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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연재 -미국의 명상 소개 >
도심 한복판 오아시스
LA 젠센터
글 | 스텔라 박
노만디 길, 한인 타운 한복판에 서 있는 LA 젠센터의 현판
마에즈미 법통의 화이트 플럼 상가
LA 한인타운 한복판인 노만디 길(Normandie Ave.), 제임스우드(James Wood)와 산마리노(San Marino) 사이에는 도저히 LA 도심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공간, LA 젠센터(Zen Center of Los Angeles)가 들어서 있다.
LA 사는 한인들이라면 이 주변을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해 봤을 것이고, 어쩌면 지나가다가 현판(Sign)을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집중(Attention) 없이 본 것은 본 것이 아니기에, LA 젠센터의 위치가 바로 그곳이라고 얘기하면 십중팔구 “아! 그래?” 하면서 입을 벌릴 것이다.
LA 젠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수행 공동체이자 명상센터 중 하나이다. LA 젠센터는 크게 일본 조동종에 속하고 그 가운데서도 화이트 플럼(White Plum) 승가에 속하며, 마에즈미와 그의 제자인 글래스먼(Maezumi-Glassman)으로 이어지는 법통의 좌선과 화두 수행을 한다.
1967년, 타이잔 마에즈미 로시(1931-1995)가 현재의 위치에 ‘부신지(Buddha Essence Temple, Bussin-Ji)라는 절을 세운 이후, LA 젠센터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면서 이곳을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선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타이잔 마에즈미 로시는 서구지역에 선불교를 전파한 스승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타이잔 마에즈미 로시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버니 테추겐 글래스먼(Roshi Bernie Tetsugen Glassman)은 마에즈미의 뒤를 이어 LA 젠센터의 주지를 역임했다. 그는 ‘선 평화사도들(Zen Peacemakers)’의 공동 창설자이기도 하다.
현재 주지스님이자 회원들의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스승은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Roshi Wendy Egyoku Nakao)이다.
예불과 법회, 개별 면담, 그리고 위원회 수행(Council Practice)에서 직접 만나본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는 검은 승복이 무척 잘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그녀 외에 이곳에서 만난 모든 승려들은 머리를 한국 스님들처럼 삭발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스포츠형으로 잘랐고 일본 스타일의 검정색 승복
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잡초의 뿌리처럼 강한 집착과 어리석음에 비유되는 만큼 수행자들의 삭발은 일상의 모든 번뇌를 단절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중생의 좁은 소견을 말해보자면 LA 젠센터의 승려들 정도 길이의 머리털은 재가자들이 바라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그러면서도 수행자로서의 단정한 면모를 유지할 수 있어 좋아보였다. (이 모두 분별이지만…)
넓은 정원에 놓여진 불상
넓은 정원에 놓여진 불상
LA 젠센터의 구성
LA 젠센터는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소지로 치자면 가정집 3채와 다세대 주택 1채로 구성돼 있다.
LA 젠센터는 LA선원(명상센터), 부신지(사찰), 대룡산(수행공동체) 등 3개의 기관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수행처 건물과 대지의 관리, 젠센터의 법적 재정적 문제들을 관장하고 회원을 관리한다.
LA젠센터(Zen Center of LA, 줄여서 ZCLA)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노만디 길 쪽 두 동의 건물은 LA선원(LA 禪院, Zen Center of Los Angeles)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판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식당과 서점 겸 기념품점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있고, 현판 남쪽으로는 좌선 수행을 하는 공간이 자리해 있다. 이 건물의 넓은 홀 바닥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널찍한 좌복을 마련하고 있어 마치 일본의 절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4동의 건물을 한 기관에서 사용하다 보니 건물 사이에 있었던 담벽이 사라져 정원도 널찍하다. 넓어진 정원에는 나무,풀, 꽃이 조화롭게 심겨 있고,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의 불상을 여기 저기 배치해 두어 산사(山寺) 못지 않게 절 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노만디 길의 북서쪽 단독 건물은‘부신지(Buddha Essence Temple, Bussin-Ji)’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법당(Buddha Hall)이다. ‘부신지’는 예불을 드리고, 예전 의식에 관한 연구를 하며 망자에 대한 천도제와 제사를 관장하는 사찰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이다. 부신지는 일본 조동종(Soto Zen Sect)에 등록된 절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남서쪽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건물은 ‘대룡산(大龍山Great Dragon Mountain)’이라 불리는 수행처이다.
