고봉초 1)군은 학기 중 방과후 학교에서 만들기, 현장 학습, 영화 보기 등을 배웠다. 방학에도 계속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사인 엄마 홍영지(36·경기도 고양시)씨는 “평일엔 엄마가 도와줄 수 없는데 학교에서 대신 해주니 고마운 일이죠.” 저렴한 교육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대환영이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강승미(35·서울 관악구)씨도 이번 방학에 둘째 이현도(서울 문창초 1)군을 방과후 프로그램에 보낼 계획이다. “눈썰매 타기·공연 관람도 하고, 30~40분 공부한 후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까지 있어 마음에 들어요.”
구의 지원을 받아 맞벌이 부부 자녀의 방학을 책임지는 학교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14개 학교에서는 ‘신나는 겨울방학 학교’를 운영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습·문화·운동·현장 체험 등을 돕는다. 비용은 점심까지 제공하고 12만원 정도. 강씨는 “방학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게 미안했지만 아이가 즐거워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해법 2 지인을 최대한 활용한다
주변의 도움 없이 워킹맘 자녀가 방학을 혼자 나기란 쉽지 않다.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초등 저학년은 식사라도 챙겨줄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하다. 김가영(38·서울 강남구·공무원)씨는 지난 여름방학에 딸 신채윤(서울 학동초 1)양을 시골에 있는 양가 부모 집에 맡겼다. “아이가 다행히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행을 좋아해 미안함을 덜었어요.” 또래 사촌들과 놀며 공부할 수 있어 채윤이는 방학을 즐겁게 났다. 그러나 학습을 지도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었다. 김씨의 경우, 영어는 온라인 학습으로 대신하고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만족했다. 김씨는 “양가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오랜만에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김씨는 딸과 친한 친구 엄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전 시간에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오후부터 과외활동을 할 예정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김씨는 이번엔 지난 방학처럼 개학 전 숙제를 몰아서 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안심했다. 그는 “워킹맘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 즉 가족·친척·이웃·기관 등 모든 것을 활용해 방학 나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킹맘들은 아이들이 방학 때 혼자 밥을 챙겨먹어야 하는 일이 가장 고민이다. “아침에 아이가 어른도 없는 집에 혼자 일어나 식은 밥을 먹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한다. 홍씨는 꺼내 먹기 편하도록 간단한 시리얼이나 미니 김밥 등을 상에 준비해 놓고 출근한다. 퇴근시간이 늦는 홍씨를 대신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할머니가 아이들의 저녁밥을 챙겨준다. “물론 용돈을 챙겨드린다”고 홍씨는 귀띔했다.
해법 3 영화·전시회·등산 등 함께 활동
주말에는 가족이 함께하는 활동으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홍씨는 “워킹맘의 경우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씨 가족은 방학이면 주말마다 이벤트를 만든다. 보드게임 카페를 가거나 영화·전시회·행사 등에 부지런히 다닌다. “아이들이 이번 방학에는 주말에 어딜 갈 거냐고 벌써 기대하고 있어요.”
강씨도 주말이면 정기적으로 테마 여행을 다닌다. 함께 여행을 다니는 다른 가족들과 협의해 신년 여행에는 ‘시 낭송’‘가족 협동화 그리기 대회’ 등도 연다. 여름방학에는 동(動)적인 여행을, 겨울방학에는 인내력과 끈기를 키우기 위해 등산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힘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럴 땐 엄마가 옆에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줘 성취감을 심어줬죠.”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워킹맘 자녀 100점 방학 나기
1. 마음을 비운다- 아이가 계획대로 생활하는 것에 만족한다.
2. 챙겨줄 사람을 미리 찾는다- 주변 전업주부, 지인, 베이비시터 등 맡길 사람을 확보한다.
3. 방학 첫날의 느낌을 영상으로 남긴다- 엄마가 없어 흐트러진 생활을 막을 수 있다.
4. 아이와 함께 생활계획표를 짠다- 해야 할 일, 하면 안 되는 일, 자유롭게 해도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한다.
5. 손품을 많이 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
6. 주말에는 아이와 체험학습을 한다- 가까운 곳 어디든 엄마와 함께라면 아이는 좋다.
7. 독서 환경을 만들어준다- 평일에 도서관을 아이 혼자 갈 수 있도록 주말에 함께 다녀 익숙하게 한다.
※도움말: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