‘대룡산’ 건물 1층에는 예불의식과 별도로 스승들이 법문을 하는 다르마 홀(Dharma Hall)이 위치해 있다.
‘대룡산’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산 이름을 따서 수행처의 이름을 짓던 고대 중국의 선 전통을 따라 참선 교육처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처음 터를 닦을 때, LA 젠센터 관계자들은 선원이 들어선 LA 중심부의 작은 언덕을 ‘대룡산(Great Dragon Mountain)’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언덕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높이이지만 ‘영적으로 위대한 산’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지은 것. 대룡산 수행처의 중심 가치는 ‘선 수행 교육, 깨어서 사는 삶’으로 요약된다.
좌선을 위한 공간, 선원 앞의 게시물
LA 젠센터 내의 사찰인 부신지의 법당(Buddha Hall)
대룡산이라 이름지은 수행처
LA 젠센터에서의 예불 체험
평일 저녁 때, LA 젠센터를 찾았더니 주지 스님과 여러 스님, 그리고 현재 수행처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모두 법당에 모여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함께 독송하라고 나누어준 프린트물에는 영어로 음역한 일본어 발음이 적혀 있다. 의미도 모르면서 남들 하는데로 따라했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정인 것 같았다.
법당 한 가운데는 일본 스타일의 불상이 작은 상자 안에 모셔져 있고 양옆으로는 대형 목탁과 대형 티벳 싱잉 보울(Singing Bowl)이 놓여 있었다. 중간중간 한 승려가 목탁도 두드리고 티벳 싱잉보울도 울렸다. 주지 스님은 웬 보자기 같은 것을 접었다 폈다 하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기도 여러 번했다. 한국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을 때, 외국인들이 새벽예불에 참가해 ‘지심귀명례’를 의미도 모르면서 따라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게 딱 내 모습이었다.
LA 젠센터에서의 좌선과 면담 체험
좌선 정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하나 둘씩 LA선원 건물 쪽으로 향했다. 들어가면서 자신이 사용할 좌복을 가지고 가 앉았다. 수행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으면 종소리와 함께 포행부터 시작한다. 수행자들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걸었다. 다시 종소리가 들리자 좌복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좌선에 들어간다. 정확하게 몇 분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로 길지도, 그렇다고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만큼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토요일 오전에는 주지 스님인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와의 개별 면담 인터뷰가 있었다. 주지스님과 면담을 원하는 이들은 먼저 담당자에게 자기 의사를 알린다. 담당자가 면담 희망자들을 면담실 앞에 대기시키는데, 앞의 수행자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 대기하고 있던 수행자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다른 수행처나 안거에서는 수행자의 점검 시, 그룹 면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스승과 일대일 면담을 고수했다.
물론 주지스님은 회비를 납부하고 일정 기간 동안 진지하게 수행을 한 사람들만 만나준다.
이제 나는 명상 수행처에 있어서 일대일 면담의 중요성을 안다. 명상 체험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데, 여러 명이 함께 스님 또는 지도법사와 면담을 할 때, 한 수행자가 자신의 체험을 얘기하면 다른 수행자는 “왜 나는 저런 현상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내 수행이 잘못되었나?” 하면서 자신의 수행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눈을 감고 앉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체험이 내게 일어나기를 바라게 되는 수가 있다. 수행이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경험들이 있는 그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이처럼 남들의 경험담을 듣고 선입관을 갖고 기대를 갖게 될 경우, 수행의 큰 장애로 작용할 수가 있다.
대형 목탁과 대형 티벳 싱잉보울을 울리고 있는 승려
제단 앞에 선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
예불 장면
위원회 수행을 하기 전, 하나 둘 좌석으로 모이고 있다
위원회 수행을 위한 도구. 자연을 상징하는 소라껍질, 조약돌 등이 놓여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 하는 위원회 수행
토요일 오후에는 다르마 홀에서 ‘위원회 수행(Council Practice)’이 있었다. 나는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에서 실시하는 명상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위원회 수행을 체험해봤는데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LA 젠센터 내에 머물고 있는 수행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둥글게 앉는다. 이 모임을 주관하는(Facilitator) 주지스님,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는 먼저 위원회 수행의 주의점을 알려줬다.
“이 보자기 위에 자연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올려 놓았어요.
바다를 상징하는 소라 껍질, 하늘을 상징하는 새의 깃털, 땅을 상징하는 조약돌이 그것들입니다. 누구든 먼저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앞에 나와서 이 중의 한 가지를 손에 쥐고 말을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자연의 요소들과 연결되는 것이지요. 말을 할 때에는 가슴에서 우러난 진실만을 이야기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오직 말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듣고 있는 사람들 역시 오직 듣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들으면서 내 차례가 오면 어떤 말을 할까, 연습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수행 중 느끼는 장애 또는 수행 중의 깨달음입니다.”
한참의 침묵을 깨고 한 남성이 소라 껍질을 잡고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대교 문화권에서 자랐다는 그는 부모의 기대감이 얼마나 그의 목을 죄어오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또한 백인 남성은 조약돌을 들고서 정치적인 위기의 순간(트럼프 행정부 하)에 깨어 있는 수행자로서 과연 침묵해야 하는지,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을 이야기했다.
웬디 에교쿠 나카오 로시는 처음엔 아무런 개입이나 조언 없이, 가만히 들어주기만 했다. 그러더니 모든 수행자가 돌아가며 발언을 마칠 때쯤, 위원회 수행을 마무리하면서 각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싯구절과 화두를 던졌다. 해결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져볼 수 있게 상징적인 시와 화두를 던진 것이 기억에 남았다.
다르마 홀 내의 제단
다르마 홀 내, 마에즈미 선사를 모신 제단
다르마 홀 내에 진열된 핸드벨과 좌복
다르마 홀 내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
이국적인 종교 체험
일요일에는 다르마홀에서 제사가 있었다. 우리 나라 사찰에서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위패를 꺼내놓고 양초를 밝히고 향도 피우고, 무릎 꿇고 절도 여러 번 하고, 염불도 외웠다.
미국인 불자들이, 아니 꼭 불자라 할 것도 없이 수행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이 이곳에 온다면 일단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의식에 매료될 것 같았다. 딱히 신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본에 직접 가지 앉고도 마치 일본의 깊은 산중에 있는 절에 와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인들이 카톨릭 성당을 다니기 시작할 때, 이국적인 발음의 세례명이라든가, 장중한 미사곡 등, 신앙심 외의 여러 문화적 요소들이 카톨릭 신앙을 갖게 한 중요한 이유였던 것처럼, 이곳에 온 미국인들 역시 도포 자락 같은 검은 승복, 화려한 색깔의 좌복, 단순미가 넘치는 붓글씨 액자, 다다미 바닥, 커다란 울림이 있는 종 등 불교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물건들과 이미지에 혹할 것 같았다.
오후엔 식당에 스낵이 차려졌다. 베이비 당근과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딥(Dip, 찍어먹는 것), 크래커 쪼가리와 치즈 슬라이스 등으로 만든 간소한 상이었다. 수행자들은 식당 앞의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한 후, 자신이 먹을 만큼의 양을 덜어 침묵 가운데 식사했다.
식당 옆에는 서점 겸 기념품점이 있다. 영어로 발행된 선불교에 관한 책들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벽면에 간단한 서예 족자를 걸어놓아 일본이라는 이국적 나라의 풍성한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불상, 티셔츠, 손부채, 향, 만다라 등 다양한 불교 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LA 젠센터와 화이트 플럼 상가
LA 젠센터는 선불교를 가르치고, 선불교 수행자를 양성하며, 선불교를 전파하는 곳이다. LA 젠센터는 “고통이 멈춘, 깨달은 세계, 즉 모든 존재가 조화 가운데 살고 모두가 충분하고도 깊은 지혜를 깨닫고 연민이 막힘 없이 흐르는 세상”을 이루어가기 위해 “자신(Self)에 대한 진정한 이해, 계율의 수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봉사”를 강조한다.
화이트 플럼 상가의 일원이 되면 수행 공동체의 가이드라인과 책임을 따라야 한다. 붓다의 길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고 자양분을 공급하는 열린 환경을 제공하고자 다짐하고 바른 보살행을 해야 한다.
10여 페이지에 달하는 수행 공동체의 가이드라인을 세세히 살펴보면 결국 3가지의 구체적 실천사항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번째, “오직 모를뿐”임을 기억하며 나 자신과 우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는다. 두번째 선을 행한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을 목격하고 인내한다. 그리고 세번째, 다른 사람을 위한 선행을 한다. 전체를 위해 봉사하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수행 공동체인 승가, 역시 사람들 사는 곳인지라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 뒷말, 분노의 표현 등 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승가의 가이드라인에는 이럴 때에 승가라는 그릇을 유지하고자 애써야 한다는 것, 즉 조화를 깨지 않아야 하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남에게 말을 전하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 애써야 한다는 항목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적어놓았다.
LA 젠센터는 나이, 인종, 성별, 신체적 정신적 능력, 종교, 성적 취향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으며 다양성을 존중한다.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는 미국 수행처의 매우 중요한 운영 원칙이다. 특히 성적 소수자와 소수 인종 등 기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끌어안는데 앞장선다. 내가 몸담았던 UCLA MARC도 일정 비율로 성 소수자들을 포함시켰고 노아 리바인(Noah Levine)이 이끄는 ‘어겐스트 스트림즈(Against Streams)’ 역시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LA 젠센터는 매일의 좌선(Zazen) 수행, 예불, 울력을 준수한다. LA 젠센터의 프로그램으로는 좌선 소개 클래스, 좌선과 포행 정진, 워크숍과 장기간의 수행, 주지 웬디 에교쿠 나카오와 그 외 여러 스승들과의 면담이 포함된다.
서점 겸 기념품점
서점 겸 기념품점
식당 안에 모셔진 불상
회원제로 운영되는 LA 젠센터
LA 젠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제도는 회원(Member)과 선원(Zen Center) 사이의 관계를 이어준다.
정해진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이 된다는 것은 깨어있는 삶을 살겠다고 진지하게 서원하고, 서로 돕는 수행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LA 젠센터의 상가와 스승은 회원 즉 수행자들의 수행을 지원하고, 집중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LA 젠센터에서 회원들, 즉 수행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들은 매월 50~200달러 정도의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회비의 액수에 따라 회원의 등급이 정해지며,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차이가 있다. 회원들이 납부한 월 회비는 젠센터에 거주하는 스승들, 직원들, 건물 관리, 회원들의 복리를 위해 사용된다.
LA 젠센터의 회원이 됨으로써 수행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좌선 수행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갖게 되는 것이다. LA 젠센터에서는 주중, 그리고 주말 좌선 스케줄이 운영되고 있고 예불의식도 행하고 있다. 그리고 젠센터의 스승들과 개별적인 면담을 할 수 있다. 이곳의 로시(스승)들은 회비를 납부하고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수행을 한 이들만을 만나준다. 또한 LA 젠센터의 회원이 되면 수행 초기, 많은 경험을 가진 수행자들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젠센터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고, 젠센터의 행사들에 특별 할인가로 참가할 수 있다. 손님들이 젠센터에 숙박할 때에는 숙박비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LA 젠센터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법문, 예불의식, 그 외 가르침을 담은 파일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통신Corresponding 회원의 회비는 월 20달러이다. 젠센터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주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회원제로 젠센터에서 보내는 소식지 정도만 받아보는 단계이다.
다음 단계인Affiliate (학생과 시니어들) 회원의 월 회비는 개인이 40달러, 가족은 50달러이다. 먼 거리에 살거나 스케줄이 바빠 젠센터에 자주 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회원제로, 월 2회 스승과의 점검 인터뷰와 우편물 서비스를 포함한다.
수행형(Practicing, 레지던트 – 젠센터에 기거하며 수행하는 이들 포함) 회원들을 위한 월 회비는 개인 65달러, 가족은 85달러이다. 수행형 회원은 원하는 만큼 자주 젠센터를 방문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혜택은 매주 스승과의 점검 인터뷰와 우편물 서비스, 그리고 젠센터에서의 숙박시, 약간의 할인을 받는 것이다.
지원형(Supporting) 회원의 월 회비는 개인이 110달러, 가족은 160달러이다. 1년에 7일간 무료로 정진에 참여할 수 있고 젠센터에서 2박 숙박이 가능하다. 매주 스승과의 점검 인터뷰와 우편물 서비스가 포함된다.
가장 높은 단계인 지속형(Sustaining) 월회비는 개인이 220달러, 가족은 270달러이다. 젠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젠센터에서 2박 숙박이 가능하다. 매주 스승과의 점검 인터뷰와 우편물 서비스가 포함된다.
LA 젠센터에서는 여러 의식(Ritual)도 슬라이딩 스케일(Sliding Scale – 경제 형편에 따라 낮은 금액으로부터 높은 금액의 상하 한도선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재량껏 내도록 하는 제도)로 제공하고 있다. 수계 의식은 200-500달러, 승려수계 의식은 500달러, 혼례 의식은 750-1000달러, 장례의식은 500-1500달러, 메모리얼 서비스(제사)는 50-250달러, 기도 리스트는 30-100달러, 아기 축복식은 200달러 이상이다.
LA 젠센터의 회비와 여러 의식, 프로그램 참가비 체제는 미주현대불교에 소개했었던 LA의 상업적 명상센터, 덴 메디테이션(Den Meditation)의 회비를 떠올리게 한다. 하기사 요가 스튜디오들 역시 이와 비슷한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한국 사찰도 일년 기도 얼마, 천도제 얼마 하는 식으로 가격을 정해 놓은 곳이 많다. 사찰이 너무 상업화 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준도 없이 애매모호한 자세로 제사를 치루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처럼 세세하게 정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한국 절처럼 인심 좋으면서도 동시에 상업적인 곳은 없다. 미국의 명상센터나 수행 공동체는 한국처럼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무료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좌선 클래스 등 모든 과정에는 참가비가 따른다. 정진이나 좌선 모임에 가서 등록을 하면, 자신의 이름이 써진 봉투를 나눠주는데 거기에 클래스 비용을 넣어 납부하게 되어 있다. 그 외의 프로그램 비용은 등록을 도와주는 스탭에게 내거나 게시판 옆에 비치된 보시함에 넣으면 된다. 비용을 낼 때는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봉투에 정확하게 기입하도록 한다.
화이트 플럼 상가(White Plum Sangha) 회원들은 LA 젠센터의 모든 행사에 회원 가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진지한 수행자일 경우, 돈이 부족하다고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진지하게 수행하고 싶지만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르마 교육 자금(Dharma Training Fund)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 문의해볼 수 있다. 문의는 (213) 387-2351으로 하면 된다.
한국 불교, 화이트 플럼 상가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도심 한복판에서 일본 조동종 화이트 플럼 상가의 전통대로 운영되고 있는 LA 젠센터를 보며 미국의 한국 사찰들이 미국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은 한인 1세대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미국 현지인들과 언어적 장애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승려 또는 법사가 상주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단계적인 커리큘럼을 짜서 지속적으로 새로 들어온 회원들의 수행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발적인 보시에 의존하기 보다는 월회비, 식사비, 기념품점의 판매 수익 등 다양한 경로의 수입을 마련해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할것이다.
현재 미국 불교도들은 일본 선불교, 동남아시아의 테라바다불교, 티벳 불교, 그리고 미국화된 명상수행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류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는 이때, 다도, 사군자 그리기, 서예 등 한국 전통 문화의 수행 프로그램을 영어로 제공한다면 스트레스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명상 수행은? 한국 불교의 전통인 화두 참선 수행으로 해야 하나? 글쎄… 모르겠다.